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각 회장. |
최근 원도심 곳곳에서 고층 건축물의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40층이 넘는 건축물이 10여 곳을 웃돌고 있는 듯하다. 이전의 대전 최고층 건축물은 대덕구 석봉동에 있는 금강엑슬루타워로, 4동의 건물이 50층 규모로 서 있어 경부선에서 접근할 때 대전을 상징하는 랜드마크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실제 도심지에서의 스카이라인으로는 체감이 되지 않았다.
도심 속 고층 건축물로는 유성 봉명동의 자이 주상복합과 도룡동의 스마트시티가 똑같이 39층으로 2010년과 2008년도에 각각 지어졌다. 원도심에는 서대전역 옆의 우방 주상복합건물이 2018년도에 40층으로 지어진 것이 유일하다.
특·광역시에서 50층 이상의 초고층 건축물이 있는 곳은 서울, 부산, 인천 등에 집중돼 있다. 서울 16곳, 부산 13곳, 인천 11곳으로 파악됐고, 50층을 초과한 건축물이 있는 곳은 위의 세 지역과 경기, 충남, 대구, 경남, 울산 등이 54층부터 123층까지 존재하고 있다. 국내 최고층 건축물은 서울에 있는 롯데월드타워로 123층으로 세계 5위에 랭크돼 있지만, 국내 2위부터 12위까지는 모두 부산에 있다. 69층부터 101층까지 다양한 높이를 자랑하고 있다.
최근 대전 원도심도 정비사업 활성화로 인해 초고층 건축물이 증가할 것이라 예상되고 있다. 역세권개발에 69층이 계획돼 있고 은행1구역의 경우 75층으로 개발 계획을 세우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동구와 중구를 중심으로 한 주상복합과 공동주택이 49층으로 공사 중이거나 계획 중인 곳이 6곳 이상이다. 주로 쇠퇴한 상업지역에서 주상복합의 형태로 고밀화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도 별다른 방침이나 방향성이 제시되지 않는 한 고밀화와 고층화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전시가 고민해야 할 문제는 크게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첫째, 원도심이 가지고 있는 역사적인 경관과 도시적인 맥락을 어떻게 보존하면서 새로운 개발과 상생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다. 중앙로를 중심으로 대전역과 옛 충남도청을 잇는 원도심의 풍경, 대전역 좌우로 형성된 시장과 근대식 타일 건축물 군의 유지나 보전, 근대문화 탐방로를 중심으로 한 근대 자산에 대한 활용 방안 등을 염두에 두고 공존하는 개발 논리와 방향성을 찾아야 할 것이다. 시민들의 생각과 전문가 및 유관단체의 의견을 수렴하여 '보전과 개발'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둘째, 서구와 유성구에 집중된 지구단위계획 지역의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고민이 있다. 자료에서 보듯이 동구와 중구를 중심으로 고층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상대적으로 상업지역으로서 최고 높이와 층수에 대한 세부지침이 없기 때문에 가능하다. 반대로 서구와 유성구는 대부분 개발지역이 지구단위계획으로 높이와 층수에 대한 지침이 정해져 있기에 고층화할 수 없는 실정이다. 둔산 신도시가 조성된 지가 벌써 35년 전이다. 대전 원도심에 있던 행정기능을 옮겨 대전의 도심 역할을 톡톡히 해왔으나 최근의 노후화로 인해 개발 계획 시 현실감과 동떨어진 도시계획 지침에 발목을 잡히기 일쑤다.
대전시는 ‘2030 경관기본계획’에 다양한 도시경관을 위한 방안을 담고 있다. 여기에 고층과 초고층 건축물에 대한 관리 방안도 추가해 특색 있고 대전다운 도시의 방향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커피의 신맛과 단맛과 쓴맛이 골고루 블렌딩 됐을 때 한 모금의 커피에서 다양한 맛을 느끼며 즐거워하듯이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골고루 존재하며 어울릴 때 도시가 가질 수 있는 매력은 한층 더할 것이라 상상해본다. 블렌딩이 잘 된 도시는 대전이라는 미래의 평가를 기대하며 남은 한 모금의 커피를 들이켜 본다.
/김용각 대전시건축사회장/김용각건축사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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