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창립 26주년을 맞은 청솔독우회는 16기와 17기 수료식을 마지막으로 잠정 휴식기에 들어갔다. 사진=청솔독우회 |
코로나 시대와 학령인구 감소로 신입 회원 모집이 어려워진 탓에 대전학생 연합동아리이자 비영리민간단체로 굳건하게 자리를 지켜온 청솔독우회는 30주년을 목전에 두고 결국 이별을 고하게 됐다.
차상학 청솔독우회 이사장은 "26년 동안 대전지역의 중고등학생 759명이 거쳐 갔다. 기수마다 열심히 해준 제자들이 각자 위치에서 열심히 살아주고 있어 참 고맙다"고 말했다.
이어, "2024년 청솔독우회는 30주년이 된다. 30주년까지 이어졌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운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지만, 영원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라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청솔독우회는 1994년 갈마도서관에서 시작해 평송수련원을 거쳤고, 만년동 청솔도서관에서 11년을 지냈다. 매주 토요일 독서 토론회를 진행했는데, 지난 9월 마지막 수료식을 기준으로 모두 1090회차라는 기록을 남겼다.
청솔독우회는 독서토론 교육이 기반이다. 국어교사로 평생을 교단에 섰던 차 이사장이 수년간 엄선한 중고생 필독서를 중심으로 토론과 연구가 진행됐다. 도서는 문학뿐 아니라 영어, 사회, 과학 등 전 교과를 아우르는 것으로 철학적 사고를 높여주는 책을 기본 텍스트로 선정했다.
차 이사장은 "청솔독우회의 큰 성과라면 똑같은 공부를 했어도 가치관, 세계관이 다른 인재를 키웠다는 자부심이다. 100%라고 단언할 수 없지만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제자들을 보면 어지간히 목표에 근접한 것은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1994년 갈마도서관에서 열린 청솔독우회 창립총회 모습. 사진=청솔독우회 |
차상학 이사장도 기약 없는 이별에 아쉬운 마음을 지울 수는 없다.
차 이사장은 "후계자를 정해서 넘겨줬다면 좋았을 것 같다. 가까운 미래에 청솔 초창기 회원들이 주축이 되는 청솔장학회, 장학재단을 만들고자 큰 그림도 그려왔고, 접근성이 좋은 곳으로 이사도 가고 싶었는데 모두 이루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그럼에도 차 이사장은 2024년 30주년 기념행사를 치를 예정이다. 1기부터 마지막 기수까지 오롯이 청솔독우회 선후배들이 모일 수 있는 시간을 만들겠다는 약속이다.
차 이사장은 "1994년부터 지금까지 토요일이면 청솔독우회에서 하루를 보냈다. 규칙적인 생활을 일흔 살이 넘어서야 마침표를 찍게 됐다. 시원섭섭하지만 앞으로는 산에도 가고, 희수 기념으로 대학과 중용, 맹자를 번역한 책을 만들고자 하는 목표도 세웠다"고 했다.
이어, "청솔독우회는 잠시 문을 닫는다. 좋은 시대가 오면, 좋은 후계자가 있다면 청솔은 부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청솔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던 6200여 권의 책은 차상학 이사장이 퇴임한 세종대성고등학교에 무상으로 기증됐다.
이해미 기자 ham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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