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마음의 방역은 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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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마음의 방역은 하셨나요?

  • 승인 2020-09-17 00:28
  • 신문게재 2020-09-17 18면
  • 고미선 기자고미선 기자
거리두기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당신의 불금은 무사합니까?… 불금엔 통금이죠'

'퇴근길 한잔할까요… 아니, 방콕에서 코로나(맥주) 한잔'

'생활 방역이 문제로다… 마음의 방역이 답이지'

국내 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발생 후 8개월이 지났다.



사회적 거리두기 초기에 느꼈던 반 격리 상태의 불안감과 스트레스는 상당히 극복한 것 같다. 포스트코로나를 넘어 위드코로나 시대 '슬기로운 사회생활'을 위해서다.

타인과의 접촉을 줄이다 보니 마음이 멀어질까 걱정했지만, 전화·문자·SNS가 늘면서 오히려 쓸데없는 관심도 생겨난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는 '불타는 금요일'을 뺏었지만, 사람의 온기와 관계의 소중함을 선사했다.

처음부터 괜찮았던 건 아니다. 코로나19가 일상에 가까워질 수록 가슴이 답답하고, 구역질을 느꼈다. 되돌아보니 '코로나 블루'였다.

서로의 근황을 공유하던 지인들 역시 비슷한 증상을 경험했다고 한다. 우울감을 호소하던 코로나블루를 넘어 화를 참기 어려운 단계, 일명 '코로나 레드'를 겪었던 경험담을 톡으로 풀어놓는다.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어떻게 극복했다고?

#방콕족 A 씨 홈트를 시작하다=재택근무를 시작한 이후 살이 쪄서 너무 우울하더이다. 실외활동은 거의 없는 데다 집콕하며 간식을 즐긴 탓이지. 뚱뚱한 몸에 대한 스트레스는 더 심한 폭식을 가져왔고… 그래서 홈트레이닝을 시작했네. 처음에는 매트를 깔고 제자리 걷기만 30분씩 하다가, 운동 영상을 틀고 따라 하고, 이제는 기구를 이용한 유산소 운동도 즐기는 단계에 도착. 그래 맞아, 난 홈족(族)이야. 집 밖은 위험하니까.

#B양 정신과 상담을 받다=잠재적 확진자가 된 적 있으세요? 우울하지 않을 수 없을걸요. 지난여름 확진자와 같은 곳에 있었다는 이유로 자가격리 대상자가 됐죠. 2주간 방에만 틀어박혀 있었어요. 매일 보건소에서 전화가 오고, 어떻게 알았는지 학교 선생님과 친구들이 자꾸 문자로 이것저것 물어봐요. 혐오나 비난 대상으로 '낙인'이 찍힌 것 같아 매일 울었어요. 결국, 격리해제 후 정신과 상담을 받았죠. 의사 선생님은 공부 대신 마음방역이 먼저라고 위로하셨는데… 결국 성적이 크게 떨어졌어요. 아직도 극복 중입니다.

#주부 C 씨 아이들을 보며 위로받다=감염병은 모두에게 공평하다고? 아니 사회적 약자에게 더 가혹하지. 올여름 코로나에 장마에 태풍까지… 취약계층에게 '엎친 데 덮친 격'이었을 걸. 오랜만에 찾아간 보육원에선 자원봉사와 기부가 뚝 끊겼다고 한숨을 내 쉬더군. 추석도 다가오는데 그 어느 때보다도 힘든 명절이 될 것 같다고… 무엇보다도 안타까운 건 아이들이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가 없다는 거야. 모처럼 만의 외부인 등장에 반짝이는 아이들의 눈망울을 보며 오히려 내가 힘을 얻어서 돌아왔어. 모두가 힘든 상황이지만, 더 어려운 이들도 있다는 걸 잊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2020년 가을로 가는 길목, 코로나19가 가져온 새로운 일상의 적응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시기다. 우울감이 도질 땐 방역의 최전선에 서 있는 의료진과 취약한 상황에 놓인 이웃들을 돌아보자.

언제 다시 얼굴을 마주하고 손을 맞잡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스스로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아보면 어떨까?

'light it up like dynamite'. 우리 안에 있는 빛을 밝혀볼 때다. 다이너마이트처럼….

/고미선 세종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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