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 행정수도 완성에 대한 진정성 입증과 대야(對野) 협상 동력 확보, 문재인 정부의 균형발전 의지를 확고히 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 등에 따르면 2021년 본예산에 세종의사당 설계비 10억 원이 편성됐다. 3년 연속 같은 규모로 편성된 세종의사당 예산은 이로써 모두 30억 원으로 늘었다.
정부의 계속 사업으로 명맥을 유지했다는 것을 빼면 큰 의미를 부여하기 힘든 규모다. 여야가 입법부와 행정부 이원화에 따른 국정 비효율 해소에 공감하고 이에 대한 해소 방안으로 세종의사당 설치에 사실상 합의한 상황에서 너무나 기대에 못 미친 규모라는 것이다.
민주당 홍성국 의원(세종갑)이 2019년 7월 발표된 국회사무처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추계한 세종의사당 건립비용(예결위,·상임위10개, 예산정책처, 입법조사처, 사무처 일부 이전)은 7572억 원인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예산으로는 사업의 속도를 내기 어려워 보인다.
세종시는 당초 세종의사당 전체 예산 가운데 1.5%가량이 설계비로 소요된다는 점을 들어 정부에 100억 원 편성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정부가 이처럼 세종의사당 예산을 짜게 편성한 이유는 건립 계획에 대한 정치적 합의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권 안팎에선 이같은 상황이 자칫 행정수도 완성을 위한 당정(黨政)의 의지가 시들해 진 것 아니냐는 불필요한 오해를 낳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은 21대 국회 돌입이후 야당에 국회 균형발전 특위 구성을 제안하고 (가칭)행정수도특별법 제정을 추진하는 등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낙연 신임 대표 역시 취임 첫 기자회견에서 행정수도 이전 정치적 합의를 임기 내 이끌어 낼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민주당 출신 박병석 국회의장도 정기국회 개회식에서 세종의사당 설치를 여야에 당부했다. 이처럼 행정수도에 대해 잔뜩 애드벌룬은 띄우면서 정작 세종의사당 예산은 '찔끔 편성'에 그친다면 그동안 정치적 수사(修辭)에 불과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럴 경우 자연스레 행정수도 문제에 대한 대야 협상력 역시 떨어질 수 밖에 없어 보인다.
행정수도 정치권 논의를 관망 중인 정부 역시 세종의사당 예산 '찔끔 편성'에 대한 책임에서 온전히 자유로울 순 없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전후 "국민이 원한다면 개헌을 통해 국회와 청와대를 세종시로 옮길 것"이라고 수차례 언급하는 등 행정수도 완성 의지가 강력하다. 뿐만 아니라 정부 주요 국정 기조 중 하나가 균형발전이라는 관점에서 세종의사당 예산 10억 원 편성은 인구분산 효과 등 이에 대한 설치 효과를 너무 간과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세종의사당 설치 논의가 불이 붙고 있는 상황에서 관련 예산을 다수 확보해야 이 사업에 대한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길 수 있다"며 "정기국회 예산 정국에서 충청 민·관·정이 세종의사당 예산의 대폭 증액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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