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원 교수 |
한국은 일본의 부동산 거품과 폭락의 과정 속에서 이뤄진 정책들과 비슷한 과정을 겪고 있다. 건설업이 힘들기 때문에 경기가 위축된다고 생각한 과거 정부는 분양가 상한제를 없앴고, 현재는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수십 번의 부동산 정책을 내놓았고 이번엔 서울에 13만여호의 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러나 부동산으로 막대한 부를 만들어왔던 과거의 경험은 사유재산을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과 함께 과거로부터 미래까지 변하지 않을 것처럼 보여 지금으로써는 어떠한 정책도 무의미해 보이기까지 한다. 20여년 후의 서울에는 빈집이 늘어날 것은 분명하지만, 과거의 경험치와 현재의 부동산 가격은 무주택자 일반 서민들에게는 그리 달갑지 않은 일이다.
아파트는 살아가는 곳이 아니라 사는 것이라는 말이 생겼다. 보유세와 양도세가 늘어나게 되면서 자식들에게 증여하는 경우가 많이 생기고 있지만, 사는 것이라는 말처럼 비생산적인 가치를 자식에게 남겨준다는 의미는 과거의 경험치를 남겨줌으로써 덜 생산적인 사회적 경향을 물려주게 되고 이는 그들에게 사회적 의욕과 희망을 저버리는 결과가 될 수도 있겠다.
코로나 사태로 더욱 급격히 변화하는 산업의 지형을 올바로 인식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전 세계는 제조업 위기를 ‘그린뉴딜’로 타개하려고 많은 정책을 실행하고 있다.
독일은 2030년까지 탄소배출을 55% 감축하기 위해 600억 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다. 빌딩의 에너지 효율 향상에 대한 세금 감면 등을 시행하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65%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한국 사회는 그린뉴딜 사업에 정책 자금을 집행하여 신재생 에너지와 수소사회로 산업구조를 혁신적으로 바꾸려 하고 있다. 건설경기가 경제 성장률에 영향을 미치던 강도도 약해지고 있으며 온라인 상거래가 활성화되고 필요 없어진 사무 공간들이 늘어나 공실률은 올라가고 있다. 부동산에 들어간 자본은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생태계로 흘러갈 수 있게 하는 정책적 유도를 해야 할 시점이다. 서민경제가 안고 있는 과도한 부채가 가져올 수 있는 미래사회의 붕괴는 온전히 일반 서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일반 서민들은 기회에 주어지는 공평은 모든 국민에게 동일하게 적용돼야 하며 세금은 공정하게 매겨지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우리는 아직도 공부를 잘해야 하고 좋은 대학을 졸업해 공무원이나 대기업에 취업하는 길이 가장 성공한 인생이라고 느끼고 있고 후손들에게도 그렇게 말하곤 한다. 그러나 한 집안의 가장이 되고 자식 교육에 자본을 사용하다 보면 노후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부동산 등에 무리한 투자를 감행하게 된다. 한국이 OECD 국가 중에서 노인 빈곤충이 많은 국가 중 하나인 이유는 보유한 자본을 적절하게 분배시킬 수 있는 금융지식의 부족 때문이며, 라임과 옵티머스 펀드사기가 발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제 대학에서는 모든 신입생에게 교양과목으로 금융과 투자의 개념을 가르쳐야 하고 실전에서 응용하는 방법을 교육해야 한다. 부자가 돼야 하는 이유를 알게 해야 하고 그 가치를 나눌 수 있는 공감적 가치를 느끼게 해야 한다. 자본의 상상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교육을 통해 동료와 생각을 공유하고 사회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며, 건전하고 효율적인 투자의 길을 통해 미래 산업의 발전에 일익을 담당하고 그 결실을 온전히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요즘에 소위 '개미' 투자자들이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똑똑한 투자자로 진화하고 있다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제는 부동산 경제를 탈피해야 하고 탄소배출이라는 너무나도 잘 인식되고 있는 변수를 만나 글로벌하게 몰아닥치는 경쟁에서 낙오되지 않기 위해서는 더 도전적이고 실천적인 경제구조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미래 사회가 가져오는 희망을 열게 하기 위해서는 젊은이들에게 도전하게 하고 실패를 해도 재도전을 할 수 있다는 사회적 기틀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며 이러한 교육을 담당하는 대학의 역할이 더 중요하게 됐다.
/이준원 배재대 바이오·의생명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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