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미란의 세상읽기] 몰랐다면 더 큰일이다

  • 오피니언
  • 세상읽기

[황미란의 세상읽기] 몰랐다면 더 큰일이다

  • 승인 2020-08-19 09:50
  • 수정 2022-07-06 12:30
  • 황미란 기자황미란 기자
황미란
"참새는 해로운 새다"

1958년 어느날 농촌마을을 시찰하던 모택동은 낱알을 쪼아 먹는 새떼를 보고 크게 분노했다. 식량증산에 열을 올리던 그의 눈에 참새는 없어져야할 존재, "농민의 적, 참새를 박멸하라" 그는 외쳤고, 이 한마디에 대대적인 참새 소탕작전이 시작됐다. 국영 연구기관도 "참새 한 마리가 매년 곡식 2.4㎏을 먹어 치우니, 박멸작전에 성공한다면 70만명분의 식량을 더 수확할 수 있다"며 모태동의 혜안에 찬사를 보냈다. 속전속결 베이징에 참새 섬멸 지휘부가 설치됐다. 시민 300만명이 동원돼 도심 전역에서 독이 들어간 과자를 뿌리고 꽹과리와 냄비를 두들겼다. 참새들은 독약을 먹거나 허공을 날다 지쳐 땅바닥 떨어졌다. 소탕작전 사흘만에 40만 마리, 1년 동안 중국 전역에서 무려 2억 1만 마리가 죽임을 당했다. 그렇게 참새는 중국에서 사라졌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인가. 풍년이 올 거라고 굳게 믿었건만 현실은 정 반대였다. 참새가 사라진 들판에는 메뚜기와 각종 해충들이 창궐했고 농작물은 초토화 됐다. 먹이사슬 파괴가 가져온 대재앙. 놀란 모택동은 궁여지책으로 소련에서 매년 참새 20여만 마리를 수입해 들판에 풀어놨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결국 참새를 소탕한 첫해부터 대흉작이 시작됐고 3년간 중국 국민 4000만명이 굶어 죽었다. 이 일이 단초가 돼 그는 국가 주석에서 물러났다.

"다주택자는 적폐다"



정부는 처음부터 집값 폭등의 주범으로 다주택자를 지목했다. 심지어 한 여당 의원은 "북한이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다주택자를 때려 잡아야 한다"고도 했다. 대출을 틀어막고, 세금폭탄을 퍼붓고, 퇴로까지 차단했다. 위헌 논란 속에서도 '임대차 3법' 소급적용을 밀어부쳐 숨통을 더 좼다. 참새 소탕작전처럼 급하고 거칠다.

"집값만은 잡겠다"던 정부의 호언장담이 드디어 실현되는 걸까? 하지만 그 결과가 불안하다. 전셋값이 치솟다 못해 매물이 종적을 감췄고, '패닉 바잉'에 조용하던 다세대·연립주택마저 들썩이고 있다. "다주택자 잡다가 세입자 잡을 판"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그런데 다주택자는 정말 부동산 시장의 악당일까?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40% 이상이 전·월세 등 임대주택에 산다. 수도권은 절반 가까운 수치다. 그중 공공임대주택 거주 비율은 전국 평균 7.6%, 서울은 6.4%에 불과하다. 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턱없이 적은 물량. 그 공백을 메워주는 것이 바로 다주택자다. 이유 막론하고 투기꾼으로 몰린 그들의 여분 주택은 국민 3분의 1에게 따뜻한 보금자리로 제공된다. 죄(?)가 없다 할 수는 없지만 졸지에 참새 신세가 된 다주택자, 그들의 또 다른 이름은 '임대주택 최대 공급자'다.

정부는 왜 이 순기능을 간과한 것일까? 몰랐다면 더 큰 문제다. '주말에 외식 6번하면 1만원 환급' 코로나19 재확산 우려에도 다소 황당한 경기 부양책을 내놨다가 시행 하루만에 슬그머니 거둬들였다. 그간의 부동산 대책도? 합리적 의심을 부른다. 24번의 땜질처방에 벌써 부동산 생태계가 망가져 버린 것은 아닐까. 집 가진 사람도 집 없는 사람도 고달픈 세상이다. 편집2국 편집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학대 마음 상처는 나았을까… 연명치료 아이 결국 무연고 장례
  2.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3. 원금보장·고수익에 현혹…대전서도 투자리딩 사기 피해 잇달아 '주의'
  4. [대전미술 아카이브] 1970년대 대전미술의 활동 '제22회 국전 대전 전시'
  5. 대통령실지역기자단, 홍철호 정무수석 ‘무례 발언’ 강력 비판
  1. 20년 새 달라진 교사들의 교직 인식… 스트레스 1위 '학생 위반행위, 학부모 항의·소란'
  2. [대전다문화] 헌혈을 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3. [사설] '출연연 정년 65세 연장법안' 처리돼야
  4. [대전다문화] 여러 나라의 전화 받을 때의 표현 알아보기
  5. [대전다문화] 달라서 좋아? 달라도 좋아!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시와 충남도가 행정구역 통합을 향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홍성현 충남도의회 의장은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 지방소멸 방지를 위해 충청권 행정구역 통합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대를 갖고 뜻을 모아왔으며, 이번 공동 선언을 통해 통합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공동 선언문을 통해 두 시·도는 통합 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하기 위한 특별..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