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환 세무사 |
몇 가지 개정안을 살펴보자. 올해 상반기 매출액이 4000만 원이 안 되는 소규모 일반과세 사업자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간이과세자 수준으로 감면했다. 부가가치세는 사업주가 아닌 소비자가 세 부담을 하는 대표적인 간접세다. 이론적으로 사업자는 소비자가 부담한 세금을 잘 모아서 국가에 대신 납부만 하면 된다.
간이과세제도는 사업이 영세해 제도의 이해와 실행능력이 낮은 소규모 자영업자를 위해 만들어졌다. 소비자가 국가에 낼 세금으로 영세사업자를 지원하는 것이다. 일반과세자와의 과세 형평성 문제가 여기서 발생한다.
내년부터는 간이과세자 기준을 연 4800만 원에서 8000만 원으로 인상한다. 이로 인해 약 57만 명의 세 부담이 감소, 이로 인한 전체 세수감소는 4800억 원으로 예상했다. 경기 하락에 힘들어진 소상공인들이 두 손 들어 환영할 만한 소식이다. 발표자료에는 '코로나 19 위기로 불평등이 확대되지 않도록'이라고 간이과세자 확대의 이유를 명시했다.
여기서 잠시 불평등에 대해 생각해 보자.
애초에 간이과세제도가 형평성의 문제를 안고 있다. 극단적인 예로 매출 7999만 원과 8001만 원의 두 명의 사업자가 있다면 2만 원 차이로 각각 간이과세, 일반과세가 적용된다. 만약 도소매 사업자라면 세액 차이는 10배(부가율 10% 해당)에 달한다. 간이과세자는 기존의 매출을 유지하려 노력할 것이고 일반과세자는 과도한 세금 차에 대한 불평등을 느끼고 매출 누락 등의 탈세를 시도할 가능성이 커진다.
성실납세 환경의 조성과 사업자의 납세 의식 제고를 위해서도 간이과세제도는 점차 축소하는 것이 '평등'의 시선으로 볼 때 합리적인 일이다. 영세한 자영업자의 지원은 세액감면 등을 활용하여 직접세인 종합소득세를 조정하는 것이 합당하다.
또한, 10억 이상 소득금액에 대해 45%의 최고세율 구간을 신설했다. 최고세율을 적용받는 사람은 1만1000명에 불과하고 양도세를 포함하더라도 1만6000명 정도며 경제 규모가 비슷한 국가들과 비교 시 절대적인 세 부담이 높지 않은 수준이라고 한다.
그러나 지방세 포함 49.5%의 세율에 건강보험료 등 준조세 성격의 부담금을 고려하면 체감하는 세 부담은 60%가 넘는다.
이번 세법 개정안이 부자 증세가 아니냐는 질문에 전체 세수효과가 676억 원으로 세수 중립적인 수준이라 증세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상한 답변을 내놓았다.
이미 엄청난 세 부담을 하는 고액 납세자들에게 이러한 표현은 그다지 좋은 답변은 아니라고 본다. '세율은 인상하지만, 소득재분배와 사회적 연대강화의 일환이니 부자 증세가 아니다?' 그럼 위 간이과세 확대로 인한 (-)4,800억 원과 600억 원의 세수효과를 고려한 5400억 원의 세 부담은 누가 어떻게 부담하겠는가.
차라리 고소득자들에게 증세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고 많은 국민이 어려우니 국가를 위해 조금 더 힘써 달라고 설득하면 안 되는 일인가? 그들의 기여에 대한 국가의 인정이나 칭찬 없이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으로 무장된 존경받는 부자들이 얼마나 생겨날 수 있을까? 이 사회를 지탱할 존경받는 부자를 배출하는 일이 생각보다 간단할 수도 있다. 마르크스 자본론보다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이 필요한 때다.
부유하거나 영세하거나 모두 대한민국의 국민이다. 좌우를 떠나 정부의 사회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의지와 노력은 손뼉을 칠만하나, 이를 뒷받침할 정책과 대응은 너무나도 아쉽다. 포용과 공정을 추구하는 의지만큼 국민통합에 힘써주길 희망해본다. /이동환 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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