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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스 파파테오도울로우 지음│이리스 사마르치 그림│성초림 옮김│길벗어린이
섬마을에 딱 한 명 뿐인 우체부인 코스타스 아저씨는 오십 년 동안 마을 사람들을 위해 편지를 전달해왔다. 한달음으로 달려가 전하는 행복한 소식, 너무 무거워 걸음을 느리게 했던 슬픈 소식들, 섬 바깥의 이야기들이 그의 손에서 마을 사람들에게 전해졌다. 글을 읽을 수 없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는 큰 소리로 직접 편지를 읽어주기도 했다.
모든 것에는 끝이 있기 마련이라 코스타스 아저씨에게도 우체부로 일하는 마지막 날이 온다. 코스타스 아저씨는 마지막 날이니까 마을 사람들 한 명 한 명 눈을 마주치며 인사하고 싶은 마음으로 거리를 나섰다. 그러나 그날 마을 사람들은 집에 아무도 없었다.
배달을 마친 코스타스 아저씨는 아쉬운 마음으로 우편 가방을 바라보다 한 통 남은 편지를 발견한다. 보낸 사람, 받는 사람 이름도 없이 아무도 살지 않는 해변의 이름만 적힌 봉투. 지친 몸을 이끌고 찾아간 해변에서 음악 소리와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누군가를 위한 파티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우체부 코스타스 아저씨의 이상한 편지'는 코스타스 아저씨 같은 우체부, 코로나 시대를 버티는데 큰 힘이 돼 주는 택배원, 응급상황에서 도움을 주는 소방관과 구급대원 등 묵묵히 맡은 일을 하며 우리의 일상을 풍요롭게 해주는 이웃을 떠올리게 한다. 당연하게 여기기 쉬웠던 그들의 도움에 감사하는 마음이 살며시 다가온다. 부드러운 펜 선으로 그린 그림 위에 종이를 자르고 뜯어 붙인 콜라주 기법은 작별을 앞둔 애틋한 마음을 배로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손으로 한 자 한 자 눌러쓴 뒤 봉투에 담아 보내는 편지의 마음처럼, 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다정하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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