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영 선임연구위원 |
반면, 자전거나 킥보드와 같이 개인교통수단은 많이 증가했다.
갑천처럼 자전거 인프라가 잘 갖추어진 곳은 말할 것도 없고 도로시설이 충분치 않은 시내에서도 자전거를 타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다.
통계로도 확인된다. 세종시가 운영하는 공공자전거 '어울링'의 경우, 올 상반기 52만여 건이 이용돼 지난해보다 280%가량 증가했다.
요즘 자전거 점포에서는 자전거가 없어 못 판다고 한다. 자전거제조업체인 삼천리자전거의 올 상반기 매출은 작년 대비 35%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500% 증가했다고 한다.
늘어난 것은 자전거뿐 아니다. 전동킥보드와 전동휠로 대표되는 퍼스널 모빌리티도 마찬가지다.
서울의 경우, 공유 전동킥보드가 2018년 대비 100배 가까이 증가했다. 여기에 퍼스널 모빌리티는 올 12월부터는 법적으로 자전거도로를 이용할 수 있다. 시속 25㎞ 미만, 중량 30㎏ 미만의 개인형 이동장치에 한 해 자전거도로를 이용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됐기 때문이다.
요컨대, 자전거보행자겸용도(겸용도로)를 이용하는 자전거 교통량이 늘고 이용주체도 보행자, 자전거, 전기자전거, 전동킥보드 등 다양해졌다는 말이다.
문제는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인프라다. 자전거도로와 자전거보관소는 변화 이전의 수준에 머물고 있다.
특히, 대전시의 자전거도로는 80%가 겸용도로인데, 그동안에도 크고 작은 사고가 빈번했다. 여기에 자전거와 다른 수단들이 더해진다면, 보행량이 많은 겸용도로는 그야말로 시장통이 될 수도 있다.
보행자와 교통수단과의 마찰은 근본적으로 속도의 차이 때문이다. 평균 시속 15㎞의 자전거와 4㎞ 수준인 보행자가 동일 공간을 공유함으로써 마찰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여기에 시속 25㎞까지 주행할 수 있는 전기자전거와 전동킥보드까지 합세하게 되면 문제는 좀 더 심각해질 것이다.
어떤 대책이 효과적일지는 분명치 않다. 그렇지만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교통적인 측면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이질적인 수단들을 분리해서 운영하는 것이다. 외국처럼 자전거전용차로나 자전거전용도로를 만들어 분리하는 것이다. 그러나 당장 실행할 수 있는 대안으로는 한계가 있다. 자동차와의 관계, 도로공간 재배분 등 여러 가지 교통 이외 고려해야 할 점들이 있기 때문이다.
현실적이고 단기적인 개선책은 기존 겸용도로를 개선하는 것이다. 최우선으로 보행교통량과 공간을 고려하여 겸용도로 존치와 분리 여부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 보행량이 아주 많다면 분리해야 한다.
다음으로, 겸용도로 내 자전거도로의 위치를 조정하고 구조적으로 시거(視距)를 확보해 사고를 예방하는 데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 또한, 보도턱과 단차, 포장면은 자전거뿐 아니라 전동킥보드까지 고려해 재정비해야 한다. 현재의 자전거도로는 26인치 자전거휠을 기준으로 정비됐으나 전동킥보드는 10인치 내외이기 때문에 단차나 포장면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이다.
자전거이용자가 많아진 만큼 운영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교차로 횡단보도에서 녹색시간은 자동차가 아닌 보행자와 자전거를 배려해야 한다. 많은 교차로에서 자동차 신호가 녹색일 때, 동일방향으로 보행 신호를 주고 있는데, 자동차 신호보다 짧다. 우회전하는 자동차를 배려하기 위함인데, 자전거나 보행자가 우선이라면 당연히 바뀌어야 하는 부분이다.
자전거 보관도 신경 써야 한다. 자전거보관소는 10년 전이나 20년 전이나 그대로다. 눈·비는 물론 도난을 예방하도록 진일보된 자전거 보관에 대한 정책적 검토가 필요하다.
코로나19와 기후위기로 우리 사회는 두렵고 혼란스럽다. 그러나 변화는 반드시 기회를 동반한다. 변화를 지속 가능한 사회로 만드는 기회로 삼는 지혜가 필요하다.
대전세종연구원 이재영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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