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가기 전 계획을 세울 때는 또 어떤가. 친구와 함께 커피를 마시며 돌아다닐 곳을 찾고, 각자의 취향에 맞춰 여행에 대해 계획을 그린다. 어떤 동선으로 어떻게 여행을 다닐지 상상하는 것도 다가오는 설렘 중 하나일 것이다. 친구와 일정이 비슷하면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끼고, 다르다면 맞추는 것도 재미 중 하나다. 올해도 해외여행을 다녀올 생각이었다.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까진.
이 감염병이 유행한 지 반년이 훌쩍 넘었다. 우리는 건강과 일상을 뺏겼다. 비단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전 세계가 마찬가지다. 세계보건기구가 공식 집계한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는 지난 5일 기준 3510만 9000여 명에 달했다. 이 중 103만여 명은 목숨까지 잃었다. 상황은 더 어렵다고 전망한다. 누적 확진자의 20배가 넘는 7억 6000만 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을 수 있다는 게 WHO의 입장이다.
여행은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여행업계가 숨도 못 쉴 정도로 말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국내 여행사는 1년 새 1000 곳 가까이 문을 닫았고, 매출 역시 바닥을 찍었다. 업계 1위 하나투어는 2분기 매출이 95% 급감해 518억 원 영업 손실을 기록했고, 다른 회사들도 모두 적자에 허덕인다. 구조조정도 현실화되고 있다. 여행업 연관 종사자 수는 지난 7월과 8월 6만여 명씩 큰 폭으로 줄었다.
그만큼 코로나19로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발길을 멈췄다는 얘기다. 전 세계가 난리 통인 데다, 해외유입으로 신규 확진자가 꾸준히 나온다. 우리나라도 무서운데 해외를 어떻게 나가냐는 공감 섞인 말이 쏟아진다.
여행을 좋아해도, 상대는 코로나다. 최근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남편인 이일병 전 연세대 교수가 미국 여행을 떠나면서 논란이 일었다. 강 장관은 상황에 대해서 설명을 하면서도 결국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라며 사과했다.
이 전 교수가 전부터 계획했다는 게 강 장관의 입장이었지만, 여론은 냉담했다. 정부 차원에서도 지난 3월부터 해외여행 자제를 권고한 데다, 코로나 극복을 위해 한마음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의 눈높이와는 달랐다는 판단에서다.
여행을 좋아한다. 이 답답한 일상에서 떠나고 싶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국민이 코로나 극복을 위해 마스크를 쓰고, 다중 이용시설을 피하는 데 힘쓴다. 최근 추석엔 고향 방문도 안 했다. '나 하나쯤은 괜찮겠지'라는 마음은 없어야 한다. 우리 모두 여행 가지 맙시다. 조훈희 기자 chh7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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