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8000억 대규모 사업 불구 '안정성 확보' 미흡했다

[기획]8000억 대규모 사업 불구 '안정성 확보' 미흡했다

사업자 참여 제한 없어 신생 법인들만 참여... 안정성 높이지 못해
사업성 확보 등 시장 변동성 파악 못해... 건전 업체 참여 없어

  • 승인 2020-09-22 17:36
  • 신문게재 2020-09-23 1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557046_194828_5632
KPIH가 제안한 유성복합터미널 조감도. 제공은 대전시
[좌초된 '유성복합터미널' 정상화 길 없나]

(상)반복되는 공모 무산 왜

(중)공모 과정 문제점

(하)정상화 해법은





위태롭게 '외줄타기'를 해오던 대전 유성복합터미널 조성 사업이 결국 또 무산됐다. 지난 10년간 공회전을 거듭해온 대전 유성복합터미널 조성 사업은 4차례 공모 끝에 2018년 선정된 사업자가 자금조달 계획을 이행하지 못하면서 또다시 좌초됐다.

유성복합터미널 조성 사업은 대전지역 숙원 사업 중 하나다. 현재의 시외버스터미널은 좁은 도로 폭으로 인해 교통체증을 유발하고 있으며, 낙후된 시설로 대전 첫 관문의 이미지가 좋지 않은 상태다. 대전시는 2011년 이후 서북부권 관문으로, 신도시 교통혁신의 거점으로 유성복합터미널 조성사업을 추진 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또다시 원점에서 재출발해야 한다. 4차 공모로 진행된 유성복합터미널 조성 사업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사업 정상 추진을 위한 향후 방향에 대해 점검해 본다. <편집자 주>



[좌초된 '유성복합터미널' 정상화 길 없나]

(중)공모 과정 문제점



유성복합터미널 사업은 추진 과정에서 바람 잘 날이 없었다. 공모 선정 과정과 이후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2017년 12월 진행된 유성복합터미널 조성 민간사업자 4차 공모에 3개 업체가 참여신청을 했다. 3개 업체 모두 공모 사업을 위한 신생 법인들로 사업 능력 여부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았다. 3차 공모 당시 컨소시엄 업체 내부 갈등으로 주체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 4차 공모 지침상에는 컨소시엄 외에도 개별 법인이 사업참가 신청서를 접수할 수 있게 바뀐 영향이었다.

그 결과 오히려 사업자에 대한 블라인드 효과가 발생했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하주실업은 자본금 8억원에 사업시행 실적이 없는 급조된 법인이었다. 더욱이 3차 공모 선정 후 포기한 롯데가 다시 입점 의향기업으로 참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반발이 확산 됐다. 사업무산의 주역인 롯데에게 다시 유성복합터미널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 준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특히 하주실업의 공동대표가 3차 공모 과정에서 불합리하다며 소송을 진행한 지산디앤씨 대표의 아들이라는 사실이 알려주면서 사업 무산의 당사자들 간 야합이라는 눈총까지 받았다.

이에 대해 대전시와 대전도시공사는 관련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며 공모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후 롯데 그룹 내부 사정 등으로 투자유치를 확정하지 않으면서 우선협상자 권한은 후순위 업체인 ㈜케이피아이에이치(KPIH)에게 넘어갔다.

KPIH도 신생법인인 점은 마찬가지였다. 재무적 투자자의 안정적인 사업비 조달 계획이 담긴 사업참여 확약서 제출이 도시공사의 본 계약의 전제조건이었다. 자본이 부실한 KPIH는 계약금 지각 납부, 불법 선분양 의혹, 주주 간 갈등 등 재무능력에 대한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8000억 규모의 대규모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안정성 확보 측면에서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다른 민간사업자공모의 경우 최소 투자금액 산정이나 기업 자본금, 기업신용 신용등급 등을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도시공사는 전문가들의 사업비 조달계획 평가로 이를 대체했다.

4차 공모 사업 추진 내내 KPIH에게 끌려간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지각 납부나 계약 기간 연장 등 사업자의 약속 불이행에도 법적 분쟁 소지를 이유로 지속적으로 편의를 봐 줬다. 계속된 공모 무산에 계약 유예기간을 두는 등 사업자에 대한 구속력은 완화하고 지위권은 보장됐다는 분석이다. KPIH의 지속된 협약 미이행에도 결국 변경협약을 체결한 후 결별할 수 있었다.

공모 사업 추진 전 원천적인 사전 작업이 부실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행 능력을 갖춘 민간사업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사업성과 공공성을 따져 사전 작업을 진행한다. 사업예정지 토지 저가 공급, 건폐율과 용적률, 층고 상향조정, 진입도로 개설 등 4차 공모 전 사업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지원책들을 내놨다. 하지만, 공모 결과 사업 능력을 갖춘 업체 간 경쟁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이는 결국 사업성 분석 자체부터 잘못됐다는 얘기다.

이광진 대전경실련 사무처장은 "공공성을 중심으로 하는 복합터미널을 무리하게 민간사업으로 추진하면서 사업이 지속적으로 지연됐다"면서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으로 안타까운 결과가 나온 측면도 있지만, 대형 공공사업으로 경험과 신뢰도가 우선시 돼야 하는데 신생법인인 시행사 중심으로 이뤄지다 보니 결국 무산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이상문 기자 ubot1357@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시 50대 공직자 잇따라 실신...연말 과로 추정
  2. [취임 100일 인터뷰] 황창선 대전경찰청장 "대전도 경무관급 서장 필요…신종범죄 강력 대응할 것"
  3. [사설] 아산만 순환철도, ‘베이밸리 메가시티’ 청신호 켜졌다
  4. [사설] 충남대 '글로컬대 도전 전략' 치밀해야
  5. 대전중부서, 자율방범연합대 범죄예방 한마음 전진대회 개최
  1.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중부권 최대 규모 크리스마스 연출
  2. 경무관급 경찰서 없는 대전…치안 수요 증가 유성에 지정 필요
  3. 이장우 "임계점 오면 충청기반 정당 창당"
  4. 연명치료 중에도 성장한 '우리 환이'… 영정그림엔 미소
  5. 대전교육청 성천초 통폐합 추진… 학부모 동의 난항 우려

헤드라인 뉴스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행정통합, 넘어야 할 과제 산적…주민 동의와 정부 지원 이끌어내야
행정통합, 넘어야 할 과제 산적…주민 동의와 정부 지원 이끌어내야

대전과 충남이 21일 행정통합을 위한 첫발은 내딛었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산도 많다는 지적이다. 대전과 충남보다 앞서 행정통합을 위해 움직임을 보인 대구와 경북이 경우 일부 지역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면서 지역 갈등으로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대전과 충남이 행정통합을 위한 충분한 숙의 기간이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1989년 대전직할시 승격 이후 35년 동안 분리됐지만, 이번 행정통..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