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희 행정산업부 기자 |
대전 중구 중촌동 침수피해 주민과 피해 영상을 보면서 나눈 대화다. 호우로 인해 건물은 1m 정도 물에 잠겨 있었고, 마당에 키우고 있던 반려견과 개집은 물에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제대로 배수만 됐다면 상상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장면이었다. 중촌동 침수 피해자는 마당에 강아지 한 마리를 키우고 있었다. 평소 동물을 좋아하던 터라 인터뷰를 하기 전 한참을 예뻐하고 난 뒤에 침수 영상을 확인했다. 그래서였을까. 네 번 동안 반려견이 죽을 뻔 했다는 이야기가 더욱 침수피해 현장을 실감 나게 다가오게 했다.
지난달 30일 대전서 발생한 집중 호우로 중촌동 일원은 일반 가정집 10세대, 상가 2곳이 물에 잠기는 피해를 입었다. 이번 호우로 인한 피해 금액은 정확하게 추산되지 않았지만, 한 상가에서만 3억 2000여만 원의 손실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게다가 인근 주민 1명은 배수 상태를 확인하던 중 비탈진 길에서 넘어져 뇌사상태에 빠진 뒤 결국 사망하기도 했다. 문제는 해당 침수가 30일에 발생한 게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벌써 4번째 침수피해였다.
하지만 현재 해당 피해사건은 '원인 분석' 중이다. 인근 주민이 사망 한 원인도 명확하지 않고, 침수가 된 원인도 명확하지 않다.
피해 주민들은 인근 공사 현장이 벌어지면서 침수가 발생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한다. 또한 1차 침수가 발생했을 때 건설사가 배수로를 막은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건설사는 아직 명확한 인과관계가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확정 지을 순 없다고 이야기 한다.
1·2·3차 피해는 한 사람만 겪었다. 그때 피해자는 건설사와 행정당국 모두 민원을 제기했다. 당시 입었던 피해는 70cm 침수 정도였다.
피해자분이 적어놓은 기록을 보면서 내내 드는 생각이 있었다. '아쉬움'이었다. 예기치 못한 유례없는 폭우가 발생하기 전에 강력한 대책이 이르게 세워졌다면 하는 아쉬움이 자꾸만 남았다. 달래가 네 번이나 죽을 뻔한 일도 없었을 것이고, 누군가는 작업장이 물로 잠겨 막대한 재산 피해를 입을 일도 없었고, 호우로 인해 넘어질 원인이 제공되지 않았을 테니까 말이다.
비교적 피해가 적은 유성구에 우스갯 소리로 비법이 뭐냐고 물은 적이 있다. 그러자 한 공무원은 2년 전 이야기를 꺼내며 '예방'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재난은 예고치 않게 찾아오기에 '강력한' 대비만이 최선일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이번 대전에서 겪은 호우 피해는 비교적 배수로 점검 등의 예방책이 아쉽지 않았나 싶다.
중촌동 피해 주민들이 건설사에도, 관할 행정당국에도 3번이나 개선을 요구했으나 4번째의 큰 피해로 이어진 데에 있어선 그저 아쉬움만 남을 뿐이다.
김소희 행정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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