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대전전투의 목격자 전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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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대전전투의 목격자 전쟁특파원

임병안 경제사회부 차장

  • 승인 2020-09-16 14:37
  • 수정 2021-05-10 05:47
  • 신문게재 2020-09-17 18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임병안
여기 한국전쟁을 취재한 특파원 두 명이 있다. 이들은 한국전쟁 때 전시 대전(大田)에 머물며 본국에 전쟁을 겪는 남한의 참상을 타전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이들 기자 중 한 명은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내세운 미군과 함께 대전에 들어왔고 또 다른 한 명은 조선해방을 내세운 인민군과 함께 대전을 찾아와 수첩을 펼치고 펜을 들었다.

임재근 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 교육연구팀장은 논문 '한국전쟁기 대전전투에 대한 전쟁기억 재현 연구'를 통해 대전전투의 취재와 보도를 분석했다.

먼저, 미군과 함께 전쟁 중의 대전을 취재한 마거리트 히긴스(Marguerite Higgins·1920~1966)를 보자.



히긴스는 여성 기자인데 이 글에서는 삼인칭 대명사는 '그'라고 표현한다.

그는 뉴욕 헤럴드 트리뷴의 전쟁특파원으로 미군과 함께 1950년 7월 1일 대전에 도착해 여러 건의 기사를 송고했다.

1950년 7월 2일 대전역으로 도착한 미군 스미스 특임부대를 한국인들이 반겼다는 소식을 첫 기사로 3일 인민군의 한강 방어선 돌파와 남진 소식을, 9일 천안전투 묘사, 10일 인민군의 포위 전술에 대한 분석 등의 내용을 뉴욕헤럴드 트리뷴에 게재했다.

특히, 그가 7월 13일 타전한 '한국 경찰의 1200명 간첩, 게릴라 처형' 기사는 지금까지도 주목해서 연구되는 기록이다.

히긴스는 기사를 통해 한국전쟁 발발 이후 1200명 이상의 공산군 스파이와 게릴라들을 한국 경찰이 처형했다는 내용을 담았는데, 그는 김태선 내무부 치안국장이 최전방(이때는 대전이 최전방이었음)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당시에도 해당 기사는 민간인학살로 의심되는 내용으로 읽혔고, 히긴스의 해당 기사는 소련 통신사 타스통신과 북한의 조선통신사의 인용보도 후 7월 17일자 북한 해방일보에 ‘남조선서 1200명 학살’이라는 기사에도 인용됐다.

이 같은 인용보도 때문인지 히긴스는 7월 16일 대전에서 취재활동 중 한국에서 추방됐고, 그는 1951년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책을 출간해 그해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여기 또 한 명의 한국전쟁 특파원 앨런 위닝턴((Alan Winnington·1910~1983)이 있다.

그는 영국 '데일리 워커'의 기자이었으며 1950년 7월 16일부터 5주 동안 인민군의 해방전쟁을 취재했고, 7월 30일 대전 골령골 현장을 방문했다.

그의 보도는 영국 데일리 워커 8월 9일자에 '한국에서의 벨젠수용소(가스실 있는 유대인수용소의 대명사)'라는 제목으로 게재됐고, 그해 9월에는 대전 산내 골령골에서 일어난 참상을 기록한 16쪽짜리 소책자를 발간했다.

대전 민간인학살 현장을 보도한 이후 특파원 워닝턴은 영국의 여권을 박탈당하고 동독에서 거의 20년간 망명생활을 했다.

이밖에 북한은 작가들을 전선에 투입해 전시 대전(大田)을 취재했고, 미군 측에서 언론사 특파원도 대략 20여 명이 대전을 취재했다.

한국전쟁기 격전의 대전을 취재한 기자가 적지 않다는 게 놀라우면서 상대 측이 저지른 학살과 같은 민감한 사안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정작 아군 측이 저지른 학살은 철저히 외면하고 말았다는 어떻게 이해할지 숙제로 남았다.
경제사회부 임병안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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