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발(發) 이슈에 야권이 무조건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닌 균형발전으로 가는 시대적 백년대계로서 접근토록 하는 대야(野) 설득이 필요해 보인다.
미래통합당 상임고문인 이재오 전 의원이 대표를 맡고 있는 수도이전반대 범국민투쟁본부(이하 범투본)는 12일 국회에서 세종시 수도이전 반대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 참석자들은 더불어민주당 행정수도 드라이브에 대해 정부의 연이은 부동산 정책 실패와 여당 소속 광역단체장의 잇단 성범죄로 추락하고 있는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 하락을 모면하기 위한 꼼수라고 발톱을 세우면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동안 통합당 내에선 지도부를 중심으로 행정수도 추진에 대한 비판 의견은 종종 나왔지만, 충청권 등 정서를 감안해 집단행동은 자제해 왔다. 원외에서 특정 단체가 조직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낸 것은 이날 행사가 처음으로 향후 이같은 주장이 확산할 경우 여당에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잠시 숨 고르기 중이다. 당내 TF인 행정수도완성추진단은 지난 4일 서울지역 국회의원 간담회 이후 공식 일정이 없다. 국회 세종의사당 및 청와대 제2집무실 부지 방문일정과 전국 순회 토론회를 잇따라 취소했다. 국회 최고위나 원내대책회의 등에서 발언도 아끼고 있다.
전국적으로 수해 피해가 가중되고 고위 공직자 부동산 문제가 불거진 마당에 행정수도라는 휘발성 있는 이슈를 얹는다면 국민 피로감이 가중될 것을 우려한 것이다.
하지만, 가을 정기국회를 전후해선 여당이 또 다시 행정수도 드라이브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미 통합당에 두 달 안에 국회 특위 구성을 제안한 데다 연말까지 이전 로드맵을 발표할 것이라고 공언한 상황에서 더 이상 주저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국토 11% 남짓한 서울과 수도권은 올해 처음으로 지역 인구를 추월했다. 우리나라 국민 2명 가운데 1명 이상이 모여 사는 셈인데 이로 인해 집값 상승, 교통체증 범죄증가 등 갖가지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반대로 지속적인 인구 유출을 겪고 있는 지역은 소멸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일각에선 이같은 양극화 해소의 모멘텀은 행정수도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국회사무처 국회분원 설치 타당성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국회를 세종으로 옮기면 수도권 인구 7만 2000명이 지역으로 이동한다. 충청권 등 지역내총생산(GRDP)도 5조 7811억원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민주당이 행정수도 논의에 대해 뒷짐을 쥔 통합당을 하루빨리 논의 테이블로 끌어내야 할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민주당 원내 지도부가 여야가 이견 없는 세종의사당 설치부터 합의하고 특별법 또는 개헌을 통해 행정수도를 완성하는 이른바 투트랙 전략 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여야 논의가 지지부진하거나 정략적 악용 시도를 사전에 막고 입법부 행정부 이원화에 따른 국정 비효율을 최소화 하기 위함이다. 가을 정기국회에선 여야가 세종의사당 설치 근거를 담은 국회법 개정안을 반드시 처리하고 연내 세종의사당 설계에 착수가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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