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의 설문이나 의견수렴 없이 학교의 일방적인 학사일정 변경에도 불만이 가득했지만, 이에 제시하는 담임교사의 대안이 A 씨를 더 황당하게 만들었다. 늘어난 가정체험학습 기간을 활용해 휴가 다녀오고, 신청서랑 결과보고서는 차후에 본인에게 제출만 하면 된다는 말이었다.
그간 아이에게 등교와 학교 수업을 중요하게 가르쳐 온 A 씨는 밀려오는 허탈감에 빠지고 공교육 불신이 싹트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초등학교 가정체험학습 기간이 40일까지 늘어난 가운데, 가정체험학습의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교육청은 학교 재량으로 활용하게 둔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지만, 학교에서도 담임교사에게만 전적으로 맡겨두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대전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일선 초등학교에서 시행하는 가정학습 결과보고서가 제출된 건수는 모두 0건이다. 일부 학교에 가정체험학습 시행 자료를 요청했지만, 보고의무가 없다며 거절당한 이후 집계하지 않았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대전교육청 관계자는 "학교의 가정체험학습 관련 자료는 교육청에 의무보고해야 하는 사항이 아닌데, 교육청이 자료를 요구하더라도 학교 측이 거절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현재 초등학교 가정체험학습 신청은 40일까지 늘었고, 절차상으로도 학부모가 담임교사에게 신청만 하면 된다.
담임교사도 신청서와 결과보고서를 1년에 한 번 모아서 학교에 제출하기 때문에 사실상 학부모의 신청서와 결과보고서 제출 제한시간은 없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교사들 사이에서도 현재 장기간 가정체험학습을 활용할 수 있는 가정체험학습 보고 체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모 초등학교 교사는 "학교에 일 년에 한 번 형식적으로 보고하는 수준이니, 잘 모르는 학부모가 현장체험학습 신청하면 막연하게 사고 안 나길 바라는 실정"이라고 했다.
가정체험학습 기간의 확대를 요구하던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절차상 편의도 중요하지만, 악용하는 학교를 막고 안전을 위한 보고 절차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한 초등학교 학부모는 "교육청은 알고도 모른 척하고 학교는 이를 악용하는데, 이런 식이면 언젠간 사고가 한번 터져도 이상할 게 없다"며 "대전에서만큼은 가정체험학습으로 인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불상사가 없길 바란다"고 했다.
대전교육청 관계자는 "아이들 안전에 최우선을 두고 가정체험학습의 정례 보고체계에 대해서 검토해보겠다"고 했다.
이현제 기자 gusw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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