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환 세무사 |
이번 공정과 정의, 조세제도 합리화를 골자로 했다는 세법 개정안에 '개인 유사 법인의 초과 유보소득을 배당으로 간주'한다는 신설법안이 있다.
사업은 개인사업자와 법인사업자 두 가지 방식으로 시작할 수 있다. 거창하게 사업이라 하지 말고 장사라고 해보자.
많은 사장님이 음식점, 슈퍼, 의류 판매, 공방 등 소자본으로 장사를 시작해 비즈니스의 세계에 발을 딛게 된다. 형편이 나아지면 장사를 키우기도 하고 다른 업종으로 변경해 확장을 시도하고 시간과 노력을 들여 성공을 향해 달린다.
소규모 자본으로 시작해 끝까지 개인사업자로 사업을 유지하는 사람도 있고, 확장하면서 법인을 신설 또는 전환하는 방식으로 사업의 규모를 키우는 일도 있다.
좋은 아이템만 가지고 있으면 성공할 수 있다고 쉽게 얘기하는 사람이 많은데 사업 아이템은 사업의 구성요소 중 하나일 뿐이다. 좋은 아이템 하나만 믿고 있을 때 누군가는 그것을 보고 더 좋은 아이템을 내놓기 마련이다. 결국에 사업에는 아이템도 필요하지만 이를 시장에 알리고 점유하기 위한 마케팅 수단, 안정적인 자금확보를 위한 매출방식, 제조든 관리든 투입되는 비용의 최소화, 이 모든 것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관리할 시스템 등 각각의 다양한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돌아가야 한다. 또 그렇게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운'이라는 요소가 따라주지 않는다면 그 사업이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은 쉽지 않다.
이런 이유로 사업의 시작 단계에서 타인의 투자를 받는 경우는 극히 드문 일이 됐다. 물론 최근 여러 신박한 아이디어로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청년 사업가들은 종종 외부투자자의 지원을 받기도 하지만 전체 사업자 중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투자를 받기 위해서는 해당 사업의 정확한 가치를 평가하고 적정가격을 책정해야 하는데 이제 막 신설한 법인이나 개인에서 전환한 소규모 법인을 평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뿐더러 신뢰성 확보도 어렵기 때문이다.
외부투자자를 통한 자본 확충보다 금융권 대출로 자금을 확보하는 것이 훨씬 수월하고 사업경영방침을 세우고 실행하기도 쉽다. 시간이 지나 회사가 안정되면 타인자본 투자를 필요치 않게 된다. 사업성과에 대한 과실을 굳이 타인과 나눌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현실이 이렇기에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1인 주주 또는 가족 주주로 구성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개인 유사 법인 초과 유보소득에 대한 간주배당에서 개인 유사 법인은 최대 주주와 특수관계자가 80% 이상 지분을 보유한 법인을 말한다. 1인 주주나 가족 주주로 이루어진 법인은 모두 해당한다. 시행령 적용이 제외되는 법인을 규정해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하는 법인에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하는데 이에 대한 정확한 정의도 기준도 없다.
유보소득은 대략 1년간 발생한 소득에서 세금 등을 차감한 금액이며 적정유보율은 이 금액의 50%와 자본금의 10% 중 큰 금액을 말한다. 1년간 벌어들인 '소득'이 현금으로 남아있건 재고나 고정자산으로 재투자돼 없어졌던 간에 이 소득금액의 반 이상을 배당하지 않으면 주주가 가져가지 않았다 하더라도 배당한 것으로 보고 개인에게 소득세를 물리겠다는 말로 간략히 이해해도 큰 무리는 없다.
이제 사업을 하시는 대표님들에게 질문 드린다. 매년 소득신고 하는 만큼 아니 그 반이라도 현금을 가지고 계시는가? 법인이 소득을 현금으로 보유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발생한 소득의 50%를 현금으로 집에 가져가도 사업 유지에 문제가 없는가? '네'라고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지 궁금하다. 현금 유동성 문제, 적정 유보 비율의 근거, 이 외에도 결손 발생 시 이중과세, 입법방식 등 다수의 문제를 가지고 있는 개정안임에도 정부에서는 단순히 개인과 법인의 과세 차이 악용을 막기 위해 과세를 강화한다는 내용으로 기사를 내보내었을 뿐이다.
물론 절세의 목적으로 법인설립을 하는 경우도 존재하나 이는 현행 법체계 내에서의 개인의 선택이다. 재난지원금 등 재정지출이 많이 어쩔 수 없이 세금이 더 필요하다면 소득의 주체인 법인에 추가로 과세하는 것이 적절하다. 개인의 미실현이익까지 세금을 물리는 것은 과도함을 넘어 부당하다. 정부와 입법자들이 조금 더 넓은 시야로 국민과 시장을 돌아보기를 바란다.
이동환 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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