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부 신가람 기자 |
여느 때와 다름 없이 달갑지 않은 아침을 맞이하면서 휴대전화를 확인했다. 부재중 전화 몇 통과 몇 개의 문자가 와있었다. 부재중 전화는 술에 취한 지인들이 전화했을 것이라 생각해 무시했지만, 필자를 놀라게 한 건 한 문자였다.
평소 자주 만나던 친한 지인의 부고였다.
처음에는 어설픈 장난인 줄만 알고 수차례 전화를 걸고 문자를 보냈지만, 답이 없었다. 장례식장에 도착하고 나서야 비로소 현실을 깨달았다.
혼자 자취를 하던 해당 지인은 샤워를 하고 나오면서 침대 옆에서 정신을 잃었고, 사인은 28살이라는 나이에 심근경색이었다. 그렇게 20년 지기 친한 친구를 하루 아침에 잃었다.
다시 생각해보니 지인은 3일 전부터 필자가 보냈던 문자에 답장이 없었다. 다시 생각해보니 지인은 매번 혈압약을 먹고 있었고 가끔 앞이 안보인다고 했었다. 그때 심각성을 미리 알았어야 했다.
의사 말로는 고통이 없는 죽음이었을 것이라고 하지만, 위로가 되기에는 소용 없었다.
생각해보면 이 날을 계기로 인생을 대하는 태도가 많이 달라졌다. 평소에는 삶 자체를 존중했고 남들이 보기에 별 탈 없는 인생을 살고 싶었다.
하지만 이날 이후 인간이라는 본질 자체가 추구해야 할 가치보다는 필자라는 고유한 인간이 추구해야 할 가치에 집중했다. 인간이 죽고 사는 것이 이토록 간단한 세상에서 인간이 가져야 할 기본 윤리만 챙겨두고 개개인이 추구하는 신념이 더 중요하게 느껴졌다.
그러면 적어도 생전에 본인만의 철학이 있던 사람이자 본인의 인생을 잘 살았던 인간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최근 정치판을 보면 개개인의 신념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본인의 신념을 무시하고 세상을 이롭게 하기 위한 기본적인 가치 추구마저 잊고 있다면 당론에만 치우치게 되는데, 이 행위의 말로는 서로에 대한 적대감만 키우는 붕당정치가 된다.
본인들이 추구해야 할 가치조차 모르니 고개 숙여야 할 때를 모르게 되고 소통에 있어서 그들의 귀에는 경청이 없고 논쟁에 있어서 그들의 입에는 논리가 없게 된다.
누구나 아름다운 세상을 그리고 있다. 내 편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해서 무조건적인 적대감보다 적어도 '정치인'이라면 상대방이 주장하는 본질적인 가치를 파악하고 본인은 어떤 가치를 추구해야 할지 분석해야 하지 않을까.
본인의 철학도 모르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의 입장은 어떻게 헤아릴 수 있을까. 언제 눈감을지 모르는 인생에서 맞는 방향을 위한 나름대로의 성숙함을 발휘한다면 개개인 신념들의 파급효과가 나타나지 않을까.
당신은 어떤 가치를 추구하고 있는가./정치부 신가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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