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빚투, 영끌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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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빚투, 영끌의 시대

원영미 편집부 차장

  • 승인 2020-08-31 07:51
  • 수정 2021-05-09 16:35
  • 신문게재 2020-08-31 18면
  • 원영미 기자원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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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최근 주식시장에 '빚투'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 '빚투'란 빚을 내서 주식에 투자하는 것을 일컫는 용어다. 올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함께 시작된 '동학개미운동'을 통해 주식시장으로 흘러든 자금에 힘입어 코스피는 수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달에도 개미들은 하루 평균 30조 원이 넘는 주식을 거래하며 한국 주식시장을 움직이는 큰손으로 떠올랐다. 그런데 자금의 출처가 문제다. 물론 여윳돈 투자도 있겠지만 빚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너무 크다. 한국금융투자협회의 통계에 따르면 신용거래융자잔고(8월 21일 기준)가 약 16조 원을 기록했다. 지난 3월과 비교하면 5개월 만에 무려 9조 원이 늘어난 수치다. 이 수치는 이전에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역대 급'이란다.

#.부동산 시장에선 '영끌'이란 말이 유행이다. 은행대출을 '영혼까지 끌어당겨' 아파트를 산다는 뜻이다. 아파트값이 계속 오르자 젊은 세대들은 '오늘이 가장 싸다'면서 매매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지난 2분기 기준 주택담보대출이 15조 원 증가했는데, 이는 1년 전과 비교하면 두 배 늘어난 수치다. 빚보다 소득이 많아서 갚을 능력이 된다면 문제는 없다. 하지만 불확실한 경제 상황과 맞물리며 높은 가계대출에 대한 경고음은 계속 나오고 있다.

#.집 근처 복권 가게 앞, 아무리 많게 보아도 중학생 정도밖에 보이지 않는 남자 아이 셋이 로또 용지를 들고 모여 자기들끼리 수다를 떨고 있었다. 복권을 사려는 것 같았다. 차 안에서 그 광경을 보던 남편이 한소리를 한다. "미성년자는 복권 못 사잖아? 요즘은 어떻게 저런 어린애들까지 한방만 노리는 지…. 큰 일이다, 큰 일." 그 아이들이 실제로 복권을 샀는지는 모르겠으나 어린 아이들이 '로또 대박'을 꿈꾸고 있는 듯한 모습은 씁쓸하다.

이처럼 사회 전반에 '한방'을 노리는 분위기가 만연하다. 인생역전을 위해 '빚투'를 하고, '영끌' 대출로 부동산 투자에 올인하는 것이 안타깝다. 로또 당첨을 꿈꾸는 학생까지. 왜 이런 일들이 늘어날까.



씁쓸한 현실을 마주하며, 어릴 적 부모님의 모습이 겹쳐졌다. 그 시절의 엄마와 아빠는 휴일에도 쉬는 걸 본 적이 없었다. 착실하게 돈을 벌어 자식들 가르치고, 조금씩 재산을 늘리며 부지런히 사셨다. 철없던 나는 '도대체 왜 저렇게 일만 하며 힘들게 사실까'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두 분이 편안한 노년을 보내는 지금은 그것이 옳았음을 알게 됐다.

지금은 모든 사람이 대박, 한방만 바라고 사는 것 같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노력 없이 얻어지는 것은 없으며, 쉽게 얻는 열매는 달콤한 만큼 위험하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19세기 영국의 평론가이자 지식인 존 러스킨(John Ruskin)의 수많은 어록 중 하나로 글을 마친다.

"노동이 먼저이고, 보답이 그 다음이 될 때 창조주인 신이 당신의 주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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