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시와 시조가 들어간 이번 시집은 영문시와 노래 악보, 우리말 주석까지 들어 있어 예술종합사전을 보는 듯 흥미롭다.
채홍정 시인은 "점점 삶이 팍팍해지는 세상사, 사람들 가슴 속속 다사로운 멋진 봄날 다가가는 시(詩)다운 시(詩)를 선물하고 싶었다"며 시집 출간 이유를 서두에 밝혔다.
총 5부까지 이어지는 시집 중 4부 '비단옷 꽃길 걸어도'는 시조 19편이 담겼다. 자유시와 달리 초장, 중장, 종장의 3장 6구 4음보의 기본 형태를 지켜야 하는 시조는 시 쓰기에서도 꽤 고난도에 속하는 문학 장르다.
채홍정 시인은 "시조는 모두 순우리말로 쓰다 보니 익숙하지 않은 단어들이 많았다. 시 곳곳에 주석을 달아서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조 19편 가운데 '봄은 진정 이풍경'은 조금 특별한 사연이 있다. 올해 팔순을 맞이한 채 시인의 고향은 북이 아니지만, 남북 분단에 대해 아픈 마음을 갖고 있었다. 그러다 2018년 4월 27일 남북판문점선언을 보고 지은 시조가 '봄은 진정 이풍경'이다.
이 시는 영문으로 번역돼 시집에 실렸고, (사)국제PEN한국본부 제4회 세계한글작가대회 기념 영문 대표작 선집에 실리는 영광도 누렸다.
채홍정 시인의 우리말 사랑이 극진하다. 시인보다 사전박사로 더 알려진 것도 우리말과 연관이 있다.
채 시인은 "15년 전쯤 설날 아들이 손자에게 말하길, 할아버지는 국가에서 공인하는 시인이니까 잘 모셔야 말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낯 뜨거움을 느꼈다. 무명시인인 내가 시를 쓴다고 후세에 보탬이 되는 것도 아니질 않는가. 그 후로 슬럼프를 겪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그 이후 KBS 우리말 겨루기 프로그램을 보면서 후세에게 내 손자에게 떳떳한 사람이 되고자 결심했다. 어디를 가든 메모지와 볼펜, 신문을 보든 매스컴을 보든 이상한 말이 나오면 메모를 시작했고, 이 계기가 결국 사전을 편저하게 된 사연"이라고 말했다.
채 시인이 편저한 2015년 새 속담사전, 2017년 신 고사성어, 2019년 익은말 큰사전은 인기가 많은 사전으로 재출간하기도 했다. 내년에는 1000쪽 분량에 달하는 순우리말 대사전도 펴낼 예정이다.
채 시인은 "순우리말대사전을 내면 내 학문적 업은 모두 끝이 난다"며 "오늘도 내일도 헛발 걸음 않으려고 몸부림칠 것"이라고 팔순 시인은 덤덤하게 목표를 밝혔다.
이해미 기자 ham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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