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20년을 입장면에서 살다 보니 고향처럼 느껴진다. 이제 이사 갈 때가 되지 않았냐고 주변에서 농담으로 묻지만 나는 조금도 떠나고 싶은 마음이 없다.
이처럼 애착을 가지는 이유는 여름 과일의 왕으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는 거봉(巨峯)포도가 바로 천안 입장면에서 생산하는 특산물이기 때문이다.
1968년 입장면 독정리에 거주하는 박문용 씨가 일본에서 개량된 거봉포도 묘목을 전국에서 최초로 재배함으로써 입장면은 거봉포도의 시배지이다.
또, 천안에서 기미독립운동이 처음으로 시작된 애국충절의 고장이기도 하며 '입장거봉포도마을'은 천안 12경 중 10경에 지정되면서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기도 한다.
거봉포도는 포도 중에서 인기가 제일 좋다. 탱글탱글한 과육으로 꽉 찬 거봉포도의 상큼함과 달콤함의 그 맛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단단하면서도 부드러운 포도알은 과즙이 풍부하고 당도가 높아 국내는 물론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거봉포도는 풍부한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는데, 그 중 칼륨은 혈관을 건강하게 해주고 식이섬유는 장 건강과 소화에 도움을 준다.
게다가 각종 비타민과 미네랄도 풍부하여 피로 회복과 항암효과까지 있는 웰빙 식품이다. 그야말로 우리 몸에 필요한 복합영양소이다.
이밖에 거봉포도로 포도즙, 포도잼, 포도떡, 포도와인 등 다양한 가공품을 만들 수 있다.
자랑으로 넘치는 '입장거봉포도'의 우수성을 널리 홍보하기 위하여 천안시는 지난해 11월 27일, 경부 고속도로 서울 방향 상행선에 위치한 '입장휴게소'의 이름을 '입장거봉포도 휴게소'로 변경했다.
해마다 9월이 되면 입장거봉포도를 널리 알리고 주민들의 화합을 도모하기 위하여 입장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이틀 동안 거봉포도 전통축제가 개최된다.
다양한 프로그램 체험과 시립 예술단, 유명한 가수, 연예인들의 초대로 운동장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입장 면민들은 노래자랑을 하면서 추수의 기쁨을 나눈다.
봄부터 시작한 포도 농사 노고를 축제로 한 방에 날려 보내는 것 같다.
올해는 코로나19의 빠른 전파력 때문에 축제를 할 수 없어 참 아쉽다.
코로나가 빨리 물러가고 우리 생활이 안정되어 내년에는 입장거봉포도 축제가 다시 활기를 찾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영애 명예기자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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