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중소벤처기업부의 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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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중소벤처기업부의 위상

임효인 교육과학부 기자

  • 승인 2020-09-08 17:11
  • 신문게재 2020-09-09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임효인
임효인 교육과학부 기자
'작은 것을 연결하는 강한 힘.' 어느 아침 라디오에서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캠페인을 들었다. 익히 알고 있는 낮은 음성과 정확한 발음은 박영선 장관의 것이었다. 4선 중진의 유력 정치인이 청에서 부로 승격한 부처 장관으로 자리를 옮긴다고 했을 때 새로운 도전이자 결단을 내심 응원했다. 중기부가 두 번째 장관과 함께 더 단단히 뿌리내리고 역할을 다하길 바랐다. 취임 후 얼마 안 돼 일본 수출규제가 터졌고 박영선 장관을 필두로 중기부는 국내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활동을 펼쳤다. 여러 활동이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홍보되기도 했는데 유망 강소기업을 뽑아 지원하고 자긍심을 높이는 한국형 히든챔피언 등 몇몇은 관심을 끌 만했다. 소부장 타격이 채 가시기 전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졌고 이후엔 신음하는 소상공인 지원에 애쓰고 있다.

국가 현안에 대응하기 바쁜 중기부가 최근 조금 다른 성격의 일로 지역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 중심엔 박영선 장관이 있다. 2017년 산업통상자원부 외청이던 중소기업청이 부로 승격하면서부터 제기된 세종 이전과 관련된 내용이 또 다시 나오면서다. 대전과 세종시민이 활동하는 부동산 커뮤니티에 중기부의 세종 이전이 확정됐다는 글이 올라왔다. 중기부 내부 직원으로부터 전해 들었다는 글쓴이는 내년 초 이전이 확정됐고 이전고시를 위한 작업에도 착수했다고 했다. 댓글에는 근거가 부족해 신뢰할 수 없다는 등 설전이 오갔다. 세종시 출범으로 인구 유출을 느낀 대전시민은 불안감을 호소하기도 했다.

중기부가 세종으로 가야 한다는 주장과 대전에 있어야 한다는 오랜 주장은 대개 그럴듯하다. 부처 승격 후 조직 규모가 커지면서 사무 공간이 부족하고 산자부나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와 협의가 원활하지 않다는 게 이전을 요구하는 이유다. 또 '청'들이 입주한 대전청사는 '부'로 승격한 기관 위상과 맞지 않다고, 그러므로 세종으로 이전해 타 부처와 업무 협의 등 부처로서의 기능을 다해야 하는 시간이 왔다고 말이다. 반대로 대전에 있어야 하는 이유는 중기부가 그동안 구축해 놓은 중소기업 지원 관계기관과 실질적인 대상이 대전에 있다는 것, 중기청이 중기부로 규모를 키우기 위해 대전에서의 역할과 과정이 가진 상징성을 간과해선 안 되며 미시적인 지원 정책 성향상 현장과 가까운 대전이 최적지란 시각이다. 중앙부처의 세종 이전은 균형발전 차원에서 진행되는 일인데 대전에서 세종으로의 이전은 여기 해당하지 않으며 30분이면 이동 가능한 거리를 두고 옮기는 건 혈세 낭비란 말도 있다. 이전해야 하는 이유도, 잔류해야 하는 이유도 팽팽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중기부 내부의 이전 요구가 실은 세종 이전 공무원 특별공급을 위한 것이란 씁쓸한 해석도 나온다.

최근 박영선 장관이 대전의 국회의원들을 만나 중기부 세종 이전에 대한 탐색전을 벌였다고 한다. 부처 이전을 결정할 행정안전부나 중기부 실무자는 결정되거나 논의 중인 사안이 없다고 한 상황에서 세종 이전 숙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려는 움직임일까. 박 장관이 실세 장관의 정치력으로 부처 이전을 추진하려는 모양새에 대전 지역사회는 긴장이 감지된다. 대전과 세종이 공생 관계가 아니라 서로의 것을 뺏고 빼앗기는 관계냐는 비관적 의견도 잇따른다. 정 이전해야겠다면 원만한 협의와 토론을 통해 결정할 일이지 정치적으로 접근하는 건 대전시민에게 열패감을 안길 수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위상은 그 부처가 어디 있느냐에 달려 있지 않다. 어떤 철학으로 어떤 정책을 실행하는지가 곧 조직의 위상을 결정한다. 앞으로의 행보에 주목하지 않을 수가 없다. 임효인 교육과학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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