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공론] 네가 틀렸다-프레임의 법칙(Frame law)

  • 문화
  • 문예공론

[문예공론] 네가 틀렸다-프레임의 법칙(Frame law)

최민호/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 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

  • 승인 2020-09-22 10:58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관점에 따라 사물을 보는 해석이 다른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매우 무서운 것이기도 하다.

한 번 거짓말쟁이로 낙인이 찍히면 '콩으로 메주를 쑨다'해도 사람들은 그의 말을 믿지 않는다. 양치기 소년에게는 거짓말쟁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져 있기 때문이다.

프레임(frame) 이란 '창틀'이란 의미지만, 여기서는 관점이나 생각의 틀을 말한다.

의상업계의 혁명이라 할 수 있는 재봉틀은 바늘의 프레임을 완전히 뒤바꾸어 탄생된 발명품이다.



1819년 미국 매사츄세츠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난 엘리아스 하우(Elias Howe; 1819-1867)라는 불구자는 아내가 삯바늘질을 밤새워 하는 것이 애처로워 재봉틀을 발명하겠다고 결심하였지만 결코 쉽지 않았다.

그가 발명에 성공한 것은 꿈에 아프리카 토인에게 붙잡혀 죽게 되는 장면에서 창에 큰 구멍이 뚫려있는 것을 보고 바늘의 귀에 뚫려 있는 구멍을 바늘의 눈에 뚫음으로써 가능한 것이었다.

바늘귀를 바늘눈으로 생각을 전환한다는 것은 실로 엄청난 역발상이었으며, 이것이 곧 재봉바늘에 대한 프레임을 바꾼 것이었던 것이다.

손바느질에 의존하던 섬유업계가 200배나 빠른 재봉틀로 인해 맞이한 변화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재봉틀을 발명한 하우는 아이삭 싱거(Isaac Merrit Singer; 1811-1875)라는 사람에게 기술을 도용당하고 말았다. 싱거는 재봉틀에 노루발 기술을 덧붙여 '한 집에 한 재봉틀'이라는 홍보를 통해 바느질의 프레임을 바꾸어 세계 최고의 재봉틀 회사로 엄청난 부와 명성을 얻게 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하우는 가난한 불구자로 쓸쓸히 삶을 마감하였다고 한다.

'프레임'이라고 하는 고정된 관점을 바꾸면 세상은 전혀 다른 세상으로 보이게 된다.

예를 들어 기도하는 신자가 담배를 태운다면 지독한 불신자의 모습이지만, 담배를 태우는 시간에도 기도한다고 생각하면 이야기는 전혀 달라진다.

즉, 사람들은 동일한 현상도 관점에 따라 전혀 다르게 보이고 또 본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진실을 알려주면 옳은 결론을 내릴 것"이라는 막연하게 믿고 있지만,

"진실이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려면, 그것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기존의 프레임에 부합해야 하며, 그렇지 않은 경우 진실은 버려진다"고 주장한 사람은 미국의 인지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George Lakoff)였다.

조지 레이코프에 따르면, '프레임'이란 '인식의 틀'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인간이 세상을 바라보는 틀이나 안경으로 비유한다.

그는 인간은 살아가는 내내 모든 일상생활 속에서 이러한 프레임을 무의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이 프레임은 바로 언어를 통해서 형성된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런 예를 들고 있다.

어느 정치인이 '세금구제'라는 단어를 쓴다면 '구제'라는 단어에서 고통 받는 사람들을 떠올리고, 그러한 고통에서 구원해주는 자, 영웅이 자연스럽게 떠오를 수 있으면서, 나아가 이러한 '구제'를 방해하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악당으로 인지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금구제의 진실은 적자예산이며 인기영합주의에 무책임성으로 차세대의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는다는 것이다.

레이코프는 그러므로 언어와 이미지를 통해 프레임을 먼저 주입시키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의 유명한 저서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Don't think of an elephant!)'에서 그는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고 강조하고 있음에도 사람들은 이 말에서 코끼리만을 기억한다는 것이다.

법정스님이 '달을 가리키는데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을 보는' 심리와 흡사하다.

레이코프는 인간은 자신의 가치관을 완전히 배제한 중립에 서서 세상을 바라볼 수는 없다면서 언어에 의해 프레임에 갇히게 된다고 주장한다.

인간은 완벽하게 합리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며, 따라서 한 번 언어와 이의 프레임에 갇히게 되면 그것이 진실이든 아니든 그 프레임이 옳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프레임의 법칙'이라고 말한다.

'언어와 이미지에 의한 프레임을 선점하는 것'

이것이 특히 정치나 마케팅에 있어서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예를 들면 '착한가격' 이라는 말처럼 착하다는 언어에서 선한 프레임이 생기고, 외모가 잘 생긴 모델을 쓰거나 인물을 내세우면 그와 연관된 사안에서 옳고 정의롭다라는 프레임이 생기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레이코프에 따르면, 다른 사람에게 자신이 목격한 사실이 의미 있다고 말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프레임에서 벗어난 언어를 구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상대방의 프레임 속에서, 상대방의 언어로 얘기하면 상대방의 프레임이 작동한다는 것이다. 즉 상대방에게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프레임을 재구성해 대응하고, 다른 언어로 말해야 한다고 말한다. 프레임을 재구성하는 것이 사회의 변화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과거와 똑같은 말로 상대방을 공격하고, 정치를 하는 건 변화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고도 한다.

프레임 법칙에서는 부시 대통령과 클린턴 대통령과의 선거에서 걸프전쟁같은 안보를 강조하는 부시에게 클린턴이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라는 말로 대선에서 이긴 예를 많이 들고 있다.

즉, 상대방의 프레임 속에서 그를 반대하는 단어를 나열해서는 프레임에 갇힌 사람을 설득하기란 어렵다는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는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더불어 사는 민주사회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불협화음이 좁혀지지 않는 것은 자기의 프레임에서 갇혀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프레임은 언어와 이미지에 의해 쇄뇌된 것일 수도 있다.

평화와 안보, 성장과 복지, 개혁과 화합……

서로 조화시킬 수 있는 개념임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언어 속 프레임에 사로잡혀 있는지도 모른다. 또 그 용어와 용어의 진실된 의미가 다를 수 있음에도, 언어에 현혹되어 진실을 살피지 못하고 스스로의 가치관마저 왜곡시키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너는 틀렸고, 나만이 옳다고 주장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프레임의 법칙'을 다시 생각해 본다.

나는 내 주변사람들의 프레임에 덩달아 옳다고 주장하며 그들의 프레임에 나 스스로를 가두어 버리고 있지는 않은가?

내세우는 용어에 현혹되어 용어 속에 감추어진 진실된 의미를 살피는 신중함을 잊고 있지는 않은가?

나도 프레임에 갇혀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여, 그토록 주장하는 상대방의 의견도 한 번 쯤 살피는 배려를 무시하고 있지는 않은가?

생각해 볼 일이다.

최민호/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 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

2020082701001981800079971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유성 장대B구역 재개발 정비사업 '순항'
  2. 매출의 탑 로쏘㈜, ㈜디앤티 등 17개 기업 시상
  3. 국정 후반기 첫 민생토론회 위해 공주 찾은 윤석열 대통령
  4. 소진공, 2024 하반기 신입직원 31명 임용식
  5. 세종충남대학교병원, 세종권역 희귀질환전문기관 심포지엄 성료
  1.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시작
  2. 정관장 'GLPro' 출시 한 달 만에 2만세트 판매고
  3. 한밭새마을금고, 'MG희망나눔 사랑의 김장 나누기' 행사 진행
  4. [긴박했던 6시간] 윤 대통령 계엄 선포부터 해제까지
  5. 금성백조, 사랑의 온도탑 제막식서 1억 5000만 원 기탁

헤드라인 뉴스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충청권 현안사업·예산 초비상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충청권 현안사업·예산 초비상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치면서 정기국회 등 올 연말 여의도에서 추진 동력 확보가 시급한 충청 현안들에 빨간불이 켜졌다. 또 다시 연기된 2차 공공기관 이전부터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건설, 충남 아산경찰병원 건립, 다목적 방사광 가속기 구축, 중부고속도로 확장까지 지역에 즐비한 현안들이 탄핵정국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기 전 지역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과 선제적 대응이 절실하단 지적이다. 3일 오후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4일 새벽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가결 등 밤사이 정국은 긴박하게 돌아갔..

대전시, 연말에도 기업유치는 계속된다… 7개 사와 1195억원 업무협약
대전시, 연말에도 기업유치는 계속된다… 7개 사와 1195억원 업무협약

대전시는 4일 시청 중회의실에서 국내 유망기업 7개 사와 1195억 원 규모 투자와 360여 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협약식에는 이장우 대전시장과 정태희 대전상공회의소 회장을 비롯해 ▲㈜아이스펙 한순갑 대표 ▲㈜이즈파크 정재운 부사장 ▲코츠테크놀로지㈜ 임시정 이사 ▲태경전자㈜ 안혜리 대표 ▲㈜테라시스 최치영 대표 ▲㈜한밭중공업 최성일 사장 ▲㈜한빛레이저 김정묵 대표가 참석했다. 협약서에는 기업의 이전 및 신설 투자와 함께, 기업의 원활한 투자 진행을 위한 대전시의 행정적·재정적 지원과 신규고용 창출 및 지역..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야 6당이 4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빠르면 6일부터 표결에 들어갈 수도 있으며 본회의 의결 시 윤석열 대통령은 즉시 직무가 정지된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은 이날 오후 2시 43분쯤 국회 의안과를 방문해 탄핵소추안을 제출했다. 탄핵소추안 발의에는 국민의힘 의원을 제외한 6당 의원 190명 전원과 무소속 김종민 의원(세종갑)이 참여했다. 탄핵안에는 윤 대통령이 12월 3일 22시 28분 선포한 비상계엄이 계엄에 필요한 어떤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음에도 헌..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철도노조 파업 예고에 따른 열차 운행조정 안내 철도노조 파업 예고에 따른 열차 운행조정 안내

  •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 계엄령 선포부터 해제까지… 충격 속 긴박했던 6시간 계엄령 선포부터 해제까지… 충격 속 긴박했던 6시간

  •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2차 공공기관 이전 등 충청현안 초비상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2차 공공기관 이전 등 충청현안 초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