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전경 모습. 사진출처=대전찰칵 |
중도일보는 [대전기록프로젝트]를 15회차 연중 보도해오면서 '기록 확장'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동시에 봤다. 이는 향후 메모리존을 필두로 쌓여가는 대전의 기억을 기록으로 변환해야 한다는 우리 시대의 사명을 재차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가칭이나 메모리존으로 이름 붙여진 [대전기록프로젝트]의 첫발은 분야에 치우치지 않고 공감의 목소리를 모았다는 것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는 자연스럽게 우리 삶을 기록하는 행위가 지역 풀뿌리 문화가 되고, 여기서 쌓인 유산은 자연히 설립 추진 중인 대전기록원으로 이관돼야 한다는 목적성도 정립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물리적인 공간이 될 메모리존과 기록원에 앞서 대전이라는 곳이 어떻게 탄생 됐는가에 대한 기본적 물음과 답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그 답은 우리가 가진 기록 속에 있다고 강조했다.
박수연 충남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공간을 재구성하고, 파괴되는 것을 막는 것도 좋지만, 이에 앞서 해방 이후 대전시 초창기 시절 관과 시민은 어떤 일을 하며 어떤 행정력이 발현됐는가 꼼꼼한 추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초창기 대전 모습을 통해 대전이란 어떤 도시인지 정체성에 찾고 메모리존이든, 기록원이든 대전에 어울리는 재생운동과 기록화 사업이 진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화계에서는 지역과 공간에 대한 아카이빙 시도는 대전만의 이색적인 주요 사업임을 강조하며 시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자료 공간 마련을 촉구했다.
소제동 리서치 사업을 총괄하는 이상희 목원대 건축학부 교수는 "메모리존은 가능할 것으로 본다. 연구자나 예술가들이 지역 아카이빙을 통해 컴퓨터나 사무실 어디 한 공간에 묵혀 있는 자료들을 꺼내는 것, 지역리서치 활동을 하면서 모은 일상적 생활 자료가 후대에 보여줄 수 있는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면 큰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일 중요한 것은 이런 자료들이 사장되지 않도록 공간을 관에서 지원할 수 있는 여건이 필요하다"며 메모리존에서 기록원으로 이어지는 방향성에 대해서 공감했다.
그러나 재개발·재건축 구역 혹은 일반 동네에 메모리존이 조성된다 해도 지속적인 전시 기능, 자료를 보관하고 새로운 자료를 발굴해 내는 역량은 필요하다. 이는 결국 시와 지자체, 해당 기관이 진두지휘할 수 있는 체계적인 플랫폼 구성이 우선돼야 하고 여기에 시민들이 아키비스트 활동에 참여하고자 하는 의지도 필수 조건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결과를 얻었다.
결국 메모리존에 대한 화두는 공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가지처럼 뻗는 수많은 이해관계, 선행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행정업무까지 고민해야 하는 변곡점에 도달했다는 목소리도 있다.
박희성 계룡건설 개발본부장(전무)은 "메모리존을 재개발 구역에 조성하기 위해서는 대전시가 사업승인 인허가를 강제하고 권고할 수 있다"며 "다만 꼭 공간을 독립적으로 차지하지 않고 공동 카페나 노인정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고 했다.
메모리존 사업이 지속적인 것이 아닌 일회성으로 유지 되는 것에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박희성 본부장은 "유지관리가 지속적으로 될 수 있어야 한다. 전시물이 바뀌고 위치도 바뀌고 새롭게 구경거리가 될 수 있는 전시룸 기능을 하게끔 관리해야 하는데, 이를 누가 책임지고 맡아서 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풀뿌리 기록문화의 시작이 될 메모리존은 재개발 지역의 시공사와 조합원들의 의지가 필요하고, 행정과 민간 기록을 보존·관리하며 전시 역할까지 맡아야 하는 기록원 설립과 운영은 대전시 구체적인 플랜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소제동과 대전역 주변 상권을 연구 중인 이용상 우송대 철도경영학과 교수는 "오래가려면 기억에 의존하면 안 된다. 발굴해 내고 연구하고, 교수들은 논문을 쓰는 과정을 통해 기록해가야 한다. 이 자료들이 분석되고 다른 지역 자료와도 비교해볼 때 비로소 대전만의 아이덴티티가 나오는 것"이라며 "이는 우리를 찾는 노력"이라고 말했다.
이해미 기자 ham7239@
1960년대 충남도청에서 바라본 중앙로 전경. 사진출처=대전찰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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