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으로]코로나 낙인찍기

  • 오피니언
  • 세상속으로

[세상속으로]코로나 낙인찍기

김재석 소설가

  • 승인 2020-08-31 14:11
  • 신문게재 2020-09-01 28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김재석
김재석 소설가
지난 광복절 이후 코로나 감염자가 폭증했다. 언론은 일제히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가 이끈 8.15 광복절 집회가 기폭제가 되어 전국적인 확산을 가져왔다는 뉴스를 쏟아내고 있다. 서울은 지금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에 들어갔다. 그런데 왠지 코로나 낙인찍기란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코로나 낙인찍기란 감염자나 감염자가 다녀간 가게들이 기피대상이 되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어느 민물매운탕집은 단골고객도 많았는데 가게주인이 코로나에 걸렸다는 사실이 알려져 손님이 끊어졌다고 한다. 비단 이런 일은 개인뿐만이 아니다. 한 교회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는 뉴스가 나오면 그런 뉴스의 댓글에는 전체 교회를 싸잡아서 비난하는 글들로 도배된다. 지난 2월부터 이어져 온 사회적 거리두기로 그 어느 때보다 국민들의 코로나 피로감이 높아져 있다. 당연히 반발 심리가 작용할 수밖에…. 교회는 대면예배를 마치 장사치와 견준다며 반발하고, 의료진도 누적된 코로나 피로감과 정부 정책에 대한 불만으로 집단휴진이라는 이기주의를 서슴지 않는다. 전광훈 목사는 사랑제일교회가 코로나 테러를 당했다며 황당한 주장일지라도 일단 던져놓고 본다. 달리 생각하면 코로나 낙인찍히기가 두려운 것일까?

낙인찍기는 누군가를 비난의 대상으로 만들어 현 상황에 대한 책임전가와 상종 못할 집단으로 만들려는 데 있다. 신천지 교인 집단감염 때는 이런 논리가 보수교회의 신천지 이단 몰이와 합세하여 손쉽게 효과를 발휘했다. 그런데 지금은 낙인찍기에 대한 반발 심리만 거세졌다. 급기야는 반강제적인 사회적 거리두기에 들어가야만 하는 사태까지 왔다. 코로나는 중국같은 공산주의 사회라야만 통제가 가능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잡기가 쉽지 않다. 누구나 감염원이 될 수 있는 상황에서 백신과 치료제만이 답일 수밖에 없다. 코로나 초기, 통제보다는 집단면역을 추진한 스웨덴은 주변 국가들보다 5배에서 10배 이상 사망자가 많이 나왔다. 현재는 사망자가 거의 제로에 가까운 수준에 도달했다. 물론 확진자는 하루 평균 200여명이 나온다. 이것을 두고 방역 성공모델이냐, 실패냐를 두고 논란이 많았다. 그런데 이 모델의 다른 주목할 점은 적어도 낙인찍기는 없다는 것이다. 스웨덴 공공의료를 담당하는 청장이 '건강한 사람을 호텔에 넣고 집단감염에 걸리게 하자.'는 어처구니없는 발언까지 있었다고 하니 말이다. 유럽의 많은 국가들이 동양인, 특히 코로나 진원지인 중국인을 비하하면서 갈등의 요인으로 삼고 있는 것을 보면 코로나 낙인찍기가 얼마나 무서운가를 알 수 있다.

한국사회도 코로나 초기 '중국 우한 바이러스'라고 지칭하며 중국인 입국을 막지 않는 정부 정책에 보수진영이 집중포화를 퍼붓기도 했다. 낙인찍기를 통해 코로나19가 사라지기라도 한다면 누구 탓을 해도 용인될 수 있는 분위기이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부글부글 갈등만 끓어오른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우리 의료망이 감당할 수 있는 시간벌기이자,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하자는 것이지 종식을 가져오지는 않는다.



낙인찍기로 더 이상 사회적 갈등을 조장할 필요가 뭐가 있는가. 언론도 '사랑제일교회 확진자 몇 명'하는 식의 낙인찍기식 보도를 삼가야 한다. 일부교회에서 폭발적인 집단감염이 나왔다고 해서 의도하지 않는 일로 맹비난한다면 그들이 숨거나 반발하는 일밖에 더 있겠는가. 냉철한 의미에서 정부 의료정책도 지금은 코로나 일선에 있는 의사들에게 백번 양보해야 한다. 전쟁에서 장수를 세워놓고 이기주의적 행동을 했다고 해서 자를 수는 없다. 당신들이 영웅이라고 다시 현장에서 코로나와 싸워달라고 눈물로 호소해야 한다. 지금 코로나 일선에서 방호복을 입고 폭염 속에서 묵묵히 환자를 돌보는 의료인들이 있다. 그들이 지치지 않도록 갈등을 대립으로 풀지 말고, 진정성으로 풀 때 국민들이 그 마음을 헤아릴 것이다.

김재석 소설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고교 당일 급식파업에 학생 단축수업 '파장'
  2. 대전 오월드서 에어컨 실외기 설치 작업자 추락해 사망
  3. 열악했던 대전 여성노숙인 쉼터…지원 손길로 '확 달라졌다'
  4. "뿌리부터 첨단산업까지… 지역과 함께 혁신·성장하는 대학"
  5. 대전 중구 교육부 평생학습도시 신규 선정 '중구가 대학, 온마을이 캠퍼스'
  1. 대전교사들 "학교 CCTV 의무화, 사건 예방에 도움 안돼" 의무화 입법에 반발
  2. 계룡산성 道지정문화재 등록 5년째 '보류'…성벽과 기와 무너지고 흩어져
  3. 대전 금고동 주민들 "매립장·하수처리 공사장 먼지에 농사 망칠판" 호소
  4. 사랑의 재활용 나눔장터 ‘북적북적’
  5.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헤드라인 뉴스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탄핵정국 속 두 쪽으로 갈라진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고 민주주의가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4·2 재보궐선거 본 투표 당일인 2일 시의원을 뽑는 대전 유성구 주민에게선 사뭇 비장함이 느껴졌다. '민주주의의 꽃' 선거를 통해 주권재민(主權在民) 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발현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저마다 투표소로 향한 것이다. 오전 10시에 방문한 유성구제2선거구의 온천2동 제6투표소 대전어은중학교는 다소 한산한 풍경이었다. 투표 시작 후 4시간이 흘렀지만 누적 투표수는 고작 200표 남짓에 불과했다. 낮은 투표율을 짐..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국내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이 약 9500여 만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40대 차주의 평균 대출 잔액은 1억 1073만 원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은 9553만 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지난 2012년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이다. 1인당 대출 잔액은 지난 2023년 2분기 말(9332만 원) 이후 6분기 연속 증가했다. 1년 전인 2..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숨겨진 명곡이 재조명 받는다. 1990년대 옷 스타일도 다시금 유행이 돌아오기도 한다. 이를 이른바 '역주행'이라 한다. 단순히 음악과 옷에 국한되지 않는다. 상권은 침체된 분위기를 되살려 재차 살아난다. 신규 분양이 되며 세대 수 상승에 인구가 늘기도 하고, 옛 정취와 향수가 소비자를 끌어모으기도 한다. 원도심과 신도시 경계를 가리지 않는다. 다시금 상권이 살아나는 기미를 보이는 역주행 상권이 지역에서 다시금 뜨고 있다. 여러 업종이 새롭게 생기고, 뒤섞여 소비자를 불러 모으며 재차 발전한다. 이미 유명한 상권은 자영업자에게 비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 한산한 투표소 한산한 투표소

  •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