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정 시인 |
그냥 와서 구경하라고 해도 마음의 여유가 없어 전시나 공연을 볼 수 없는 분들이 있다. 저마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 가타부타 어떤 말을 하기가 어렵다. 당장 생계가 급한데 "문화예술 공연을 통해 삶의 질을 높여보라"고 말하면 미친놈 소리 듣기에 딱 좋다.
문화예술을 즐기는데 무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의외로 많다. 입장을 하는데 몇 천원을 내라고 하면 발길을 돌린다. 뒷모습을 보고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국민소득 3만 불 시대에 이 광경을 만든 원인을 찾는다면 문화체육관광부라고 말하고 싶다.
문예진흥기금의 일부를 받아 전시하는 작가나 단체의 책(작품집이나, 시선집, 문예지)을 만드는 경우 입장료나 책값을 작가나 단체가 결정해서 구경 오는 분들이나 책을 읽고 싶은 분들에게 비용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문예진흥기금이 작가나 예술단체에 도움이 되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그런데 이 기금이 관람객이나 독자들에게 문화예술을 즐기는 데에는 돈을 내지 않아도 된다거나, 헐값이어야 한다는 사고를 뿌리내리게 했다. 그렇다고 문예진흥기금을 받지 않을 수도 없는 것이 문화예술인들의 현실이다.
작년과 재작년 문체부에서 진행한 작은 서점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서점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독자들을 만나거나 시민들을 만나 문학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참가비를 받으려고 하자, 쉽지가 않았다. 세금으로 운영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안 된다는 게 답이었다. 서점의 사정이나 작가의 사정을 프로그램 운영 단체에 이야기해서 적은 금액이지만 일정 부분 참가비를 받을 수 있었다.
대전시립미술관의 성인 입장료가 500원이다. 시민들의 세금으로 운영하니까 최소의 최소 비용도 안 되는 돈을 받고 있다고 본다. 입장료를 500원에서 5000원으로 올린다면 어떻게 될까. 그동안 전시 구경을 왔던 시민들이 발길을 끊을까. 그럴 가능성도 있다. 아직 관람료를 10배로 올리지 않았지만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5000원으로 올려서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참여 작가에게 물질적인 도움을 주면 어떨까.
생활에 여유가 없는 분들은 무료로 입장을 허용하더라도 오기가 쉽지 않다. 돈이 없어 전시나 공연을 볼 수 없는 분들을 위해 정부는 복지카드를 만들어 운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럼 세계 10위 권 경제 선진국이라는 우리나라에서 문화예술을 즐기는 데 무료라는 인식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부끄러운 모습이 아닐까.
코로나 19사태로 문화예술인들뿐만 아니라 많은 분이 어렵다.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여유도 전보다 힘들어졌다. 모임 공간은 더욱 위축되었다.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면 전시나 공연 공간은 점점 협소해 지거나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문화예술 관련 단체들은 독자들을 만나고 갤러리들을 만나려면 예전보다 더 많은 땀이 필요하다. 다들 힘들지만, 문화예술인들은 이번 사태가 벽 중의 벽이다.
무료입장이나 문예 진흥기금 후원으로 만들어진 공연이나 전시도 코로나 19 이후 사람들의 발길이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이런 현실 앞에서 문화예술을 적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보라고 말하려니까 답답해진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제 문화예술이 공짜라는 인식을 벗어야 할 때다. 그래야 예술인이 조금이나마 생활이라는 단어로 숨을 쉴 수 있다. 굳이 여기서 문화가 강한 나라를 꿈꾼 백범 선생님의 말을 빌려오지 않더라도 말이다. 문예진흥기금에 대한 문화체육관광부의 시선 변화를 기다린다. /김희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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