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주 충남대 교수 |
우리나라에서 페미니즘(성차별과 성적 억압을 종식시키는 운동과 이론)을 교육하고 연구하는 대학원 학과는 통상 '여성학과'로 불린다. '여성학과'는 이화여대처럼 개별학과로 운영되기도 하지만, 서울대를 비롯한 대다수의 대학은 '협동과정'으로 운영한다. 충남대도 여성젠더학과는 '협동과정'으로 운영된다. '협동과정'이란 다양한 학문분야의 교수들이 협동하여 각각의 학문분야에서 페미니즘적 시각으로 축적된 연구 성과를 활용하여 학생들을 교육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충남대의 경우 12명의 전임교수들이 여성젠더학과에 협력 교수로서 참여함으로써 타대학에 비해 상당히 규모가 큰 학과다.
1977년 이화여대가 한국에서 처음으로 '여성학'을 교양과목으로 강의한 이후, 여성학을 설치한 대학들은 모두 '여성학과'라는 명칭을 사용하였다. 그러나 충남대는 처음으로 '여성젠더학과'라는 명칭을 선택했다. 그 이유는 여성학 학문 자체의 새로운 트렌드를 반영하기 위함이다. 미국의 경우도 여성학과(Women's Studies)는 무성한 논의 속에서 젠더와 섹슈얼리티 문제 자체를 학과 명칭에 포함시키는 사례들이 현저하게 증가하였다. 이는 생물학적 여성이 사회에서 당하는 성차별과 성적 억압에 대한 다각적인 연구뿐만 아니라, 여성의 억압에 중대한 구실로 작용하는 젠더 이데올로기의 문제를 폭넓게 다루기 위한 목적이다.
어떤 학문 분야든지, 학문은 현실에 대한 기술, 성찰, 문제 해결의 비전 제시를 목표로 한다. 충남대학교의 여성젠더학과 석사 협동과정은 페미니즘 이론과 정치학을 '교육'할 뿐만 아니라,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대중 페미니즘의 부활이라는 현실을 학문적으로 기술하고 성찰하며, 페미니즘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연구에 매진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여성젠더학과는 지역의 여성운동을 위한 이론을 생산하는 역할을 담당하며, 더 나아가 지역 연구를 통해 대전의 여성뿐만 아니라 세계 여성의 지위향상을 위해 기여한다는 자못 큰 비전을 지니고 있다.
'오래된 미래'의 저자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가 얼마 전 발간한 '로칼의 미래'에서 호지는 "지역이야말로 미래 우리가 나아갈 길이다"라고 말한다. 세계화는 국제적 불평등을 심화시켰다. 그 여파로 개인들은 나날이 치열해지는 경쟁에서 낙오에 대한 두려움을 겪으며 자살과 우울증에 시달리고, 범죄가 증가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지역의 활성화가 답"이라고 역설한다. 문제는 보편적이지만, 해결방안은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충남대학의 여성젠더학과를 시발점으로 지역의 여성운동, 여성교육, 여성연구를 활성화하고, 여성젠더학과가 지역 시민들에게 여성과 젠더학 관련해서 다양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영국 더타임즈의 민간연구소인 "미래재단"은 21세기에는 여성이 지구촌에서 확실하게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5000년 가부장제의 근대적 산물인 산업사회가 초래한 환경위기, 경제의 위축, 불평등의 심화라는 당면한 문제들에 대해, 페미니즘은 경쟁이 아닌 공존, 개체가 아닌 관계, 이분법이 아닌 연속적 사유, 등등, 역사의 한 구석에서 여성들이 보존해왔던 특질들을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충남대의 여성젠더학과는 21세기 증가하는 여성 역할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김명주 충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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