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10년이 지나고 다시 이사를 하려니 많은 것들을 따져보고 준비해야 했다. 가장 걸림돌이 된 건 아이들의 전학문제였다. 이사 가는 건 좋지만 전학은 싫다는 아이들의 의견을 반영해 아내와 고민 끝에 같은 아파트단지로 가기로 결정하고 매물을 살펴봤다. 가격대가 마음에 들면 층이나 주변 환경이 조금 아쉬웠고 다른 조건이 좋으면 가격대가 높았다.
몇 주에 걸쳐 발품을 팔며 조건에 부합하는 집을 찾았고 혹여나 다른 사람한테 팔릴까봐 가계약금을 바로 집주인에게 송금해 주는 등 유리한 입지를 선점했다. 나중에 공인중개사한테 들은 이야긴데 우리가 잡은 집을 세 번씩이나 보며 가구배치를 구상하는 등 꼼꼼히 살펴본 사람들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너무 고민하는 바람에 한 번 보고 그 자리에서 결정한 우리에게 뺏겼다고 한다. 임자는 따로 있는 모양새다.
집을 구한 후 현재 살던 집을 부동산에 내놨다. 조금이라도 더 받고 빨리 팔려고 묵은 때를 벗겨내는 작업도 마다않았다. 그 영향인지 매물이 없어서인지 집을 내놓고 하루 만에 주인이 나타났다.
필요한 서류를 떼고 부동산 두 곳을 다니며 매도인, 매수인 계약서를 썼다. 새시를 비롯해 약간의 인테리어가 필요해 인테리어 업체도 몇 군데 알아보고 다녔다. 그 후 아내와 어떤 물건을 버리고 어떤 물건을 가져갈지 협의했다. 이번 이사를 준비하며 가장 많이 생각이 일치한 부분이기도 하다.
결론은 에어컨을 제외한 모든 가전제품과 식기종류, 대부분의 옷가지와 신발을 버리기로 결정했다. 가전제품은 중고로 팔 수 있다는 생각에 아내에게 "가전제품은 내가 처리할게"라고 호기롭게 말하고 중고나라에 전화를 걸었다. "혹시 가전제품 가져가시나요?" 주인이 나에게 되물어본다. "몇 년 쓰신 거예요?"라는 대답에 "한 10년은 썼죠" 그러자 주인은 단칼에 "안 가져가요"라는 답변을 하곤 전화를 끊었다. 순간 멘붕이 왔다. 적은 돈이라도 주고 당연히 가져갈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후 여기저기 물어 폐가전제품 배출예약시스템이 있다는 걸 알았다. 인터넷으로 수거 날짜, 배출할 가전제품을 선택만 하면 된다. 나머지 옷가지, 이불, 신발, 식기류는 아주 적은 돈을 받고 업체에 넘겼다. 그렇게 큰 물건만 해결하면 이사가 쉬워질 줄 알았다. 그러나 그건 오산이었다. 10년 간 쌓인 네 식구의 물건은 어마어마했다. 매일 밤 퇴근 후 아내와 물건을 정리했다. 엊그저께도, 그저께도, 어제도..
이삿날 몸은 비록 힘들지만 새 집에 대한 희망과 기쁨은 감출 수 없나보다. 미디어부 이성희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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