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새로운 일에 대해서 개방적인 편이다. 신조어도 그중 하나다. SNS가 일상화되자 신조어가 부쩍 늘었다. 오가는 말이 많아지다 보니 어휘가 더 필요한 모양이다. 무분별한 사용은 삼가야 할 것도 없지 않으나, 필요에 따라 생성소멸 되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은가. '어이 상실'이란 말이 눈에 띈다. '어이없다'는 말이 강조된 느낌이다. 어이없다는 너무 뜻밖이거나 한심해서 기가 막힐 때 쓰는 말이다.
요즘 국정 책임자와 주변인 말을 듣다 보면 정말 어이 상실이다. 부동산 정책 하나만 보자. 대책이나 상황판단, 경기 전망 등 듣다 보면 뭐 하자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시장은 난리인데 안정적이라며 희망 사항을 나열한다. 정권주위엔 진정한 간관이 없는 모양이다. 간관이 없으면 다른 붕당 고언이라도 들어야 하는 데 귀를 막는다. 결과적으로 간쟁이 없다. 누군들 나라가 잘 못 되기를 바라겠는가? 경제 전문가 집단은 왜 침묵할까? 어이 상실이다 보니 유구무언 하는 것은 아닐까?
풍선효과(風船效果, Balloon Effect)라는 것이 있다. 한 곳이 들어가면 다른 곳이 나오는 것이다. 풍선 안 공기의 양은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부동산 문제도 거시적 측면에서 보면 풍선효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돈이 되는 곳에 돈이 몰린다. 수도 없이 들어온 이야기다. 금리가 높으면 금융기관으로, 주식 수익이 좋으면 주식 시장으로, 기업 소득이 높으면 생산 및 설비투자로, 경제가 활성화되면 경제활동으로 돈이 몰린다. 당연지사다. 세상에 돈 될 일이 없으니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 아닌가? 출구가 필요하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근원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규제 일변도 정책으로 일관하다 보니 투기과열지구를 지정한다. 안정되는 것이 아니라 풍선효과에 의해 투기 지역이 다른 곳으로 옮겨간다. 대전은 발전 동력을 모두 상실한 도시이다. 그러함에도 뜬금없이 일부 지역 주택가격이 상승했다. 지난 1년 누적 상승률 11.50%였다. 처음은 아니지만, 지난 6월 17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었다. 좀 과장되게 말하면, 이러다가 전국이 부동산 투기과열지구가 되지 않을까 싶다.
공급보다 수요가 많아지면 가격이 오른다. 공급을 줄이거나 억제하면서 왜 가격이 오르냐고 따지면 어쩌자는 것인가? 박원순 전 시장은 재임 9년 동안 주민 동의율을 높여 사실상 재개발을 억제하고, 뉴타운(재개발구역)으로 통칭되는 재개발 사업을 막아왔다. 기반시설 확충도 미흡했다. 과거 정부에서는 아파트 미분양이 넘쳐났다. 그러자 양도세와 취득세를 대폭 감면해 주기도 했다. 심지어 정부가 나서서 투기를 부추기는 측면도 있었다. 공급을 늘려서 서민주택 안정을 꾀한 것이다. 물론 동일한 정책이라도 시장 여건과 흐름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개인이 집 한 채 지으려 해도 기획이나 설계 외에 수십 개 공정이 있는 것으로 안다. 기획, 설계 단계부터 기능을 포함한 실용성, 안정성, 심미성, 경제성 등 고려해야 할 사항도 대단히 많다. 어느 것 하나 소홀할 수 없다. 임시 거처라면 몰라도 신중에 신중을 기한다. 집 장사가 아니라면 적어도 자기 생전에 머무를 계획으로 집을 짓는다. 국가 정책이 즉흥적이거나 일시적이어서야 되겠는가? 상황에 대한 고려나 배려, 중장기계획이나 고민 없이 급조하여서 될 일인가?
숨은그림찾기는 나이와 관계없이 재미있다. 요즈음도 지능이나 치매 판단을 위한 그림 찾기가 종종 눈에 띈다. 초등학교 때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던 친구가 직접 숨은그림찾기 그림을 그렸다. 산과 들이 있는 시골 풍경이다. 숨어 있는 그림을 명시해 놓았는데, 다른 것은 다 찾을 수 있었으나 하나를 찾지 못했다. 그 하나는 마늘이었다. 알고 보니 산과 하천을 대상으로 한 그림 전체가 마늘 모양이었다. 수십 년이 흐른 지금도 기억하니, 충격이 꽤 컸던 모양이다.
나무에 집착하다 보다 보면 숲을 보지 못한다. 불안하고 조급하다 보면 또한 전체를 보지 못한다. 국제 관계속에서의 한국, 역사속에서의 우리를 성찰하여 보다 심도 있는 강령이나 정책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양동길 / 시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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