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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원 정치학 박사 |
나훈아 신드롬이 추석 명절을 감싸 안았다. 우리 사회와 국민에게 던져준 그의 메시지는 연일 화두에 오르고 있다. 가황 나훈아는 코로나19에 시달리는 국민에게 진심 어린 격려와 함께 "대한민국 어게인"을 외쳤다. 그렇다, 우리는 다시 이겨낼 수 있다. 대한민국은 이보다 더한 난국도 헤쳐 나온 민족이다. 위정자를 믿기보다는 국민이 바로 서면 어떤 역경도 헤쳐나갈 수 있기에, 다시 일어서자는 외침에 온 국민은 큰 박수로 답했다.
"왕이나 대통령이 국민 때문에 목숨을 걸었다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국민이 힘 있으면 위정자들이 생길 수가 없다"는 대목을 놓고 정치권은 여전히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고 있다. 아마, 가황은 위선이 아닌 진정한 정치와 권력행사를 기대한 것 같다. 전후 맥락을 살펴보면, 단순의미의 위정자(爲政者)가 아닌 사심에 빠진 위정자(僞政者)를 의미하는 것 같다. 정치의 원조 교주격인 소크라테스까지 노랫말로 불러낸 가황이다. 속 좁은 의미에서 현 정권만을 염두에 둔 적시가 아닌 것으로 생각하고 싶다.
지난 역사를 통해서 얻어 낸 통시적 관점의 심경을 쏟아낸 것이지만, 현 정권과 여야 모두가 겸허하게 새겨들었으면 한다. 게다가 공연을 마련한 KBS에도 내뱉기 어려운 고언을 했다. "KBS가 여기저기 눈치 안 보고, 정말 국민을 위한 방송이 되었으면 좋겠다"면서 "거듭 날 겁니다”라는 기대와 희망을 토로했다. 이 대목에선 KBS 입장에선 듣기가 거북해서 아마 그의 발언을 편집과정에서 삭제하고 싶었을 것이다.
노개런티로 공연한 그의 사전 주문이 치밀했던 것 같다. 예인으로서의 길을 간다지만, 작곡과 작사를 하다 보면 다양한 고심이 따를 것이다. 오죽하면 소크라테스까지 불러내 “테스 형, 세상이 왜 이래”를 되묻고 있을까 싶다. 정치학자로서도 플라톤 이전의 소크라테스는 먼 존재다. 그는 말만 남겼지, 글을 남긴 게 없다. 플라톤부터 정치학의 기둥이 세워졌다. 노랫말에 사랑과 효심을 반영시켰지만, 내심 현실을 보면서 '테스 형'을 불러낸 것 같다. 어쩌면 가황은 탁월한 낭만주의자이자 반면에 지극히 현실주의자다.
10월 3일 개천절(開天節)의 광화문 광장은 경찰 버스로 옹벽을 쌓아 기괴한 산성이 만들어졌다. 하늘이 열리고 우리 민족이 나라를 세운 날에, 코로나19 방역을 빌미로 각종 집회와 국민의 목소리가 원천차단 봉쇄돼 광화문 광장은 굳게 닫혔다. 국내에서도 기본권을 제한하는 집회 원천봉쇄는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례가 있다. 현 정권이 보여준 기괴망칙한 장벽을 보고, 국제사회는 어떤 평가를 할까. 코로나19 탓에 가뜩이나 맘과 몸이 힘든 데, 기본권마저 훼손된다면 훗날에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 현 정권은 왜 그렇게 매사에 자신이 없는지, 코로나19를 앞세운다 해도 과유불급(過猶不及)이었다.
광화문 광장을 원천봉쇄하고, 대중이 모여드는 놀이동산과 백화점은 인산인해로 풀어 놓았다. 현실이 이러니 형평성과 공정의 가치가 헷갈린다. 코로나19 관련해 쏟아지는 각종 대책과 기본권 훼손 충돌 탓에, 세계 각국에서 연일 집회가 펼쳐지고 극렬한 저항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이들 국가에선 우리처럼 원천적 차벽 봉쇄를 하지 않고 있다. 시위대는 "공포의 정치(정책), 중단하라”, “우리의 자유를 강탈하지 마라” 등 기본권 수호를 외치고 있다.
우리 정부의 이런저런 과잉대응이 점점 우려되는 수준이다. 그런데도 이런 사안을 놓고 언론은 물론 사회 각계각층에서도 침묵하고 있다. 우리는 사태의 심각성을 애써 외면하고 있으니, 국민의 기본권마저 코로나19에 감염돼 서서히 무너지는 중이다. 코로나19는 한시적 현상이지만, 기본권은 한번 무너지면 엄청난 희생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 테스 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서준원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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