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성어는 陰(숨을 음), 德(덕 덕), 陽(나타날 양), 報(갚을 보)로 구성되며, 출전은 회남자(淮南子) 인간훈편(人間訓篇)과 열녀전(列女傳) 인지편(仁智篇)에서 볼 수 있다.
음덕양보는 음덕을 베풀면 드러나는 보답(報答)이 있다. 곧 남모르게 덕을 베풀면 밖으로 드러나는 보답을 받는다.(음덕은 남이 모르게 행하는 선행, 양보는 똑똑히 나타나는 경사스런 보답이다. 간단하게 말하면, 숨은 노력은 반드시 보답을 받게 된다.)
춘추시대 초(楚)나라의 명재상(宰相)이던 손숙오(孫叔敖)의 고사가 대표적이다.
손숙오(孫叔敖)가 어렸을 때의 일이다.
어느 날 밖에서 놀다가 양두사(兩頭蛇 /머리가 둘 달린 뱀)를 보고 죽여서 땅에 묻어 버렸다. 그리고 나서 집에 돌아와 밥을 먹지 못하고 전전긍긍(戰戰兢兢)하고 있었다. 그의 어머니가 이상히 여겨 까닭을 물으니, 손숙오가 울면서,
"저는 머리가 둘 달린 뱀을 본 사람은 죽는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지금 그런 뱀을 보았습니다. 머지않아 저는 죽을 것 같습니다."라고 하였다.
그 말을 들은 어머니가 다시 물어보았다. "그래, 그 뱀은 지금 어디에 있단 말이냐?" 손숙오가 대답하길 "그 뱀을 본 사람은 죽게되므로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도록 죽여서 땅에 묻었습니다."라고 말하였다.
아들의 말을 다 들은 어머니는, "남모르게 덕행(德行)을 쌓은 사람은 그 보답을 받는다(陰德陽報)고 들었다. 네가 뱀을 죽인 것 또한 다른 사람을 위한 배려(配慮)였으므로 너는 그 보답으로 죽지 않을 것이며 숨은 행실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명성을 얻게 된다."라고 말하였다.
그 후 손숙오의 어머니 말처럼 그는 일찍 죽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가 젊었을 때도 백성들이 그의 어짊을 존경하고 따랐다. 그는 장성해서 초나라의 재상이 되어 훌륭한 재상이라는 명성을 얻게 되었다.
물론 보답을 목적으로 음덕을 베푼 것은 아니지만, 음덕을 베풀다보면 결과적으로 양보(陽報)가 따라 오게 되는 것이다.
주역(周易) 문언전(文言傳) 교훈에 '착한 일을 쌓는 집안은 반드시 남겨지는 경사(慶事)가 있다.(積善之家 必有餘慶 /적선지가 필유여경)'라 하고, 명심보감에도 착한 일을 보거든 목마른 것 같이 하며, 악한 말을 듣거든 귀머거리처럼 하라.(見善如渴 聞惡如聾 /견선여갈 문악여롱)는 말과 함께, 모든 사람들에게 경계(警戒)의 말로, 오이씨를 심으면 오이를 얻고, 콩을 심으면 콩을 얻는다.(種瓜得瓜 種豆得豆 /종과득과 종두득두)는 말이 있다. 이는 곧, 선을 행하면 경사(慶事)나 복(福)을 받게 되고, 악을 행하면 그 결과는 혹독하고 참혹한 보복이 기다리고 있음을 경고하는 교훈인 것이다.
머리 둘 달린 뱀을 죽여 다른 사람을 살리려했던 손숙오는 그 음덕으로 인하여 훗날 재상이 되었고, 또 다른 고사(故事)로는 연회장에서 신하의 난처한 입장을 모른 척 용서한 초장왕(楚莊王)의 '음덕은 나라의 강성(强盛)과 왕권강화(王權强化)라는 큰 보답을 받게 된다'는 뜻을 가진 절영지연(絶纓之宴)이라는 고사도 있다.
즉,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쌓아가는 덕행은 반드시 행복과 기쁨으로 보답을 받는다는 음덕양보의 논리야말로 따뜻한 마음을 상실해가는 이 시대에 꼭 필요한 교훈이라고 할 수 있다.
성경의 가르침에도 "너는 오른 손이 하는 것을 왼 손이 모르게 은밀(隱密)하게 하라. 은밀한 중에 보시는 너의 아버지께서 갚으시리라."(마 6:3-4) 말씀이 있다. 남이 모르도록하면서 보답을 받고자하는 생각 없이 남을 돕는다면 하나님은 반드시 복으로 갚아준다는 뜻이다.
우리 선조들은 살아가는데 세 가지 덕(三德)을 교훈으로 남기고 있다.
첫째는 남이 알지 못하는 음덕(陰德)
둘째는 마음으로 남을 도우려고 동정하는 심덕(心德)
셋째는 권력과 재물로써 남을 돕는 공덕(功德)이다.
이 가운데 가장 으뜸 되는 것은 물론 음덕이라 하였다.
진실된 덕행이란 이와 같이 음덕을 말하며, 아무 보답도 바라지 않고 누가 알아주기를 바라지도 않는 것이지만 언젠가는 세상이 훤히 알 수 있는 보답이 돌아오게 된다는 교훈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작은 공덕을 베푸는 척하면서 이를 끝없이 공치사(功致辭)하는 사람들이 매우 많아 도리어 씁쓸하다.
특히 고위 공직자나 유명 연예인 일수록 생색내기의 공덕이 심한 것을 느낄 수 있다.
연말이 되면 해마다 보이지 않는 익명(匿名)의 이웃돕기의 훈훈한 뉴스를 접하곤 하는데 그 때마다 따뜻한 세상을 느끼게 된다.
남을 대함에는 봄바람처럼 따뜻하게 하고, 자신에게는 가을 서리같이 엄격하게 대하라(待人春風 持己秋霜 /대인춘풍 지기추상)는 선현(先賢)들의 말씀이 큰 울림이 되어 부패되고 혼란한 현대인의 양심과 감정에 또 다른 이정표가 되었으면 한다.
장상현 /인문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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