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3천 번이 틀에 박힌 숫자는 아니겠지만, 우리는 누구 할 것 없이 3천 번이란 많은 회수를 넘어졌다 일어난 사람들임에 틀림없다.
우리는 살아오는 삶에서도 많이 넘어졌지만, 앞으로의 삶에도 많이 넘어지고 깨어져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넘어졌다 다시 일어나는 칠전팔기(七顚八起)의 정신으로 살아야 한다.
우리는 사기꾼한테 당해서 넘어지기도 하고, 때로는 사업 실패로, 입학시험·취직시험 낙방으로 넘어지고 살 때도 있다. 어떤 경우엔 하는 일에 운이 따르지 않아 넘어지기도 하고, 마음을 다 빼앗겼던 연인한테 실연당하는 사랑의 실패로 넘어지기도 한다. 또 복싱 선수는 상대방의 강한 펀치에 넘어지기도 하고. 축구선수는 상대방의 강한 슈팅 골에 넘어지는 고배를 마셔야 할 때도 있다.
넘어졌다 일어나는 얘기를 하다 보니, 세인들의 입에 회자(膾炙)되고 있는 로봇다리 김세진이 떠올라 오늘은 그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 그는 모든 것이 보통사람과 달랐다.
세진이는 태어날 때부터 한 쪽 손과 두 다리가 없는 장애아였다. 그는 선천적으로 오른쪽 무릎 아래와 왼쪽 발이 없고, 오른손은 엄지와 약지만 있는 '선천성 사지무형성 장애'로 뼈를 깎는 수술만 도 네 차례나 받아야만 했고, 의족을 착용해야만 했었다.
하지만 그는 온갖 악조건을 극복하고 우뚝 서는 성공의 주인공이 되었다.
넘어졌다 다시 일어나는 오뚝이처럼 세계적인 신화를 창출해낸 거였다.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엔 그 양모 양정숙 여사의 헌신적 희생적인 뒷바라지를 빼놓을 수 없다.
거기엔 양 여사의 눈물겨운 지성과 아낌없는 사랑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양 여사는 한의사였던 아버지의 가르침에 따라 어릴 적부터 봉사활동을 즐겨했다. 그러던 1998년 어느 날 보육원에서 봉사활동을 하다가 포대기에 싸인 생후 18개월 된 세진이를 발견하고, 그를 6개월 동안 돌보다가 가족들을 설득하여 그를 아들로 입양을 했다.
세진이가 장애아였지만 장애보다 더 무서운 것은 주변 사람들의 냉소적인 시선이었다. 상대해 주지 않고 완전 왕따시키려는 행동들이었다. 식당 주인은 세진이가 출입하는 것을 꺼려하고 밥을 못 먹게 했다. 택시를 타면 운전기사가 "재수 없다"고 화를 내기도 했다. 어떤 아이들은'괴물'이라며 놀려대기까지 했다.
양 여사가 세진이에게 수영을 가르치기 위해 수영장에 갔을 때 '수영장에 병이 옮는다'고 하여 양 여사는 6시간이나 청소를 한 적도 있었다. 이웃 사람들은 '앵벌이를 시키려고 입양한 것'이라며 수근대기도 했다. 세진이는 학교를 다섯 차례나 옮겨야만 했다. 어느 초등학교에서는 '중증 장애인이기 때문에 학교에서 사고로 사망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고 학교를 다니라고까지 했다.
세진이는 중1때 학교를 자퇴하고 오전에는 수영, 오후에는 공부에 매달려 9개월 동안에 중학교, 고등학교 과정을 잇달아 검정고시에 합격한 후 성균관대 대학입시에 장애인 특별전형이 아닌, 일반전형으로 당당히 합격했다.
"네가 걷는 건 중요하지 않아. 네가 나중에 걷다가 넘어졌을 때 다시 일어날 줄 아는 게 중요해. 네가 인생을 살 때도 마찬가지야."
넘어졌다 일어나는 세진이를 넘어뜨리고 또 넘어뜨리고, 이렇게 눈물겨운 교육을 한 양정숙 여사의 지극정성이 세진이를 걷게 했다. 3870M 로키산맥을 오르게 했다.10KM 마라톤을 완주까지 하게 했다. 대한민국 장애인국가대표 로봇다리 수영선수로서 금메달을 총 120개나 획득하게 했다. 실로 인간 승리가 아닐 수 없다.위대한 세진이 뒤에는 그를 마음으로 낳고, 극진히 사랑한, 멋지고도 훌륭한 양정숙 양모가 자리하고 있었다. 세진이는 초등학교 검정교과서에도 소개돼 있고, 2009년 한국스카우트연맹 '대한민국을 이끌 4명의 청소년 영웅'으로도 선정되었다.
양 여사는 결국 자신을 이해해 주지 못하는 남편과 결별하고 혼자서 딸과 아들을 키워야만 했다. 낮에는 식당 일, 새벽에는 대리운전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해야만 했다.
세진이는 훌륭한 양모의 덕분인지 피나는 노력과 불굴의 정신력 때문인지 성균관대 스포츠과학부 수시모집 일반전형에서 역사상 '최연소 합격'의 영광을 안게 되었다. 또 장애인국가대표 로봇다리 수영선수로서 세계대회 금메달을 획득하는 위대한 거인이 되었다.
3000번을 넘어졌다 일어난 사람들이, 사업에 좀 실패했다고, 취업시험에 몇 번 낙방했다고, 대학입시에 꿈을 이루지 못했다고, 절망에 빠져 한숨만 쉬고 있어서는 아니 되겠다.
아니, 사기꾼의 농락으로 가세가 기울고, 그렇게 사랑했던 연인으로부터 실연을 당했다고, 자포자기하고 비관하여, 희망과 용기를 잃어서도 아니 되겠다.
칠전팔기(七顚八起)나 백절불굴(百折不屈)이란 단어가 어떤 특정인의 것이 아니다.
누구든 마음먹은 자의 몫이 되는 것이다. 어차피 인생은 의지의 투쟁이니, 그것은 인내와 끈기로 갈고닦는 자의 몫이 되는 것이다.
꽃이 만발한 화창한 봄날도, 혹한의 설한도, 비바람 몰아치는 악천후 날씨도, 불안공포로 겁을 주며 창궐하는 코로나 같은 전염병도 영원한 것은 없다. 이 또한 지나가는 것임에 틀림없는 것이다.
백절불굴(百折不屈)의 주인공이 어디 따로 있는가?
왕후장상(王侯將相)에 씨가 없듯이 의지가 굳세고 약한 것도 자신의 마음에 달려 있는 것이다.
세진이가 훌륭한 양 여사를 만났듯이, 훌륭한 사람은 누구나 좋은 사람과 연을 맺을 수 있는 것이다. 좋은 사람을 만나려 하지 말고, 내가 좋은 사람이 돼 상대방이 빛을 낼 수 있게 해야 한다.
우리 주변에는 악조건 속에서 수 없이 넘어지고 깨어지는 사람들이 많다.
허나, 혹자 가운데는 몇 번 넘어졌다 좌절하여 일어나지 못하는 이도 있다. 드물게는 김세진 선수처럼 넘어질수록 강인하여 나무를 쓰러뜨리는 강풍도 무색하게 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는 모두 3000번이나 넘어졌다 일어난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이까짓 사소한 세파의 비바람에 쓰러져서야 되겠는가?
3000번이나 넘어졌다 일어났는데… 그까짓 사소한 일로 주저앉아서야 무엇에 쓰겠는가!
넘어지고 깨어지더라도 우리는 일어나서 힘차게 달릴 수 있어야 한다.
폭풍우 속에서도 꽃은 피어난다. 우리가 바로 미래의 주인공으로 피어날 꽃들이다.
3000번이나 넘어졌다 일어났는데… 폭풍우가 아무리 거세어도 이 또한 지나가리로다.
그까짓 폭풍우에 그냥 쓰러져서야 그 무엇에 쓰겠는가!
3000번이나 넘어졌다 일어났던 그 기개로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솔향 남상선 / 수필가, 대전가정법원 조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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