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퍼플아레나를 추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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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퍼플아레나를 추억하며

  • 승인 2020-08-23 22:27
  • 수정 2021-05-01 10:59
  • 신문게재 2020-08-24 18면
  • 금상진 기자금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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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부 금상진 기자
축구장이 다시 열렸다. 코로나19로 무관중 경기로 진행됐던 K리그가 관중 입장이 허용되면서 수개월간 닫혀있던 문을 열었다. 총 입장객 대비 10%내 입장이라는 제한이 있었지만 평소 친분이 있었던 팬들 대부분과 조우할 수 있었다. 이들 대부분은 지난해까지 대전시티즌의 서포터로 활동했던 열성팬이었다. 짧게는 5년에서 10년 이상 축구를 직관(경기장에서 직접 축구를 관람)했던 이들이다.

기자 역시 대전월드컵경기장을 13년째 출입하고 있다. 입사 이전부터 대전 구단과 인연을 이어온 것을 감안하면 15년이 넘는다. 유성톨게이트 앞 작은 둔덕에 조성된 과수원에 경기장 후보지 표지판이 세워지고 터파기 공사가 들어가고 골조가 세워지고 지금의 경기장 모습이 갖춰지는 모습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경기장의 탄생(?)을 지켜본 만큼 경기장에 대한 추억도 많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2002 한·일 월드컵 이탈리아전이다. 설기현의 동점골, 안정환의 역사적인 골든골이 명장면이었지만 기자 에게는 전반 18분에 들어간 비에리의 선제골이 인상적이었다. 골이 들어간 직후 경기장은 작은 탄식과 함께 수 초간 정적이 흘렀다. 4만에 달하는 관중석 대부분이 일체의 숨소리도 내지 않았던 보기 드문 순간이었다. 18년의 세월이 흐르고 지금까지 수많은 축구경기를 직관했지만 그때만한 정적의 순간은 경험하지 못했다.

월드컵 이후 대전월드컵경기장은 대전시티즌의 홈구장으로 사용됐다. 이듬해인 2003년은 경기장 개장 후 가장 뜨거웠던 한해였다. 만년 꼴찌구단 대전이 해체 위기를 넘기고 연승을 이어가는 이변을 일으키며 시민들을 경기장으로 불러들였다. 주말이면 2만이 넘는 관중들이 경기장을 메웠고 평균관중 1만 9천, 주중 최다관중 4만 3천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다. 대전이 '축구특별시'로 불렸던 해가 바로 이때였다. 팬들이 많이 찾은 만큼 사건 사고도 많았다. 당시 대전과 앙숙 관계였던 수원과의 경기에서는 서포터끼리 잦은 충돌을 일으키며 급기야 경찰 병력이 출동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월드컵서도 일어나지 않았던 경기장 소요사태(?)가 K리그에서 일어나는 아이러니한 풍경이 펼쳐진 것이다. 2006시즌 이후에는 '퍼플아레나'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했다. 대전의 상징 색깔이었던 자주색과 서포터즈 퍼플크루에서 착안한 별칭이다. 공식 명칭으로 지정되지는 않았지만 대전시티즌이 마케팅의 일환으로 종종 활용하면서 대전월드컵경기장의 또 다른 이름으로 자리 잡았다.



2020년 퍼플아레나는 또 한 번의 큰 변화를 맞이했다. 대전시티즌이 기업구단으로 전환되면서 경기장 운영권도 대전하나시티즌으로 이관됐다. 월드컵 이후 마땅한 활용방안 없이 적자로 운영됐던 경기장이 스포츠인들을 위한 새로운 장소로 탈바꿈 할 전망이다. 2002한일월드컵 16강의 성지, 시민구단 대전시티즌의 20년 역사가 담겨 있는 추억의 공간에 드라마 같은 역사적인 스토리가 전개되기를 기대해본다.
금상진 기자 jod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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