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거칠고 무례한 높은 담을 허무는 용기있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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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 거칠고 무례한 높은 담을 허무는 용기있는 사람

대한성공회 유낙준 의장 주교

  • 승인 2020-10-08 09:21
  • 김성현 기자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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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낙준 신부.
혐오와 미움과 분노로 단단해진 사람이 크게 사랑을 외치면 사람들은 외면합니다. 그러나 맑은 웃음과 연민의 눈빛과 온유한 마음으로 사는 사람이 조용한 소리로 사랑을 속삭이면 사람들이 그 소리를 마음에 담아가고자 모입니다. 나는 지금 여기서 '나의 탐욕을 채우기 위한 거칠고 무례함의 길을 걸으며 사는가?' 아니면 '나는 보잘것없는 사람의 아픈 마음이 내 마음이 되어 아픈 길을 걸으며 사는가? 그리고 '나는 사람을 배제하는 공격적인 인생인가?' 아니면 '나는 사람은 사람을 필요로 하는 인생으로 사는가?'를 성찰의 질문을 하는 아픈 시간을 갖는다면 우리 속사람인 영혼을 만나는 되는 시간이 되실 것입니다. 영혼을 만나야 우리는 보다 새로운 우리 자신으로 바꾸어질 것입니다.

'다른 사람과 담쌓고 사는 것은 지옥이다'라는 말처럼 가까운 사람과 어떤 연유로 담을 쌓고 산다는 것은 나 스스로 속이 타는 삶이 됩니다. 때로는 매우 가깝게 지내고 친했는데 상대의 실수와 상대의 부족한 행위로 인해, 그리고 나의 실수와 나의 부족함으로 인해 얼굴을 들 수 없기에 높은 담을 쌓아가고 있는 나를 보게 됐습니다. 형제였고 자매였고 혈족이었고 친구였고 좋은 이웃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너무 오랜 기간 만나지도 못하도록 높은 담을 쌓아 두었습니다.

실은 그들은 내 생에서 사방이 막혔을 때 길을 열 지혜를 준 혈족이었고, 어두운 길에서 내 손을 잡아 이끌어준 친구였고, 슬픔에 빠졌을 때 위로자로 다가온 이웃이었는데 작은 사건 하나로 인해 높은 담을 쌓고 사는 제 모습이 참으로 비참해 보였습니다.

높은 담을 쌓고 사는 사람은 일반적으로 비관적인 삶을 선택한 사람입니다. 비관적인 사람은 재난으로 인한 고통이 오면 자신과 다른 사람을 가슴으로 안고 사는 사랑으로부터 도망치려고 합니다. 마치 구약성경에서 하느님의 사람인 요나가 하느님의 손길로부터 도망치려는 모습처럼 말입니다. 고통을 받는 사람들을 구하려는 하느님의 사랑으로부터 벗어나려는 것 자체가 사람의 도리가 아니라는 것을 요나의 인생여정에서 깨닫게 됩니다. 사람과의 차이를 차별로 만들어 사랑으로부터 도망치는 이웃과 친족과 친구와 담을 높이 쌓는 나의 모습을 봅니다. 사람에 대한 신뢰가 부족할 때 사랑으로부터 도망치는 요나를 제 모습에서 봅니다.



또한 사람에 대한 믿음이 부족할 때 혐오와 무례함에 젖은 제 속 모습을 봅니다. 사람에 대한 믿음과 신뢰는 나의 가슴을 내어주는 용기에서 출발합니다. 바로 가슴에서 나오는 용기로 거칠고 무례한 자신의 모습에서 다시금 사람에 대한 신뢰와 믿음을 확보해야만 합니다. 그렇게 용기는 높은 담을 허물게 하여 우리를 사랑을 향하게 합니다.

거칠고 무례하게 쌓은 높은 담은 사는 게 사는 게 아닌 삶이 되게 합니다. 즐겁지도 않고 기쁘지도 아니한 말도 되지 않는 삶에서 벗어나려면 용기가 필요합니다. 상대의 실수보다는 내 품의 그릇이 너무 작았다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인정하는 데에는 용기가 필수적입니다. 우리는 실수도 많이 하고 사랑이 부족한 모습으로 살아갑니다.

그러나 그 실수와 부족함으로 자신과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담을 높이 쌓는 일을 중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외로움과 고립감이 주는 우울감에서 벗어나려면 높은 담을 쌓아가는 삶의 방법과 삶의 태도를 바꿔야 합니다. 특히 오늘날 한국을 살아가는 우리가 크게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잘 살아가려면 남북 간 높은 담을 허물어야 하고 남북이 하나가 되는 지혜를 모아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작게는 모든 지역과 각각의 공동체에서 서로 간 차이로 인해 높은 담을 쌓아 차별로 만들지 않은 용기가 요청되고 있는 시대입니다. 한 사람을 귀히 여길 줄 모르는 탐욕에서 벗어나는 데에는 우리의 가슴에서 나오는 용기있는 손길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의 손을 잡아주어야 합니다. 생명은 용기를 매우 필요로 합니다. 그렇듯이 생명으로 움직이는 사회는 용기있는 사람이 세우는 것입니다. 우리의 가슴에서 나오는 용기로 탐욕으로 세운 벽돌을 하나씩 제거해 나가는 가을날의 성찰의 시간이시길 빕니다./대한성공회 유낙준 의장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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