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인생은 작은 인연들로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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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 인생은 작은 인연들로 아름답다

이영우 배재대 문화예술대학장

  • 승인 2020-09-10 08:13
  • 김성현 기자김성현 기자
이영우 대전미술협회장 배제대 교수
이영우 학장.
"세상에는 나쁜 사람이 많다. 그러나 좋은 사람이 더 많다."

피천득의 <인연> 중 글귀다. 내가 좋아하는 말이기도 한데 인연을 생각하고 있으면 더불어 뒤를 돌아보고 나를 다듬는 시간을 갖게 된다. 이상하게도 그러다 보면 그림창작의 방향성을 다시 한번 생각하고 세상 속의 나보다 내면의 나를 더 귀하게 여기고 조금은 소원해진 인연도 작업일지에 기록하듯 잠시 둬 버리게 된다. 그러면서 심심한 위로를 스스로에게 받고 서툰 삶에서 알아가는 재미처럼 인연도 그랬다.

젊은 날에는 인연을 늘려가려고 애를 쓰고 많은 인맥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좁혀가야 하고 소수일지라도 깊게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 들어 느끼는 좋은 점 중 하나다.

세상 적 삶이 적당히 고단해야 내면의 삶이 더 진지하게 다가올 수 있다는 지난날의 생각에는 아직도 변함이 없다. 그 고단함이 살아있는 지식과 경험을 주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경험과 살아있는 지식은 경험과 빛을 발휘하려면 사람과의 관계에서 알게 되는 걸 보면 경험에 토대는 진정성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작은 인연일지라도 진성의 마음으로 맞이하고 받아들이면 오래된 엔틱가구처럼 내 주변에 늘 있는 것 같다.

마스크를 벗어 던지지 못하고 여름을 보냈다.

이젠 서늘해져서 마스크하기가 나아졌지만, 장마진 여름에는 마스크를 착용한 입 주위의 높은 습도만큼 타인의 혐오와 수치도 올라갔다. 코로나가 장기화된 탓이겠지만 그러지 말아야 함도 알고 바이러스가 뒤에서 웃고 있을 텐데도 말이다.

마스크를 오랫동안 쓰면서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는 불안한 요소로 비치기에 충분하다. 마스크를 쓰는 일이 힘든 일이고 답답하지만 내 입에서 나는 냄새도 맡을 기회를 가지면서 나를 돌아본다 생각하면 정지된 것처럼 답답한 흐름을 이어갔지만, 자연은 변해가고 있음을 알기에 인정할 줄도 알게 된다.

마스크와의 인연(?)도 어찌 보면 나를 위한 일이 아닐까?

마스크를 쓰고도 나는 바쁘게 생활하고 있다. 나는 태생이 그런지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한다. 좋게 말하면 성실한 것일 테고 나쁘게 말하면 바쁘지 않으면 불안한 것일 거다.

시간에 쫓겨서 그림을 못하고 있어도 그림을 하기 전에 손을 풀고 에스키스 하듯이 다른 입체적인 감각으로 손을 한시도 가만히 두지 않는다.

적당히 낡은 듯한 뻣뻣한 종이를 보면 버리지 못하는 습관이 있고 단단한 종이상자도 버리지 않고 모아둔다. 종이뿐만 아니라 빈티지한 물건들도 다 포함된다.

이런 것은 손 풀기에 좋은데 무엇이라도 그리거나 그 쓰임새를 깊이 생각하다 보면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새로운 창작물로 변하는 걸 보면 재미가 솔솔 하다. 그저 내 만족이겠지만 나도 모르게 집착을 한다. 그림을 그리기 위한 나만의 의식처럼 분주하게 손놀림을 하는 걸 보면 나는 은둔을 해도 잘 지낼 자신이 있다. 은둔에는 오직 그림만 존재하기에 내 주변에 있는 물건들과 소중한 사람에게 인연이라 덧씌워 의미부여를 하는지도 모른다.

서툰 시간도 진지하면 그 결과는 결코 가볍지 않다.

삶이라는 여행 중에는 이 모두가 나의 여행의 범주에 속한다. 평생 그림을 업으로 산다는 것에는 그다지 많은 것을 필요로 하지 않을 줄 알았다.

가슴으로 채울 수 있는 따뜻한 색감의 물감만 있으면 되고 눈을 감으면 떠오르는 그리움을 빈 가슴으로 채워질 줄 알았는데 그림 하는 일이 요즘처럼 힘든 적도 없지 싶다.

코로나19는 예술인들에게도 직격탄이 되었는데 그림은 또 그렇게 빈 가슴으로 빈 화면을 채워 나가라고 내게 주문하니 그림이 가장 지독한 인연이 아닐 수 없다.

세상에는 그래도 좋은 사람이 더 많아 살 만하니 좋은 사람을 생각하면서 좋은 그림을 그려가는 것으로 내 작은 인연의 소중함으로 마침표를 찍고 싶다./이영우 배재대 문화예술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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