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코로나 밀접접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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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코로나 밀접접촉자

방원기 정치부 기자

  • 승인 2020-09-07 00:59
  • 수정 2021-04-30 10:05
  • 신문게재 2020-09-07 18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방원기
코로나 19 확진자 밀접접촉자로 분류된 그 순간부터 일생에 느껴보지 못한 긴장감이 온몸을 휘감았다. 첫 검사 당일 목과 콧속으로 들어간 면봉의 찌릿함이 열흘 가까이 계속됐다. 다음날부터 긴장은 배가됐다. 혹여나 코로나에 감염됐을까 두려웠다. 휴대전화에서 울리는 재난문자를 볼때마다 가슴이 철렁했다. 첫 결과는 다행히도 음성이었다.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자가격리 해제까지 남은 시간은 열흘 남짓.

밖에 나갈 수 없었다. 창살없는 교도소에 갇힌 기분이었다. 흡연도 강제적으로 멈췄다. 그 누구와도 접촉할 수 없었다. 휴대전화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만이 세상과의 유일한 소통방식이었다. 난관은 음식부터였다. 격리되기 수일 전 마트에 다녀온 덕에 며칠은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그러나 금세 동이 났다. 다행히 구청에서 구호물품을 가져다줬다. 그렇게 남은 날짜 동안 구호물품으로 음식을 해결했다. 격리가 해제되기 이틀 전 마지막 코로나 검사가 시작됐다. 목과 코로 들어오는 면봉의 깊이는 한 번 겪어봤음에도 여전히 적응하기 어려웠다. 처음 느꼈던 감염병 공포가 또 다시 업습했다. 음성에서 양성으로 결과가 바뀔까 걱정이 컸다. 또 다시 세상과 생이별할 수 있다는 생각에 좌불안석이었다.



다행히 결과는 음성.

그렇게 자가격리에 해제됐고 안심하며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나 자신이 당장 불편하니 한 가지 간과한 게 있었다. 코로나 선별진로소에 나와 있는 의료진들이다. 처음 코로나 검사를 받을 때도, 격리해제 전 받았던 검사 때도 그들은 늘 그 자리에 있었다. 햇빛이 쨍쨍하게 쬐던 여름날 방호복을 입었음에도 힘든 기색을 내비치지 않던 이들이다. 진료소에서 확진자와 마주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게 의료진이다. 최근 들어 대전에 코로나 확진자가 우후죽순 늘어났다. 내가 잠시나마 2주간 들었던 감정의 불안함의 몇 배와 더운 여름날의 방호복이 주는 더위가 겹쳐져 얼마나 고될지 감사함을 느낀다. 주말을 반납하고 방역 일선을 담당하며 지역사회 코로나 방지를 위해 애쓰고 있는 지역 자치구 공무원들에게도 감사한 말을 전한다. 지금 대전에선 하루에 많게는 확진자가 10명 넘게 나오기도 한다. 그만큼 업무가 과중해지는 건 당연지사다. 갑자기 불어닥친 코로나 감염병을 나 자신부터 조심해야겠다.

음성 결과가 두 번이나 나왔고, 자가격리도 해제됐지만 그럼에도 아직은 불안하다. 혹여나 잠복기가 있을까 사람과 대면하기 두렵다. 정부에서도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를 실시했다. 당분간 지침에 따라야 한다. 잠시 힘들어도 '나 하나쯤은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이 감염병 확산에 불을지핀다.

일상이었던 삶은 이상이 됐고, 이상했던 날들은 일상이 됐다. 조금만 버텨보자. 곧 바뀔 수 있다. 이상(異常)한 삶은 과거형으로, 이상(理想)했던 날들은 일상으로.
<방원기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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