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대명절 추석 연휴가 끝났다. 길고 길었던 연휴만큼 아직도 많은 이들이 일상생활로 돌아오고자 몸살을 앓고 있을 것이다.
이번 추석 연휴는 코로나19로 인해 예년과는 남달랐다. 전염병의 확산을 우려한 정부의 이동제한 권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늘 '명절은 가족과 함께 보내라'는 구호만 보다가 이번 명절은 '거리두기가 효'라며 서로 방문하지 말라는 구호에 매우 낯설었다.
명절에 '고향 안가기 캠페인'이라니, 사실 30년 넘게 살면서 처음 보는 풍경이다.
많은 지자체들이 '슬기로운 집콕생활', '불효자는 옵니다' 등 센스 넘치는 플래카드를 붙이며 고향 방문을 자제하길 권고했다. 유교문화가 뿌리 깊은 우리나라에서 전염병만 아니면 다신 없을 일이 아닌가 싶다.
코로나가 바꾼 추석 풍경은 이뿐이 아니다. 벌초대행 서비스 이용 건수도 크게 늘었으며 비대면 차례를 비롯해 정부 시스템을 이용한 온라인 성묘까지 인기를 끌었다.
나 역시 이번 명절은 여유로웠다. 늘 명절 전날에 가서 자고 왔었는데, 시부모님의 배려로 친척들이 모두 떠난 후에 잠시 뵙고 왔다.
몇 년 전 임신 중 장염에 걸려서 못 갔을 때를 제외하고는 10년 만에 두 번째다. 하루 더 생긴 휴일에 명절이 한결 여유로웠다.
많은 이들이 '비대면 추석'으로 장거리 운전과 거대한 차례상 차리기에서 해방됐다면서 홀가분해 했다. "그토록 지긋지긋하던 코로나 덕을 봤다"며 좋아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동안 보고싶었던 책이나 영화를 보고 명절 아침 늦잠도 자고, 연휴를 나름만의 방식으로 즐기며 재충전의 시간으로 삼았다.
하지만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도 며느리들은 눈치싸움을 해야 했다. 시부모님의 오지 말라는 이야기를 그대로 믿어도 되는 것인지 온라인 맘카페에서는 뜨거운 화두가 되기도 했다.
'아예 정부에서 좀 더 강력히 이동을 제한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라왔다.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도 며느리들은 '이번 명절엔 못 가겠습니다'라는 이 한마디를 어려워하며 전전긍긍했다.
진작에 '이번엔 오지 말라'는 시부모님의 연락을 받은 이들은 많은 며느리들의 부러움의 대상이 됐다. 의사표현을 하지 못한 채 중간에서 방관하는 남편의 모습에 서운함을 토로하는 아내들의 글들도 이어졌다.
'결국 시댁에 가야 할 것 같다'는 글에는 많은 이들의 위로가 이어졌다.
이번 '비대면 추석'을 겪으며 명절에만 가족들이 집중적으로 모이는 우리 문화가 조금씩 달라질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부모님과 가족을 보지 못해 아쉽지만 명절 스트레스에서 해방된 장점도 많이 느꼈기 때문이리라.
그동안 많은 이야기가 있었지만 시행하지 못했던 '간소한 명절'. 이 변화가 앞으로 많은 이들이 행복한 명절 풍경으로 진화하길 바라본다.
서혜영 편집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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