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는 오늘의 절박함이자 미래의 이슈다. 대한민국에 일자리가 없는 이유가 무엇일까? '졸업과 동시에 취직'이라는 말은 고사 성어가 되었다. 일자리 찾기는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 일자리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경제대국 미국과 일본, 고속 성장을 이룬 중국도 피할 수 없는 절박한 문제가 됐다.
그렇다면, 미래의 일자리는 더욱 많아질까? 뉴스에서는 연일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어려운 용어가 쏟아진다. 기술의 발전은 일자리를 어디까지 위협할까? 시대가 바뀌고 변하면서 우리 주위에서 사라진 직업들도 참 많다. 시대의 흐름으로 새로 생성되거나 부활된 직업도 있다. 그러나 경제가 성장할수록 일자리가 사라지는 역설이 존재한다. 20년 이내 현재 직업의 47%가 사라질 거라는 예측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대학병원에서는 로봇이 약을 조제한다. 의사가 약을 처방하면 약사 대신 약을 찾아 포장까지 마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가장 안정된 직업군으로 꼽히던 일본의 은행원들이 '로봇의 역습'에 떨고 있다.
일본에서는 '장인'이라 칭송받던 스시 요리사도 도깨비방망이 같은 초밥 기계에게 자리를 위협당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사라진 일자리는 한둘이 아니다. 지하철 매표원과 검표원은 2009년 사라졌다. 선·후불 교통카드, 하이패스 등장으로 매표소는 점점 없어진다.
전북 순창의 A고추장 기업 매출액은 25년간 100배 증가했다. 그런데 매출이 100배 늘어난 동안 늘어난 일자리는 겨우 10개 정도다. 작은 마을 순창의 딜레마는 대한민국의 축소판이고, 대한민국은 전 세계의 축소판이다.
전기차·수소차의 보급이 확대될수록 자동차 공장에는 많은 사람이 필요하지 않다. 친환경차는 부품이 기존 내연기관차보다 단순해 필요한 인력이 적게 들기 때문이다. 무인자동차 역시 사람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대표적인 기술이다.
2016년 3월 구글의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가 세계 바둑계 최고봉인 이세돌 9단을 꺾자 인류는 경악했다. 마치 영화 '터미네이터'와 '매트릭스' 등에서 묘사된 것처럼 '인공지능의 인간 지배'가 머지않아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기술의 발전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그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진다는 것이 문제일 뿐, 우리가 일자리 전쟁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기술의 발전으로 대표되는 로봇은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인간을 대체하고 인간을 능가하는 수준까지 도달했다. 일자리를 둘러싼 전 세계적인 전쟁은 이미 현재 진행형이다. 이 거대한 트렌드에 맞설 방법은 없는 것일까?
바둑에서 미생(未生)은 집이나 대마가 아직 완전하게 살아있지 않은 상태, 즉 미완성 상태다. 일수불퇴(一手不退), 한번 결정한 수는 절대 무를 수 없다는 금언은 금과옥조와 같다. 바둑은 그렇게 인생과 닮았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 시대의 수많은 장그래 씨, 당신은 알파고와 싸울 준비가 됐습니까? 당신은 로봇으로 대체할 수 없는 사람입니까?
이종탁 / 한국폴리텍대학 대전캠퍼스 VR미디어콘텐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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