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세종청사 통근버스 승차장에 버스가 대기 중이다. /중도일보 DB |
통근버스가 자칫 공무원과 지역사회 집단감염의 매개체가 될 수 있는 만큼 운행을 자제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최근 서울과 경기지역 확진자가 하루 200명 이상씩 나오면서 정부가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수위를 2.5단계 수준으로 격상했지만, 아직도 매일 수천 명의 공무원이 수도권 각지를 도는 통근버스에 몸을 싣는다. 이는 정부의 '지역 간 이동자제' 지침에 역행하는 모습이다.
▲정부세종청사 통근버스 43개 노선에 하루평균 56대 운영
30일 행정안전부 정부청사관리본부에 따르면 올해 통근버스는 43개 노선에서 하루평균 56대(수도권 6개권역 38대, 대전·오송 등 9개권역 18대)가 운행 중이다. 2013년 88개 노선 165대로 정점을 찍은 후 2016년 57개 노선 104대, 2017년 52개 노선 84대, 2018년 36개 노선 65대로 줄었다가 지난해 45개 노선 74대로 늘었다.
통근버스 예산은 2014년 99억600만 원을 기점으로 감소세를 보여왔다. 2017년 86억9000만 원에서 2018년에는 69억500만 원까지 줄었다가 지난해 76억1200만 원으로 증가했다.
올해 예산은 66억4000만 원으로 지난해보다 9억7000만 원이 깎였다. 청사관리본부는 행안부·과기부 추가 이전으로 예산과 노선이 증가세를 보였지만, 지난해 6월과 올해 초 일부 개선안을 통해 노선을 통합·감축했다고 설명했다.
▲세종시 출범 10년 되어가는데… 아직도 서울 사는 공무원 실어 날라
정부세종청사 통근버스의 하루 평균 이용객은 2000명 수준으로 추정된다.
수도권 통근버스는 세종청사에서 사당·양재·목동·잠실 등 이동인구가 많은 서울 지하철역과, 과천청사·평촌·수원·죽전역 등 경기·인천권으로 향한다.
이들은 매일 왕복 3시간이 넘는 출퇴근을 감당하거나, 월요일 오전 세종으로 출근해, 금요일에 다시 수도권 집으로 돌아간다.
수도권 발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이들을 바라보는 지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세종시민 이모 씨는 "세종시가 출범한 지 10년이 되어가지만, 여전히 서울에 사는 공무원들을 세종으로 실어 나르고 있다"며 "공무원 특별분양까지 받아놓고, 혈세로 운영하는 버스를 타고 출퇴근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또 다른 시민 강모 씨는 "지난 3월 정부세종청사 내 부처 직원들이 코로나19에 무더기 확진되면서 지역사회에 전염사태를 불러온 만큼 당분간만이라도 통근버스 운행을 멈춰야 한다"며 "재택근무 등 유연근무제 유도, 버스 운행축소와 폐지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근 혁신도시 통근버스 운행중지 요청, 세종은?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지자 인근 혁신도시는 수도권 통근버스 운행 중단 권고에 나섰다.
충북 진천군은 지난 25일 충북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에 통근버스 운행 중단, 이전 공공기관 유연근무 확대 등을 요청했다. 충북도는 전날 행정명령을 통해 혁신도시 등 충북~수도권 출퇴근 통근버스 운행 중단을 강력히 권고하기도 했다.
통근버스를 이용하는 한 공무원은 "평일에는 45인승 버스에 15~20명이 창가 쪽으로만 이용하기 때문에 대중교통보다 안전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월요일 출근과 금요일 퇴근 때는 사람이 많아 옆자리가 걱정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청사관리본부는 통근버스 탑승 시 마스크 착용 확인, 공무원증 등 신분증 검사, 탑승 중 마스크 사용 등을 강력히 권고하고 있다.
청사관리본부 관계자는 "통근버스 중단·감축 지침은 내려온 것이 없지만, 수도권 지역의 장거리 출·퇴근자의 재택근무 독려 협조공문을 각 부처에 보냈다"며 "내년에는 절반 정도 없애고, 2022년도에는 완전히 폐지한다는 계획안은 갖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고미선 기자 misuny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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