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8년 어느날 농촌마을을 시찰하던 모택동은 낱알을 쪼아 먹는 새떼를 보고 크게 분노했다. 식량증산에 열을 올리던 그의 눈에 참새는 없어져야할 존재, "농민의 적, 참새를 박멸하라" 그는 외쳤고, 이 한마디에 대대적인 참새 소탕작전이 시작됐다. 국영 연구기관도 "참새 한 마리가 매년 곡식 2.4㎏을 먹어 치우니, 박멸작전에 성공한다면 70만명분의 식량을 더 수확할 수 있다"며 모태동의 혜안에 찬사를 보냈다. 속전속결 베이징에 참새 섬멸 지휘부가 설치됐다. 시민 300만명이 동원돼 도심 전역에서 독이 들어간 과자를 뿌리고 꽹과리와 냄비를 두들겼다. 참새들은 독약을 먹거나 허공을 날다 지쳐 땅바닥 떨어졌다. 소탕작전 사흘만에 40만 마리, 1년 동안 중국 전역에서 무려 2억 1만 마리가 죽임을 당했다. 그렇게 참새는 중국에서 사라졌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인가. 풍년이 올 거라고 굳게 믿었건만 현실은 정 반대였다. 참새가 사라진 들판에는 메뚜기와 각종 해충들이 창궐했고 농작물은 초토화 됐다. 먹이사슬 파괴가 가져온 대재앙. 놀란 모택동은 궁여지책으로 소련에서 매년 참새 20여만 마리를 수입해 들판에 풀어놨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결국 참새를 소탕한 첫해부터 대흉작이 시작됐고 3년간 중국 국민 4000만명이 굶어 죽었다. 이 일이 단초가 돼 그는 국가 주석에서 물러났다.
"다주택자는 적폐다"
정부는 처음부터 집값 폭등의 주범으로 다주택자를 지목했다. 심지어 한 여당 의원은 "북한이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다주택자를 때려 잡아야 한다"고도 했다. 대출을 틀어막고, 세금폭탄을 퍼붓고, 퇴로까지 차단했다. 위헌 논란 속에서도 '임대차 3법' 소급적용을 밀어부쳐 숨통을 더 좼다. 참새 소탕작전처럼 급하고 거칠다.
"집값만은 잡겠다"던 정부의 호언장담이 드디어 실현되는 걸까? 하지만 그 결과가 불안하다. 전셋값이 치솟다 못해 매물이 종적을 감췄고, '패닉 바잉'에 조용하던 다세대·연립주택마저 들썩이고 있다. "다주택자 잡다가 세입자 잡을 판"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그런데 다주택자는 정말 부동산 시장의 악당일까?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40% 이상이 전·월세 등 임대주택에 산다. 수도권은 절반 가까운 수치다. 그중 공공임대주택 거주 비율은 전국 평균 7.6%, 서울은 6.4%에 불과하다. 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턱없이 적은 물량. 그 공백을 메워주는 것이 바로 다주택자다. 이유 막론하고 투기꾼으로 몰린 그들의 여분 주택은 국민 3분의 1에게 따뜻한 보금자리로 제공된다. 죄(?)가 없다 할 수는 없지만 졸지에 참새 신세가 된 다주택자, 그들의 또 다른 이름은 '임대주택 최대 공급자'다.
정부는 왜 이 순기능을 간과한 것일까? 몰랐다면 더 큰 문제다. '주말에 외식 6번하면 1만원 환급' 코로나19 재확산 우려에도 다소 황당한 경기 부양책을 내놨다가 시행 하루만에 슬그머니 거둬들였다. 그간의 부동산 대책도? 합리적 의심을 부른다. 24번의 땜질처방에 벌써 부동산 생태계가 망가져 버린 것은 아닐까. 집 가진 사람도 집 없는 사람도 고달픈 세상이다. 편집2국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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