김성수 충남대 에너지대학원장 |
1인당 탄소배출량 1위국인 미국은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탈퇴하는 공식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역시 미국의 에너지 환경 정책의 무게추는 기후변화 대응보다는 에너지의 안정적 확보에 실려 있는 것처럼 보인다. 미 대선에서 조지 부쉬 대통령에게 안타깝게 패하고 환경 운동가로 변신한 미국 전직 부통령 앨 고어의 다큐멘터리 영화 '불편한 진실'에서의 경고는 현실화되지 못했다. 거꾸로 1997년 채택된 환경 협약인 교토의정서의 비준을 거부하며, 소극적인 기후변화대응 정책을 보였던 조지 부쉬 행정부(2001-2008) 이후, 오바마 행정부(2009-2016)에서는 연방차원의 온실가스감축규제 등의 입법은 실패하였고, 대통령집행명령으로 기후변화대응정책을 수행하였으나, 기후변화에 대한 대세를 바꾸기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트럼프 대통령은 기후변화 대응이 아니라 셰일 가스 등을 안전한 에너지자원 확보전략으로 전격 전환, 추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은 기후변화에 대해 적극적인 환경 정책을 펴고 있는데, 태양광, 풍력과 같은 친환경 신재생에너지의 비중, 온실가스 감축 목표 등에서 미국과는 확연한 정책 차이를 보이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문화의 기원이나 인종의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왜 이런 차이를 보일까? 혹자는 유럽은 대서양 연안 국가들로서 해류 변화에 영향을 받기 쉽고, 북반구에서도 북쪽에 위치한 나라가 많아 기후변화에 민감하다고도 하고, 도시적인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전원 생활 지향적이고, 미국이 자연에 대해 극복하고 개척하는 주의라면, 보다 자연에 순응하는 유럽의 전통적인 가치관이라는 것이 더 잘 설명을 할지도 모른다.
미국이 기후 변화로 인한 피해는 엘니뇨, 라니냐 같은 이상 기후에 의한 것뿐만 아니라 의외로 "똥맛나는 와인"과 같이 소소한 곳에서도 만날 수 있다. 미국 남서부의 유명 와이너리의 포도가 산불 연기로 오염되어 일어난 피해로 보도되고 있다. 물론 기후변화로 인한 캘리포니아에서의 산불은 사소하게(?) 와인의 맛만 망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인적, 물적 피해를 초래했다. 미국의 캘리포니아 주는 이런 기후 변화 대응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그 대책의 일환으로 ZEV(Zero Emission Vehicle, 배출가스 없는 친환경자동차)과 같은 정책을 1990년부터 발의했는데, 이는 캘리포니아주 내에서의 친환경차량판매의 의무화 규정으로 점차 강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전체 전략인 안정적 확보 중심의 에너지 정책에 반하여 기후변화 대응 친환경 정책을 펴고 있는 것이다.
며칠 전엔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2035년까지 내연기관 엔진으로 구동되는 승용차 판매를 금지한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이에 대해 백악관 대변인은 "좌파가 얼마나 극단적으로 됐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비난했다는 뉴스가 이를 뒷받침한다.
코로나와 기후변화 대응이 유사한 것은 국가리더쉽과 국제공동대응이 요구되고, 이것들이 결여되었을 때 일어나는 피해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코로나나 기후 변화에 의한 이상 기후에 의한 재해로 인한 것 뿐만 아니라, 재난은 당하는 사람들만의 아픔이 제일 크다. 아무리 큰 재난도 피해 당사자가 아니면 뉴스 거리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수천 명의 희생자가 나와도 나와는 상관없는 남의 이야기일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재난을 겪어 보면 겸손 해지고, 본인의 고초를 통해 다른 사람에 대한 애틋함이 생긴다.
어리석은 자는 경험을 통해서 배우지만, 지혜로운 사람은 책(역사)을 통해 배운다 라지만, 정말 어리석은 사람은 경험을 하고도 배운 것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이제까지 배운 지식과 쌓은 경험을 통해 지혜로운 교훈을 얻고 있을까? /김성수 충남대 에너지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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