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첫 교회에 대한 이미지는 '따뜻함' 이었다. 사근사근한 말투의 교회 아주머니는 어린 내게 "엄마와 함께 일요일에 꼭 교회에 와"라며 만날 때마다 사탕이나 과자를 쥐어주셨다.
어느 크리스마스에 동네 친구의 전도를 받아 처음 가본 교회는 반짝반짝한 불빛과 노랫소리가 가득한 신나는 곳이었다. 하지만 일요일 아침마다 교회를 가는 일은 어린 나에겐 너무 힘들어서 결국 몇 번 못가 포기했다. 부모님도 무교셨던 터라 자연스럽게 교회와 멀어졌다. 하지만 교회에 대한 좋은 이미지는 늘 가슴 한 편에 남아 있었다.
다시 교회에 나가게 된 것은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다. 우리 학교는 미션스쿨이라 일반 학교의 합창단 대신 '선교단'이 있었다. 입학식 날 선교단의 공연에 깊이 감동한 나는 오디션을 봐 선교단에 들어가게 되었으며 다시 교회에 다니게 되었다. 늘 찬송을 부르고 매주 교회에 가고 성경도 읽으며 나름 열심히 교회 생활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대학에 가면서 학교생활의 재미에 푹 빠진 나는 다시 교회와 멀어졌다. 가끔 가기는 했지만 아르바이트 등 수익의 10%를 내야하는 십일조도 부담스러웠고(물론 강요는 아니었다), 어릴 때는 몰랐던 교회 내 사람들 간의 다툼 등도 보이기 시작해 불편했다.
사실 이것저것 다 핑계이고, 교회를 위해 시간을 내며 희생하기에는 신앙이 부족했다. 정말 헌신적으로 열과 성을 다해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들에 비하면 난 너무 건성이었다. 그래도 난 늘 다시 종교생활을 하게 된다면 교회에 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나의 이러한 오랜 생각들이 흔들린다. 전국을 다시금 '코로나 공포'로 몰아넣은 일부 기독교인들의 몰지각한 행동 때문이다.
지난 15일 광화문에서 있었던 집회로 대한민국은 다시 큰 위기상황에 빠졌다. 24일 오전을 기준으로 11일간 코로나 확진자는 무려 2895명이었으며 이중 사랑제일교회와 관련된 확진자는 900명에 육박하고 있다.
몇몇 확진된 신도들의 행태는 더욱 기가 막히다. 확진된 줄 알면서도 보건소 직원에게 침을 뱉거나 껴안는가 하면, 병원에서 탈출해 도주한 사례도 있다.
우리나라는 종교의 자유가 있고, 신념의 자유가 있다. 그렇다고 그들의 자유와 신념으로 전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기에 빠트릴 수는 없는 일이다.
성경에는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가르치고 있다. 방역당국과 정부에 협조하지 않는 그들에게 묻고 싶다. 지금 그들의 행태가 성경의 가르침에 진정 부합하는지.
그동안 무더위에도 마스크를 쓰고 하루하루 버텨온 많은 국민들은 지금 허탈하고 분노하고 있다.
부디 지금부터라도 성경의 가르침대로 이웃을 향한 진정한 배려의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네 이웃를 사랑하라'고 했거늘, 네 이웃을 감염시키지는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서혜영 편집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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