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수업으로 집에 머물던 인천의 초등학생 형제가 라면을 끓여 먹으려다 불이 번져 중상을 입었다. '학교라도 갔으면….' 평소 같았으면 학교에서 생활하고 있을 아이는 누구나처럼 코로나로 인해 달라진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엄마가 없는 집안에서 어린 아이들이 가스 불을 켜게 된 사정은 무엇인지, 이어진 후속보도로 알게 된 배경에 그 이유가 있었다.
형제를 혼자 키워온 어머니는 기초생활수급자로 2018년 9월부터 올해 5월까지 3차례에 걸쳐 '아동 학대 및 방임'으로 신고된 바 있다. 법원은 모친과 자녀격리 청구를 기각하고, 각각 6개월과 12개월 동안 상담프로그램에 참여토록 하는 판결을 내렸지만, 코로나로 상담을 미뤄오던 중 10일 만에 사고가 터진 것이다. 형제의 어머니는 학교 측에 원격수업 기간 중 가정보육을 하겠다고 했지만 사고 당시 형제의 곁에 어머니는 없었다. 학교에 돌봄 교실을 신청하면 급식지원이 가능하지만 한 번도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세간의 관심을 끈 이번 '라면 화재' 사고는 실상 우리 주변에 비일비재 하는 돌봄 공백의 한 모습일 뿐이다.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쥐어주고 TV를 틀어주며 곁을 비우는 부모들이 적지 않은 것처럼, 빈집에 아이를 두고 일하러 가야만 상황은 음지에서만 일어나는 특수한 상황이 결코 아니다.
현재 돌봄 교실에 나가고 있는 초등 1학년생인 우리 딸도 올해 긴급 돌봄을 제외하곤 정상 등교한 기간이 두달이 채 되지 않는다. 아이를 돌봄 교실에 보내려면 부모의 4대 보험 가입 등 맞벌이 가정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제출해야만 하는데, 점심 먹고 일찍 하교하는 1학년 아이를 케어하며 파트타임 일을 하는 엄마일 경우 맞벌이를 증명할 길이 없어 돌봄 교실에 보낼 수 없다.
일하는 부모를 위한 대책이라고 하기엔 학교 긴급 돌봄의 문턱은 그리 낮지 않다. 코로나에 울며 겨자 먹기로 가정보육을 할 수 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에서 일하는 부모의 재직 형태나 신분이 걸림돌이 되고, 그마저도 수요가 몰릴 땐 경쟁을 해야만 하는 실정이다.
돌봄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에 화재와 같은 대형사고는 언제나 잠재되어 있다. 운이 좋으면 당장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수 있지만, 운이 좋지 않으면 언제든 일어나는 것이 안전사고이지 않은가. 마치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말이다.
끝을 내다 볼 수 없는 코로나 시국에, 돌봄 공백이 사고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좀 더 세심한 대책이 필요하다. 4대 보험 정규직 맞벌이 부모를 기준으로 선을 그은 돌봄 교실의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면, 교사 인력을 채워서라도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을 구제해야 한다.
통신비 2만원이나 양육비 20만원 지원보다도 더 중요한건 '당장 애 맡길 곳이 없다'는 막막함을 채워줄 현실적인 지원책이다. 어떠한 경우에라도 안전을 보장받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미래 세대를 책임질 아이들을 위한 어른들의 최소한의 노력이지 않겠는가.
병상에 있는 형제가 하루빨리 일어나 학교로 돌아갈 수 있길 간절히 바래본다.
이은지 편집2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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