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낙천 학장 |
이렇듯 코로나 상황 속에서 우리의 삶은 삭막해지고, 오랜 시간 이어진 사회적 거리 두기는 기존의 우리 사회 전반의 시스템과 소통 방식을 위협하기에 충분했다.
이것은 대학도 결코 예외가 아니어서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에 따른 피해는 대학 행정 시스템의 근본적인 변화를 초래했으며 학령인구의 감소로 인한 대학의 재정적 위기로 인한 불안감도 날로 증폭하고 있다. 일상이 멈춰 선 지금, 우리는 대학의 역할과 교육의 기능에 대해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
물론 새삼스러울 것도 없이, 한때 유령처럼 떠돌았던 대학의 위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어서 이제는 분명한 모습으로 대학의 울타리를 위협하고 있다. 학령인구가 급감하고 이로 인한 입시 지원율 하락은 당장 눈앞에 일이 되고 말았으며, 대학의 변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자 당위가 되어 나름의 생존 전략 세우기에 골몰 중이다.
이렇듯 우리 주변을 둘러싼 환경과 여건은 만만하지 않으며 어떠한 낙관적 전망을 제시하기가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이 때문에 지금 대학은 비장하고도 참담한 지경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달라진 교육 환경 속에서 다양한 해법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일각에서는 지금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미래 교육의 패러다임을 혁신하고 선도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 한 축에서는 전면적 원격 수업 실행에 맞춰 ICT 기술 기반의 에듀테크를 정착시킬 절호의 기회라고 주장하면서 기존의 e-러닝의 한계를 극복하고 학습자 중심의 교육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한 교육적 방법론으로 학업 성취도를 향상하고 학습 동기와 학습자의 자아 존중감을 위해 온·오프라인 학습을 혼합한 블렌디드 러닝이나 플립 러닝 방식의 교수 학습 모델 적용을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의식과 도전들이 난관에 부딪힌 대학의 위기를 해결할 하나의 마중물이 될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대학은 등록금 환불과 감면, 2학기 온라인 강의 운영과 교육 환경 개선이라는 교육부의 압박에 답을 내놓아야 하는 현실적 숙제에 당면하고 있다.
이러할 때 대학의 자구 노력은 오늘도 진행형이다.
정신없이 1학기가 끝났지만, 방학도 없이 2학기 캠퍼스 방역을 위한 대비 태세를 갖추고, 교육 환경 개선을 통한 새로운 교육 혁신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생존 전략을 강구하고 있다.
또한, 교육부의 새로운 지원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고 있으며, 한편에서는 대학의 자율성에 기반을 둔 차별화된 교육 서비스 제공과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 지금도 노력 중이다.
이러한 와중에서도 위기는 또 다른 기회일 수 있다는 긍정의 가능성을 가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더욱이 세계를 이해하고 자신을 성찰하며 글로벌 시민으로서의 의식을 함양할 수 있도록 고무하는 것이 교육의 본질적 가치라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또 오늘날 대학 교육의 총체적 위기 상황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가르치고 어떻게 교육할 것인지를 깊이 살펴서 진정한 의미의 교육 질적 제고를 위한 해법을 '지금 여기'에서 다시 한번 궁구할 필요가 있다.
백낙천 배재대 인문사회대학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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