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암환자에게 어떤 의사가 가장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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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 암환자에게 어떤 의사가 가장 좋을까?

이승훈 을지대학교의료원장

  • 승인 2020-08-20 09:24
  • 김성현 기자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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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 원장.
요즘은 암을 진료하는 의사 선생님들도 전문화, 세분되어 있다. 신경외과의 예를 들자면 뇌종양만 진료하시는 선생님들이 계시고, 뇌종양 중에서도 뇌수막종, 뇌하수체종양, 청신경초종, 뇌기저부종양 등 양성 종양을 보시는 분, 그리고 신경교종 뇌전이 암 등 악성 종양을 전공하는 분들로 나뉘어 있다. 양성 종양은 수술만으로도 치료가 가능하고, 악성 종양의 경우는 수술 방사선치료 항암치료 등의 방법을 동원해야 하는 등 환자마다 사정에 맞는 치료 방침을 결정해야 하므로 다른 분야보다는 깊은 지식과 경험 그리고 환자에게 애정과 시간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분야의 우월성을 알아보는 방법의 하나가 좋은 논문을 많이 쓰는가, 치료 경험이 얼마나 많은가, 새로운 시도를 연구하고 있는가 등을 들 수 있다. 하지만 너무 유명해서 1-2분 진료하는 바쁜 의사는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병원의 중요한 보직이나 세계학회 회장과 같은 큰일을 하시는 분들은 사실 무척이나 바쁘다. 수시로 면담이 가능하고 충분히 이야기할 시간이 있는 병원의 의사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큰 병원이라고 유명한 의사라고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일차 치료나 이차 치료 이후에 재발했을 때 그리고 어려운 수술, 예를 들면 췌장암 수술 같은 경우는 예외일 수 있다. 꼭 그렇지는 않지만, 종교를 가진 의사가 더 좋을 수도 있다. 어떤 선배 의사분의 '수술 전날 기도하는 의사를 원하는가 아니면 술 마시는 의사를 원하는가?'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일리 있는 이야기다. 그리고 가능하면 암 전문병원을 선택한다. 최근에는 각 대학병원에 암센터가 설치되어 있다. 암 전문병원에서는 여러 분야의 의사들이 다학제 진료 등 협진이 활발하기 때문이다.

최근에 우리나라는 병원마다 첨단의 치료 기기를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치료 기기를 보고 병원이나 의사를 선택하지 말아야 한다. 치료기기가 전적으로 암 치료에 도움이 되는 경우는 매우 적다. 오히려 비싼 치료기기를 적극적으로 권하는 병원은 경계해야 한다.



필자는 처음 환자가 오면 다른 의사분에게 한 번 더 의견을 물어보고 오라고 권한다. 이를 '세컨드 오피니언'이라고 하는데, 한 의사의 결정이 절대적이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완치가 어려운 암일수록 여러 가지 의견이 있을 수 있고 한 사람의 판단이 전적으로 옳다고 볼 수 없다. 그런데 대학병원의 경우 너무 많은 환자가 몰리기 때문에 시간을 가지고 자세히 상담해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때 무심코 던진 한마디는 벼랑에선 환자와 보호자를 끝없는 혼란에 빠뜨린다. 의사들은 자세한 설명을 통해 환자가 받아들이고 선택하게 해야 한다. 의사는 환자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 때문이다.

플라톤은 훌륭한 의사가 해야 할 일 중 1/3이 사람에게 매력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백의를 입은 의학에서 부족한 점은 바로 이 매력이다. 당신이라면 진짜 의학으로 치료받고 싶은가? 아니면 매력 있는 의학으로 치료받고 싶은가. 삶에서 참으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면 완벽함이 아니라 인간적인 것을 추구하게 된다. 누군가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것, 그가 의미를 찾도록 격려해주는 것, 새로운 가능성에 대해 긍정해주는 것, 그가 중요한 사람임을 알게 해 주는 것, 자기 판단이나 자학을 하지 않도록 이끌어 주는 것 등이 삶에 용기를 북돋워 주고 새로운 삶을 살게 하는 일이다.

사실 의사나 간호사가 환자를 치료하는 데 있어서 그 지식과 기술은 큰 차이가 없다. 암 치료 기술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의 수준이며 특히 암 수술은 우리나라 의사가 더 잘한다. 이러한 배경에는 우리나라 의사들은 고등학교 때 최상위 수준의 학생으로 의과대학교에 입학해 6년간의 대학 교육을 받고 졸업한 다음에도 5년 이상의 엄격한 전공의 과정을 거친 전문의이기 때문에 의술에서는 세계 최고다. 여기에 친절과 겸손한 면을 갖추게 되면 최고 중의 최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승훈 을지대학교의료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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