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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전미연 옮김│열린책들
수술 중 사망한 판사 아나톨 피숑이 천국에 도착한다. 자신이 죽었다는 걸 깨닫지 못한 채 그는 천국의 변호사, 검사, 판사를 차례로 만난다. 살아있을 때 판사였는데 죽자마자 피고인이 된 것. 골초였던 그는 폐암에 걸렸고, 인력이 부족한 휴가철 한복판에 수술을 받았지만 결국 소생하지 못했다. 그는 이제 심판에 따라 천국에 남아 있을 수도 있고, 아니면 다시 태어나야 할 수도 있다. 다시 태어나는 쪽이 형벌이다.
아나톨은 자신이 좋은 학생, 좋은 시민, 좋은 남편 및 가장, 좋은 직업인으로 살았다는 주장을 펼친다. 아나톨의 변호를 맡은 수호천사 카롤린도 그의 삶에서 좋은 점을 부각하려 애쓴다. 하지만 검사 베르트랑은 생각지도 못한 죄를 들춰낸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희곡 『심판』은 작가 특유의 비틀기에서 나오는 유쾌한 웃음이 압축돼 있다. 비틀기를 위해 곤충과 동물 등 타자적 시선을 활용해 온 그는 이번 작품에서 천상의 법정과 천사를 등장시킨다. 지상과는 다른 가치 체계와 도덕 규범이 작동하는 천국을 배경으로, 인간의 삶 속 사회적 문제나 편견을 자연스럽게 건드린다.
과연 아나톨은 다시 태어나야 하는 '삶의 형'을 피할 수 있을까. 원제는 '천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Bienvenue au paradis)'이며 2015년 프랑스에서 출간돼 4만 부 이상 판매됐다. 프랑스에서는 2017년, 2018년, 2019년 무대에 올랐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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