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산청 덕천서원에 핀 배롱나무꽃. 배롱나무는 붉은 꽃이 백일 동안 핀다고 '백일홍 나무'라고 불린다. 연합DB |
빛바랜 입술도
한때는
청초한 이름에 맞닿았거늘
화관을 쓰고
열 달 괴로운 어미와
목줄에 매인 아비의 이름을 얻었다
꽃잎마다
가슴 시린 밤이 피고
사라진 별은
사막 어디쯤에서
가시 꽃으로 환생했을까
이슬이 품은 허공의 무게
대답하는 이 없고
건반에 옮긴 손가락 음계를 놓친다
당신과 조율은 어땠는지
노을빛 내린 빈 의자에 걸터앉으며
수줍은 웃음 머금은
꽃의 한 생, 휴면에 든다
김명이 / 시인 |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