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를 가장 잘 치료하는 전공이 한의학이다. 서양의학이 많이 발전했지만 바이러스 질환은 한계가 있다. 대표적인 게 에이즈인데 확실한 컨트롤은 안 되지 않나. 대상포진도 마찬가지다. 독감도 바이러스인데 예방 주사를 맞으면 더 낫긴 하지만 걸린 뒤에 치료하러 병원에 가도 당장 낫진 않는다. 그래서 감기가 더 오래간다. 한의학은 우리 몸이 가진 면역체계를 정상작용하게 하면서 바이러스를 낫게 한다. 서양의학의 항생제는 바이러스를 대신 잡아주는 대신 무차별 폭격으로 우리 몸도 손상이 간다. 한의학은 바이러스를 우리 몸이 가진 육해공군 중 어떤 병력이 약한지 진단해 강화시키는 체계다.
코로나19 사태가 시작했을 때 보건복지부에 전화해서 코로나19 방역 체계에 한의학을 넣어달라고 요청했다. 복지부가 근거를 묻길래 첫 번째로 싸스 이후 중국 광동성이 보낸 WHO(세계보건기구) 사후보고서를 들었다. 중국 전국 사망률이 7%인데 광동성은 3.8%였다. 광동성은 중의약을 같이 썼다. 이후 중국은 메르스나 코로나19 때 중의약을 반드시 같이 참여해서 치료하라고 하고 있다. 두 번째는 한나라 시절부터 내려온 한의학 임상서적 상한론부터 나오는 내용인데 바이러스는 서양 의학도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달 '제20회 국제 침연구학술대회'가 열렸다. 코로나 영향으로 비대면으로 진행됐는데, 인상 깊거나 소개할 만한 내용이 있다면.
▲침을 놓고 뇌영상으로 찍어서 좋아지는 과정 보여주고 그런 침 효과의 과학적 기전에 대한 연구가 소개됐다. 한의학연 김형준 박사의 연구도 주목을 받았는데, 김형준 박사는 원래 컴퓨터 공학 전공이었는데 경희대 한의대와 서울대 의대 뇌영상 공부를 한 연구원이다. 좋은 연구 성과를 알렸다.
-배를 가르거나 영상을 찍는 서양의학과 달리 한의학은 보이지 않는 것, 비과학이란 편견 선입견이 있다. 한의학은 우리 몸을 강화하고 치료 기간도 오래 걸리고 효과가 안 나타난다는 인식이 있는데.
▲표준화 문제가 있고 그걸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어떤 한의원에 가면 낫고 아니면 안 낫고 이건 곤란하다. 체질진단이 다르고 표준화 과정이 잘 안 된 것이다. 표준화 위해선 한의사가 진단하는 내용을 객관적 지표로 만들어야 정량화할 수 있다. 현재 기술이전을 해 놓아서 표준화 많이 발전할 것으로 본다.
-그런 면에서 양한방 협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양방이 잘하는 것이 분명 있다. 수술기법은 양방이 잘한다. 한의학으로 모든 걸 다 치료하는 것도 아니고 서로 잘 하는 걸 협력해야 하는데 닫혀 있는 게 문제다.
▲활발히 교류하며 협업하고 있다. 매년 공동 세미나 발표도 한다. 부러운 건 중국학연구원은 부속병원을 4개나 갖고 있다. 우린 부속병원이 없다. 그게 너무 서럽다. 정부에 조그맣게라도 하나라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동안 못한 이유는 여러가진데 우리나라는 어떤 정책을 실현하고 추진할 때 한의학에 주는 기본값이 '0'이다. 고려하지 않는다. 이번 코로나도 그렇다. 세계 의학 연구기관 중 부속 병원 없는 거 우리밖에 없다. 합리적으로 추진하려고 하면 만들어져야 한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설득해야 하는데 의사계 반발이 있다. 난임에는 한의학이 확실히 효과가 있다.
-한의학 중 침 등 일부 분야를 제외하고는 치료 효과에 대해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지난 7월 23일 정부가 의사 수 확충과 함께 내놓은 4대 의료정책 중 한방첩약 건강보험 적용이 있다. 비교적 덜 드러난 사안인데 필요하다고 보는 정책인가.
▲당연하다. 그게 건강보험 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을 통과했는데 한의사뿐 아니라 중립적 위치에 있는 시민단체나 국민이 참여한 결과다. 사실 원하지 않은 건 의사밖에 없다. 전 국민이 원하면 해야 한다. 첩약 넣어 진료해도 서양의학이 가져가는 것만큼 많이 못 가져간다. 그동안 많은 국민이 한약이 비싸도 먹었다는 건 효과가 있었다는 것이다. 의학적 효과가 있으면 우리가 내는 의료보험 체계 안에 넣어 값싸게 국민이 접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지금 하는 게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4차산업혁명 시대 한의학은 어떤 식으로 접목 가능한가. 관련한 연구가 있나.
▲아주 많다. 예를 들어 원장이 돼서 한 게 인공지능 한의사였다. 양약은 데이터와수술, 한의학은 혈과 맥 짚어서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갖고 체질에 따라 처방하는데 한의학에 더 4차산업혁명 기술이 필요하다. 서양의학은 지금도 이미 많은 것이 논리구조화돼 있어 진단에 필요한 도구와 진단이 많다.
한의원에 가면 태어날 때 환자의 역사를 알고 육해공군 중 어디가 고장났는지 알아야 한다. 서양의학은 혈액검사했는데 성분이 나온 걸로 끝이고 같은 약이 처방된다면 한의학은 같은 병이라도 몸 상태가 어떻게 찌그러져 있는지에 따라 진단하고 처방한다. 그런 정보를 현재 한의원 구조에서 얻을 수 없다. 인공지능 한의사를 기획하는 건 그 사람의 히스토리뿐 아니라 생활공간에서의 히스토리까지 정보를 모아 맥의 변화·얼굴색·안색·목소리·평소 대변 등 이런 정보를 모은다. 다만 개인정보기 때문에 비밀번호는 본인이 주치의에게 전달하는 식이다. 주치의는 그 정보 받아서 인공지능 한의사에 넣어서 결과를 받게 한다. 이러면 한의학이 놀라운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취임 후 다짐했던 것들을 얼마나 마칠 수 있을 것 같나. 앞으로의 계획은.
▲계속 생각은 하고 있다. 취임 후 부속 병원 설립 빼고 다 이뤘는데 100점은 안 되고 90점은 넘을 거라 생각한다. 남은 시간 동안이라도 기회가 되면 호시탐탐 임상병원 설립을 위해 최선을 노력을 할 것이다. 지금은 새로운 일을 벌일 때는 아니다.
늘 고마운 게 원장은 직접 하는 일은 하나도 없다. 내가 연구할 땐 직접 연구하고 논문 쓰고 했는데 원장이 되니 직접 할 수 있는 게 없다. 내가 한 모든 일은 우리 연구원 구성원이 해 준 일이다. 같이 공감하고 같이 열심히 해 줘서 너무 고맙다. 대담=오희룡 교육과학부장·정리 임효인 기자. 사진=이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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