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176석 거대여당 수장으로 취임한 이후 협치와 제2차 재난지원금을 고리로 대권 주자로서의 존재감을 발산하고 있다.
제1야당 국민의 힘에는 이른바 공통분모를 찾는 식으로 손을 내밀고 있고 당내 의견이 분분한 재난지원금을 놓고선 선별지급 주장을 고수하면서 강단을 보이고 있다.
이 대표는 취임 뒤 '통합의 정치'와 '정책 협치' 카드를 빼들었다. 정당 간 4·15 총선 공통 공약이나 비슷한 정강 정책을 우선 입법하는 방식으로 협치의 물꼬를 트겠다는 것이 이 대표의 구상이다.
예컨대 상법, 공정거래법 개정안 같은 경제민주화 의제의 경우 국회 특위 안건으로 올리는 등 야당과 논의테이블을 만들어 협의를 시도하겠다는 것이다.
야당 대표들과의 잇단 만남도 협치를 위한 포석으로 해석되는 데 이를 통해 코로나 19 위기 극복을 위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성과도 올렸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이 대표가 새로 선출돼 정치 상황이 바뀔 수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역시 "협치를 누구보다 믿는 분이어서 기대가 크다"며 이 대표 방문을 반겼다.
유력 대권 주자로 꼽히는 이 대표의 임기는 민주당 당헌 당규에 따라 6개 월 남짓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당장 이번 정기국회에서 야당과 접점을 찾아야만 하는 데 김 위원장과 안 대표와 협치를 위한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가시적 성과를 만들어 내기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제2차 재난지원금 문제와 관련해선 평소 자신의 신념이라고 밝힌 '선별 지급'으로 좌표를 잡아가는 분위기다.
대권 경쟁자로 전 국민 지급을 주장하는 이재명 경기지사와 자연스럽게 차별화되고 있는 것인데 이 대표 취임 이후 당정 기류는 선별 지급으로 쏠리고 있는 뉘앙스다.
정치권 일각에선 최근 의료계 파업 사태를 불러온 공공 의대, 의대 정원 등 주요 정책에 대해 민주당이 '원점 재논의' 가능성을 시사한 것도 이 대표 스타일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이 최근까지만 해도 파업 의사들에 대해 '자격 박탈'까지 운운했던 강경 기조를 보이다 유화적 기조로 선회한 것인데 이런 배경에는 평소 국민 불안 해소가 먼저라는 이 대표의 의중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이 대표는 언론인 출신 5선 의원으로 전남도지사를 거친 여권의 잠룡 중 한 명이다.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첫 번째 국무총리로 발탁돼 지난해 1월 13일 물러나기 전까지 958일을 재임한 최장기간 재임 국무총리이다.
2020년 1월 총리직에서 물러난 후, 4월15일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서울 종로구 후보로 출마 보수진영의 대권주자로 꼽혔던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와 맞붙어 승리하면서 21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지난해 8월에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60%가 넘는 득표로 같은 당대표 후보였던 김부겸 전 의원, 박주민 의원을 제치고 더불어민주당 제4대 당대표로 선출됐다.
그는 민주당 계파로 따지면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끌었던 동교동계로 분류된다. 지난 2000년 총선을 앞두고 김 전 대통령의 권유로 정계에 입문한 인연 때문이다.
전남 영광 출신으로 광주 제일고와 서울대를 나온 이 대표는 2002년 16대 대선 당시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대변인도 맡았다. 하지만 참여정부 출범 직후인 2003년 친노 세력이 새천년민주당을 깨고 나가 열린우리당을 창당할 때 이 대표는 합류하지 않았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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