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순 세종창조경제혁신센터장은 세종시가 자생력을 갖춘 명품도시로 성장할 수 있도록 스타트업 파트너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
박철순 세종창조경제혁신센터 3대 센터장이 지난달 14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 부임과 동시에 세종으로 이사했다는 그는 '푸른 숲과 멋스러운 금강이 어떤 모습으로 발전할까' 꿈을 꾼다며 세종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는다. 25년간 SK텔레콤 원클럽맨으로 근무하고, 전 KG모빌리언스 대표로 핀테크 영역에 도전했던 박 센터장은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 센터장을 맡게 돼 어깨가 무겁지만 열정은 뜨겁다.
세종시가 자생력을 갖춘 도시로 발전하는데 주역이 될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하며, 자율주행과 스마트시티를 중심으로 청년창업을 위한 그림을 그리고 있는 박 센터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세종창조경제혁신센터 3대 센터장에 취임한 지 석 달이 지났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지난 6월 16일 취임 후 지역 발전을 이끄는 분들을 찾아뵙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세종시장, 시의장을 비롯한 시의회, 주요경제기관장, 지역 대학교수, 지역구 국회의원을 직접 만나 그들의 포부와 세종시의 미래 사진을 가늠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새로 출범한 시의회 지도부의 젊음과 열정이었다. 세종시가 전국에서 가장 젊고 성장하는 도시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센터 출범 이후 5년, 그동안의 세종혁신센터의 주요 성과와 앞으로의 비전을 설명해 달라.
▲세종센터는 2015년 6월 세종시의 유일한 경제산업기관으로 설립됐다. 개소 초기 세종시의 인구가 15만이었고, 센터가 위치한 원도심은 4만5000명의 인구를 지닌 읍 단위 지역이었다. 또한, 지역경제의 기반이 되는 기업도 태반이 생계형 소상공인이거나 영세한 농식품 기업이 대부분이었다.
그동안 세종센터가 지원해온 보육 벤처기업은 현재까지 346곳이다. 투자유치 측면에서는 누적 180억 원 규모의 투자금이 지역기업에 투입됐으며, 연말까지 300억 원 규모의 투자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신규고용창출은 지난해 말 기준 350명, 보육 벤처기업의 매출액은 490억 원으로 성장했다.
이러한 세종시 창업 활성화에 대한 성과는 상대적으로 지역 자원이 풍부한 타 지자체와 비교해 뒤지지 않는 수치다.
또한, 세종센터는 질적측면에서 본원, 세종두레농업타운, 세종키움센터, 청년창업 챌린지랩, 창업빌, 메이크업스테이션 등 공간중심의 창업플랫폼을 구축하고 지역 내 대학·혁신기관 등 15개의 기관과 '세종시 창업벤처기관협의회'를 구성해 지역 창업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협업사업을 펼치고 있다.
세종시의 창업문화확산과 여성창업 활성화의 분야에서도 유치원에서 대학생까지의 프로그램을 마련해 창의·창업교육을 이어왔으며, 일반인과 재기 창업자, 경력단절 여성, 지역혁신가 등을 대상으로 하는 창업을 지원한다.
-포스트코로나 시대, 세종센터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
▲코로나19 장기화는 국민의 생활뿐 아니라, 지역 창업생태계와 기업에도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면보다는 비대면의 일상이 유지되면서 스타트업의 판로와 경영환경이 나빠지고, 무엇보다 창업 초기 데스밸리의 극복이 상당히 힘겨워지고 있다.
이에 세종센터는 코로나19 이후 대부분 지원사업을 스타트업의 경영환경 개선을 위한 직접적 지원사업으로 전환해 추진 중이다. 기관이 필요한 행사나 네트워킹보다 스타트업에 직접 기여할 수 있는 사업인 임대료·사업화·판로와 일자리 지원 등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이달 개최예정인 세종시 최대의 창업행사 '세종 스타트업위크'를 통해 지역 대학 등 유관기관과 함께 스타트업 제품의 판매채널에 집중할 계획이다. 홈쇼핑 형식의 '라이브 커머스 생방송'과 유튜브를 활용한 비대면 실시간 제품홍보인 '세종스타트업 라이브'도 추진할 예정이다.
-SK가 세종시에 지원하는 특화사업은 무엇이 있나.
▲SK는 세종센터의 파트너 대기업으로, 현재 SK텔레콤 소속 직원 2명이 세종센터에 상주해 세종센터와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세종센터와 함께 세종두레농업타운의 조성과 운영, 스마트팜 지원, 농업분야 스타트업의 발굴과 육성 등을 추진해 왔다.
올해는 대전센터와 함께 '대전세종 임팩트 프로그램 2020'을 론칭해 운영 중이며, 대전과 세종의 기술기반 소셜 스타트업을 선정해 육성·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현재 9곳을 선정해 컨설팅과 BM멘토링, 그리고 SK의 비즈니스와 연계한 상생협력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향후 세종센터는 SK와의 지속적인 협력 프로그램 발굴을 통해 센터 특화분야의 스타트업 육성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세종시는 4차산업을 선도하는 국가 시범도시다. 자율주행·스마트시티와 관련한 세종센터의 역할은 무엇인가.
▲현재 세종시는 인구와 산업 규모는 아직 열악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 갈 도시로서의 비전과 계획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신도시의 특성상 새롭게 건설 중인 건물과 도시 인프라에 디지털 센서나 제어장치를 장착하기가 아주 유리하다.
이러한 장점을 잘 살린다면 많은 기업이 세종에서 시범서비스를 하고, 이곳에서 AI의 지능화된 서비스로 발전시켜 전국으로 확산은 물론 세계 시장을 향해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세종센터는 세종시의 꿈과 비전을 구체화하기 위해 스마트시티, 자율주행 분야의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조직이다.
세종테크노파크가 5년 이상 된 기업의 성장을 지원한다면 세종센터는 5년 미만의 새싹기업들을 지원한다. 세종테크노파크가 고등학생과 대학생을 육성한다면 세종센터는 초등학생과 중학생의 성장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지역발전과 혁신을 위해 세종센터는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세종시는 신도시인 만큼 신도심의 발전과 조치원을 비롯한 구도심의 활성화라는 난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신도심은 상가 공실률이 전국 최고를 유지하고 있고 조치원읍은 과거보다 인구도 줄어 경제기관들의 유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신도심에는 스마트시티 자율주행과 같은 새로운 서비스를 준비하는 스타트업을 유치하는 공간이 절대 부족하다. 올해도 중소벤처기업부에서 공모하는 '스타트업파크' 조성 사업에 도전했지만, 다른 도시에 비해 주변 인프라나 준비가 미진하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스타트업 등 새로운 경제 주체들이 그들의 꿈을 펼칠 수 있는 공간마련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세종테크밸리내 스타트업파크와 지식산업센터의 유치를 위해 세종시와 함께 뛰겠다.
구도심 활성화를 위해서도 스마트팜 보급, 로컬푸드 확산, 도농교류 활성화 등에 노력해 왔다. 특히 두레농장에서는 '사회적 농업'을 실험하고 있다. 사회적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작물 재배와 교통 장애우를 위한 치유 텃밭을 운영 중이다. 그러나 사회적 농업이 정부의 예산지원을 받지 않고 자체 생존할 수 있는 수준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고 장애가 많다. 이를 완성하는 것이 핵심과제이기도 하다.
아울러, 세종은 다른 지역에 비해 지역 콘텐츠 발굴이 미흡하다. 금강을 중심으로 역사와 관광 상품을 로컬크리에이터를 통해 키우는 구상을 하고 있다.
/박철순 세종창조경제혁신센터장. |
▲스타트업의 후속 투자유치는 국내, 특히 지역 창업생태계의 난제인 것 같다. 시드 투자 후 시리즈 A, 시리즈 B 투자가 과거보다 많이 늘어났지만, 여전히 수도권의 유망기업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고 지역의 스타트업은 투자자를 만날 기회조차도 빈궁한 것이 현실이다.
세종시의 경우 경제규모나 창업생태계 측면에서 더더욱 후속투자가 어려운 상황임은 시리즈 A, B 투자를 받은 지역 스타트업이 거의 없다는 측면에서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이런 현실을 고려해 여러 가지 대안을 고민 중이다. 세종센터가 지난해 중기부 지정 액셀러레이터로 등록됐다. 앞으로 투자중심의 다양한 사업을 발굴할 예정이며 세종센터 주도로 개인투자조합을 결성해 GP로서 투자를 준비 중이다. 아울러 지역 내 유일한 AC로 TIPS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아이빌트와의 협력, 인접지역인 대전·충남북 투자그룹과의 연계를 통한 투자유치에 나서겠다.
또한, 정부의 모태펀드와 지자체 매칭을 통해 500억 규모의 '세종 스타트업 펀드' 조성을 세종시에 제안하려 한다. 이를 통해 투자가 필요한 지역 유망 스타트업에 집중 투자가 가능한 환경을 구축하겠다.
-임기 내 꼭 이루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한다.
▲머지않은 미래에 세종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명품도시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지리적으로 대한민국의 중앙에 있어 동서남북 어디든 2시간 내외에 도착 가능한 지리적인 입지이고, 산과 강을 인접하고 있는 지역이다. 이곳을 디지털 인프라를 더해 발전시킨다면 자연과 인간, 디지털과 아날로그, 도시와 농촌이 균형 있게 발전하는 도시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경제 기반이 취약한 세종시에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산업이 유치돼야 한다. 전통산업인 자동차나 제조업은 다른 지역이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미래 성장 가능성이 있는 신산업이면 더 좋을 듯싶다.
유력한 후보 중의 하나가 '바이오 산업'이다. 인접한 청주시가 바이오 산업에서 한발 앞서나가고 있다. 오송역이 세종 생활권 내에 있으므로 오송역과 조치원 내에 있는 대학 연구단지를 연결하는 바이오벨트가 형성된다면 세종시의 미래 먹거리 중 하나의 축이 완성될 것으로 본다. 지역 내 연구기관·대학과 협력해 세종에서 바이오 관련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하는 과제에 도전해 보고 싶다.
무엇보다, 세종센터는 세종시와 시민을 위한 조직으로 성장해가고자 한다. 시민의 경제적 삶과 시의 발전을 위한 액셀러레이터이자 지원과 조언이 필요할 때 언제든 손을 내밀 수 있는 스타트업의 파트너로서, 존경받는 리더로서 역할을 다하겠다.
●박철순 센터장은…
전남 광주출생으로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경영대학원을 수료했다. 1993년 SK텔레콤에 입사해 SK텔레콤 고문을 거쳤으며 KG모빌리언스 대표를 역임했다.
대담=이승규 세종본부장·정리=고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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