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6석 슈퍼여당 지휘봉을 잡은 뒤 행정수도와 혁신도시 등 충청 현안에 대한 발언이 180도 변한 데 따라 나오는 분석이다. 정치권 안팎에선 이같은 온도차를 정치권에서의 이 대표 역할론 변화에서 나오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 대표는 얼마전 국회 원내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지역 양대 현안을 콕 집어 언급했다. 통상 집권 여당 대표의 국회 연설에선 경제와 남북 문제 등 거대담론이 언급되기 마련인데 특정 지역 아젠다를 거론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것이 여의도 안팎의 전언이다.
그는 행정수도와 관련해선 균형발전을 위한 국가적 과제임을 거론하면서 "국회 내 균형발전특위가 조속히 가동돼 이 문제를 결정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혁신도시에 대해선 "2단계 공공기관 이전과 혁신도시 추가지정을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추가지정이 추진되는 곳은 전국에서 대전시와 충남도가 유일하다는 점에서 사실상 이날 발언은 충청권을 챙기기 위한 발언으로 들린다.
이 대표가 총리 재직 시절 행정수도와 혁신도시에 대해 매우 인색한 언급으로 '충청 비호감'이라는 평이 나왔던 것을 감안할 때 놀라운 변화다.
실제 그는 2017년 문재인 정부 집권 초기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개헌을 통해 청와대와 국회를 세종시로 옮기는 것에 대해 다수 국민이 동의를 해주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혀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또 2019년 초 홍성 방문에선 "혁신도시를 마구 늘려 놓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고 언급, 혁신도시 지정을 바라는 충청권에 속태우기도 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이 대표의 스탠스 변화에 대해 총리에서 여당 대표로 옷을 갈아입기까지 3년여 동안 균형발전 철학이 달라지면서 나타났기보다는 정치권에서의 포지션 변화에 따른 것으로 봐야 한다고 해석한다.
국정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하는 총리 자리에선 지역 간 이해관계가 상충 되는 사안에 대해 특정한 편에 힘을 실어주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행정수도는 수도권과 지역, 대전 충남 혁신도시의 경우 충청권과 비(非) 충청권이 의견이 충돌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당시 이 대표의 발언이 충청권에 미지근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이 대표는 정권 재창출이 지상과제인 문재인 정부 후반기 집권여당 대표이자 유력 대권 주자이기도 하다. DJP 연합 등 역대 대선에서 수차례 증명됐듯이 충청 민심을 잡는 쪽이 대선 승리를 가져갈 수 있다는 점은 정치권에서 이견이 없다. 최근 이 대표 '충청 스탠스' 변화는 참여정부 이후 일관되게 균형발전 가치를 중시해 온 민주당 당론 속에 이같은 정치적 노림수도 깔린 것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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