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으로]대전 스카이 라인이 바뀌면 대전 사람의 기질도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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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속으로]대전 스카이 라인이 바뀌면 대전 사람의 기질도 변한다

신천식 한양대 특임교수.도시공학 박사

  • 승인 2020-09-07 14:50
  • 신문게재 2020-09-08 18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신천식
신천식 한양대 특임교수.도시공학 박사
인간은 자연에서 나고 자연으로 돌아간다. 자연은 인간을 만들고 인간은 자연을 닮아간다. 인간과 자연은 근원적으로 하나이며 무의식 안에서 생태자아를 공유하는 유기체적 공동체이다. 도시경관은 도시의 물리,문화적 특성이며 경제,사회적 활동을 만들고 상징적 의미와 이미지를 창조한다. 도시민은 도시의 경관과 사회.역사적 맥락 속에서 동질성과 유사점을 체득하고 경험으로 누려 정체성을 발굴하고 내재화시킨다. 도시경관은 도시 간 차이와 특징을 드러내게 하는 원천이 되며 특수한 지역성을 구체성으로 일반화 시킨다. 험한 산과 지형은 강하고 드샌 성정을 당연시하고, 너른 평야와 낮은 산과 더불어 살아온 사람의 기질은 땅과 하늘을 닮아 순해진다.

그럴듯한 명분과 공공선을 앞세우는 대규모 개발이 초래하는 환경파괴는 도시경관의 급격한 변화를 야기하여 도시민의 성향과 정체성을 왜곡하거나 변질시킨다, 무분별한 경관 훼손은 공간을 매개로 서로를 이어주는 공동의 기억을 소멸시켜 본능적인 장소 사랑을 해체한다. 자연 경관은 인간정신을 숭고함으로 고양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조지프 에디슨( Joseph Addison)은 광할하게 트인 시골, 개발되지 않은 넓은 평지, 첩첩이 늘어선 거대한 산맥, 높은 바위와 절벽과 넒은 물 앞에서는 기쁨을 동반하는 고요와 놀라움을 느낀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어느 시인은 기암절벽과 격류와 낭떠러지의 장엄함과 숭고함을 찬양하며 그것은 인간성의 부재를 극복하는 종교와 시를 잉태하고 있다고 외쳤다. 모두에게 익숙하며 지역을 상징하는 자연경관이, 경제 활성화와 부의 창출이라는 개발 논리를 극복하지 못하고 사라지는 것이 과연 온당한 일인가 고민하는 것은 자연의 은총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의무이다.

인간과 자연은 상호의존하고 상호보완하며 상생하는 존재론적 일심동체이다. 자연은 인간과 만물의 근원이며 활동과 생명을 담아내는 그릇이 된다. 동양적 사유를 빌면 인간은 자연이 제공하는 범위와 한계를 벗어나지 않으려 애쓰며, 열악한 주거 여건조차도 부분만을 수정 보완하는 비보적 해석과 실천을 칭송하며 살아왔다. 자연의 뜻을 최대한 존중할 뿐 자연을 통제하거나 조작하지 않으며 자연이 제공하는 물리적 순환적 혜택에 순응하는 삶을 당연한 미덕으로 인정했다. 대규모로 자연을 파괴하거나 개조하려는 노력은 나라를 망치거나 안락한 삶을 포기하는 어리석음으로 간주되었다. 역사에 등장하는 거대제국의 멸망원인으로 자연환경을 변형하는 대규모 토목사업 등의 무리한 추진이 거론되는 것은 당연한 인식과 통찰이었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배산임수의 아늑한 자리를 평안하고 안전한 주거명당의 요건으로 삼고 이러한 터전을 찾아서 모듬살이를 이루었다. 한양 수도론이나 신도안 천도설은 우리 민족의 전통적 주거 입지론의 집대성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들어 대전의 스카이라인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고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아졌다. 이러다간 대전을 상징하는 보문산과 식장산, 계족산과 3대 하천을 바라볼 수 없을 지경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고층아파트만 올려보고 하천과는 접하지 못하고 살다보면 대전 사람의 순하고 부드러우며 타인에게 관대한 기질이 변할지도 모른다는 걱정도 생긴다. 사람은 바라보고 살아가는 대상이 무엇이냐에 따라 생각과 행동과 감정도 바뀐다는 사실은 고금의 진리이다. 경부선과 호남선의 교차 통과지로 낙점되며 비롯된 대전의 도시 성장세가 압축성장시대를 거치며 절정으로 치닫더니 지금은 인구유출과 감소를 걱정할 지경에 이르렀다. 초고속 압축성장시대의 타성과 관행에 편승하는 초고층, 초고밀 도시개발의 유행을 심각하게 경계하고 반성하여 자연을 존중하며 공생하여 온 조상 대대로의 지혜와 슬기를 계승하기를 기대해본다.

신천식 한양대 특임교수.도시공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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